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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기울어진 김정은의 통치력 도락산(회원)  |  2019-03-18
북한에서 김정은은 神이다. 그래서 그를 ‘최고의 존엄(尊嚴)’이라고 부른다. 북한의 神은 지시만 내릴 뿐 질문을 받지 않는다. 감히 神에게 질문을 던지는 자는 최고 존엄을 모독한 죄로 처형한다. 神 앞에서는 졸기만 해도 처형당한다.
  
  그랬던 김정은이 이번 美北회담에서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다. 무슨 뜻일까? 회담결과에 대해 자신했다는 뜻이다. 2020년 美대선, 러시아 스캔들, 멕시코 장벽예산, 탄핵 등으로 코너에 몰린 트럼프를 자신의 뜻대로 요리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랬던 김정은이 회담장에서 트럼프에게 뒤통수를 얻어맞고 혼미한 상태로 퇴장했다.
  
  * 메인호 사건 *
  
  400년간 스페인의 속령이었던 쿠바는 이웃 미국이 아닌 대서양 건너 스페인으로부터 모든 물건을 수입하도록 강요받았다. 당연히 비싼 물건을 사야 했던 쿠바인들은 불만을 터뜨렸다. 더군다나 미국이 쿠바산 설탕에 대해 무관세를 폐지하자 수출이 줄어든 쿠바 농장주들은 노동자들의 임금을 깎아내렸다. 이에 분노한 농민들은 폭동을 일으켰고 스페인 군대는 폭동자들을 닥치는 대로 처형했다.
  
  미국은 쿠바 내의 미국인들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순양함 메인호를 파견했는데 1898년 2월15일 원인 모를 폭발로 순양함이 침몰했고, 승무원 전원이 사망했다. 이에 미국의 여론이 들끓으면서 4월20일 美의회는 스페인에 전쟁을 선포했다. 이에 맞서 스페인도 선전포고를 하고 함대를 쿠바로 보내 미국의 공격에 대비했다.
  
  그러나 미국은 쿠바가 아닌 스페인의 식민지인 필리핀을 쳤다. 스페인의 뒤통수를 친 것이다. 뿐만 아니라 美특공대가 쿠바 산티아고 스페인 방어군의 후방을 기습하면서 전쟁은 싱겁게 끝났다. 전쟁에서 패한 스페인은 필리핀을 단돈 2천만 달러에 미국에 넘겨주었고, 푸에르토리코와 괌까지 모두 넘겨주었다.
  
  북한은 왜 외통수밖에 준비하지 못했을까? 자신만만했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내미는 협상카드(스몰딜) 외에 미국엔 ‘다른 카드’가 없을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은 ‘다른 카드’인 빅딜을 내놓으면서 김정은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미국이 세계 패권국이 된 것은 운이 좋아서 된 것이 아니다. 각 분야에 ‘탁월한 시야’를 가진 人才 富國이기 때문에 그렇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타격을 받은 김정은은 3일간 쉬지도 못하고 평양으로 달렸다. 과거 그가 시진핑을 만나고 돌아왔을 때는 손을 코트 주머니에 꽂은 채 측근들의 인사를 받았다. “내 말을 들으라”는 뜻이다. 그러나 트럼프에게 뒤통수를 맞고 돌아온 후에는 평양역에 나온 최룡해의 손을 두 손으로 잡으며 인사했다. “나를 도와달라”는 뜻이다.
  
  북한은 創建 이래 ‘최고 존엄’이 해외순방에 나가 이렇게 망신을 당하고 돌아온 적이 없었다. 당연히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숙청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그의 앞에서 졸기만 해도 처형했던 그다. 이는 김정은의 통치력이 이미 기울었다는 것을 뜻한다.
  
  중국은, 통일왕국 시대부터 청(淸)나라까지 모든 왕국의 멸망 뒤에 바닥난 국고가 있었다.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을 두려워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조선왕조의 멸망도 국고가 바닥나면서 일어났다. 심지어 구 소련은 수많은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갖고 있으면서도 국고가 바닥나자 망했다. 미국은 소련을 고립시켜 그렇게 멸망시켰다. 미국에는 세계 역사에 정통한 전략가들이 많다. 현재 미국은 상대의 이면(裏面)을 읽을 줄 아는 유일한 나라다. 그렇다고 미국이 완벽하다는 뜻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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