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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이 누군지 알았으면 그걸로 되었다 未來指向(회원)  |  2019-09-20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진범을 이제라도 밝혀낸 것은 경찰이 잘한 것이기는 하지만 언론은 이 사건에 더이상 과도한 스포트라이트를 비추지 말고 이 정도 선에서 사건을 묻어두었으면 한다. 우리 아버지가 처음 이 사건 범인이 잡혔다는 어제 속보를 듣자마자 하는 말씀이 "조국 사태 물타기하려고 언론플레이 한다"였다. 경찰이 일부러 그렇게 했을 리야 있겠냐마는, 언론들이 연일 이 사건에 주목하게 된다면 어느 정도는, 보이지 않는 권력의 의도대로 일이 흘러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볼 수 있다.
  
  그리고 진범으로 지목된 사람은 지금 다른 죄목으로 무기징역을 언도받고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다고 하는데 방어권이 봉쇄되어 있다. 용의자는 현재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고 한다. 이 사건 공소시효가 만료되었다는 것은 범인을 처벌할 수 없다는 세간의 원통함과 함께 이 범인 입장에서도 재판정에 나아가 변호인의 조력을 받고 자신을 방어할 기회가 없음을 의미한다.
  
  기소가 되어야 재판이 열릴 텐데 공소시효가 만료된 사건은 기소 자체가 되지 않는 것으로 안다. 만약 경찰이 범인으로 지목한 사람이 진범이 아니라면 언론이 생사람 잡을 수도 있다. 증거물에서 나온 DNA가 일치한다고 하면 거의 진범이 맞다고 봐야겠지만 알리바이가 밝혀진다든가 등 예상치 못한 일말의 반전 가능성도 있을 수 있다. 그러므로 치열한 증거조사와 법리다툼을 벌이는 세 번의 재판을 거쳐 범죄사실의 최종확정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인데 이 화성 살인사건은 공소시효 만료로 그렇지 못하다는 한계가 있다.
  
  조만간에 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같은 곳에서 화성사건 진범을 처벌할 수 있게 하는 특별법 제정을 청원하는 목소리가 줄을 이을 것 같은데 이는 법적 안정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이 용의자가 진범이 맞다면 이미 무기수로 복역중이고 죄질의 불량함을 보건대 가석방 가능성도 희박하니 감옥에서 그대로 여생을 마감할 것이다. 어차피 사형이 집행되지 않는 지금의 우리나라에서 이 용의자(진범이 맞다면)에 대한 응징은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다고 본다.
  
  그러니 경찰이 발표한 내용을 그대로 믿느냐 안 믿느냐는 국민 각자의 판단에 맡기고 언론은 이쯤에서 화성 연쇄살인 사건 진범 뉴스는 덮었으면 한다. 지금은 나라에 더 중요한 이슈가 있고, 재판이 진행될 수 없는 사건에서 자칫 언론재판, 여론재판이 이루어질 수 있으며 일반 대중의 지나친 정서법적 요구로 사법원칙이 훼손될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그럴 일은 없으리라 보지만 유력 용의자로 지목된 수감자가 화성 연쇄살인 혐의를 강력 부인하며 명예훼손으로 경기남부경찰서장과 언론기자들을 고소한다면 그로인해 열린 법정에서 진위 여부를 따져보게 되는 일이 생길 수는 있을 것이다.
  • 오른쪽 날개 2019-09-21 오전 9:28:00
    이 사건을 접하고 "등잔 밑이 어둡다"라는 속담이 만고불변의 진리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건국이래 최대의 수사인력을 투입했다면서 범행현장 근처에
    살고있었던 범인을 당시에는 용의선상에 올리지도 않았다니 경찰의 무능함 만을
    만천하에 드러내게 되었다. 변두리 시골 동네에 인구가 얼마나 됐었다고......
    B형 혈액형에만 집착하다 보니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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