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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산 회원님의 글을 보며 태극당(회원)  |  2019-03-20
이북(以北)내기들
  
  나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고향이 이북이다. 조부는 평안북도에 태어났으나 일찍 일본으로 건너가 거기서 교육을 받고 한참 직장을 다니다가 그 지사가 있는 만주국에서 잠시 근무했다. 일본과 만주를 왔다갔다 하는 중에 아버지가 태어났다고 한다. 아버지 출생지는 정확히 말하면 이북은 아니고 한반도 밖이라고 할 수 있는데, 당신은 그냥 편의상 이북 출신이라고 한다. 아무튼 조부는 만주와 일본을 오가다가 해방 후 다시 평북으로 돌아왔고 6·25가 일어나기 몇 해 전에 서울로 왔다고 한다. 어머니의 집안도 고려 때 이래 대대로 평안도에 살았다고 하는데, 외조부는 평북에서 태어났지만 자녀 교육 등을 위해 평양으로 이사를 하였다고 한다. 외가는 1·4후퇴 때 내려왔다고 한다.
  
  내려와서도 이북 사람들은 동향 사람들끼리 교류를 활발히 한 모양이다. 자연히 나도 어릴 때 이북 사람들 속에 자랐다. 내가 느끼기로 이북 사람들은 이남 사람들과 기질 면에서 다른 점이 많다. 다들 그런지 알 수는 없지만 대체로 반골적인 면이 있고 가족 중심적이며, 깡이 세다. 자주성이 강해 몰려다니면서 떠드는 걸 싫어하는 편인데, 그래서인지 큰 일이 아닐 경우엔 동향 사람끼리도 단합이 잘 되지 않는다. 다들 기가 세어서 그럴 것이다. 우리 모친은 같은 이북 사람들을 두고 ‘이북내기들은 하여간 극성이고 별나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이남 사람들을 정신적인 면에서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북 우월주의가 있는 것이다.
  
  나의 경우는 여기서 태어났음에도 부친은 늘 나에게 이북 사람이라는 것을 주입시켰다. 이 세뇌가 얼마나 무서운지 내가 40살이 넘어 낳은 막내아들에게도 나도 모르게 이렇게 말한 적도 있다. ‘이 놈도 이북 피가 흐르니까…’
  
  사실 나의 경우는 이북하고는 아무 상관도 없는데도 스스로를 이북 사람이라 생각하고 살았다. 이런 나를 보면서 우려하는 바가 있다. 통일이 되더라도 지역적 갈등을 해소하는 일에 엄청난 국가적 비용이 들 것이라는 것. 그리고 당면한 이념 문제.
  
  내 친구의 경우 부친이 함경도 출신인데, 인민군으로 내려왔다가 포로가 되어 거제도에 있었다고 한다. 친구의 부친은 나중에 돈을 많이 벌었고 자식들에게 1백억이 넘는 재산을 물려주었는데, 그런 부친을 둔 내 친구는 골수 좌파이다. 길게 얘기할 것도 없이, 내 경험으로는 부모가 빨강 물이 들었으면 자식도 거의 빨갱이라는 것.
  
  이남에서 부족함 없이 자라 좋은 대학을 다닌 내 친구 놈도 자기 아버지의 빨갱이 사고방식을 벗어나지 못하는데, 북한에서 이념 교육을 철저히 받은 자들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지 않겠는가. 그런 면에서 나는 솔직히 상당수 탈북자들의 사상을 의심한다. 비록 1인 신격화 집단의 악정 때문에 탈북은 했다 하더라도 사회주의 그 자체에 대한 일말의 매력을 버리진 못했을 것이라 보는 것이다. 나는 상당수 탈북자들이 김일성 3대에겐 거부감이 커도 사회주의가 자본주의보다 우월한 면이 많다고 믿고 있을 것이라 의심한다. 이것이 결정적인 순간에 남한 사회에서 어떤 식으로 폭발할지 걱정이다.
  
  솔직히 나는 탈북 지식인들 다수를 믿지 못한다. 이를 테면 동아일보 주성하 기자, 강명도, 안찬일 교수 같은 사람들은 이북 우월주의와 사회주의에 대한 신념이 여전히 강한 것 아닌가 의심한다. 공산주의는 거부하더라도 대한민국 사회를 사회민주주의로 아주 조금씩 바꾸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들의 글이나 말이 묘한 경우가 많기에 하게 된 의심이다.
  
  다른 유명 탈북자들 중에는 신념에 기한 것까지는 아니지만 기회주의적 기질 때문에 좌파에 빌붙는 경우도 많을 것이라 본다. 북한 음식을 팔다가 좌파의 공격으로 망했다는 어느 탈북자의 경우는 노무현 정권 때 우리 좌파들에게 적극 부역한 사실이 있다. 그러다가 보수 정권이 들어서자 재빨리 진영을 옮기던데, 그래놓고 지난 탄핵정국 때는 박 대통령 비난에 앞장섰다. 그러다가 또 박 대통령 비난 트위터글을 싹 지우고 다시 김무성을 비판한다. 이런 사람을 멋모르고 보수우파는 동정하던데, 아무튼 그런 기회주의적인 면이 많은 이들 또한 후일 통일정국에서 어떻게 돌변할지 알 수가 없다.
  
  이북 사람들의 기질은 그 기후와 지형에 큰 영향을 받아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 기질과 북한의 이념 교육이 합쳐진 탓에 이북 사람들을 자유민주주의에 친화적인 사람으로 만드는 데에는 상당히 힘든 면이 많다고 본다. 이 점이 참으로 우려된다. 반대로 그들을 우리가 잘 품게 되면 좌익을 때려잡는 프로 기술자들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그들에게 남북 구별 없이 자유민주주의 체제 아래에서는 누구나 식구라는 의식을 심어주어야 할 것이다. 나 역시 지금은 내가 이북 사람이라는 ‘주입된 생각’을 거의 버렸다. 김태산 회원님 같이 안보관이 분명한 분들이 힘을 많이 써주셔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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