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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 속의 그대…"너 자신을 알라" 진중권(동양대 前 교수) 페이스북  |  2020-06-05
<환상 속의 그대>
  
  이수진 의원이 아직 논점을 파악하지 못한 것 같은데, 그 분이 공천을 받은 것은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에 저항하다가 불이익을 당한 정의로운 판사'라는 스토리텔링 덕이었다는 것은 피차 인정하는 사실이죠. 문제는 이게 대부분 가공된 허구의 서사였다는 것입니다.
  
  (1) 이수진 판사는 당시 대법원의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라 있지 않다.
  (2) 외려 친분을 이유로 양승태 숙원사업의 추진에 협력했다.
  (3) 좌천은 근무평정의 결과에 따른 절차에 불과했다.
  
  이 중에서 (1)과 (2)는 본인도 인정하는 사실입니다. 다만 (3)에 대해서 이견을 가진 모양인데, 그러면 근무평정의 내용을 반박해야 합니다. "보고서 작성 건수가 평균에 못 미치고 업무에 투입하는 시간과 노력도 다른 판사에 비해 떨어진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한 반박은 없고, 엉뚱한 사유를 대네요.
  
  "유일하게 인권과 사법제도 소모임(인사모) 회원이었는데 대법원에 근무하고 있으니 인사를 낸 것"
  
  그런데 정작 근무평정표에는 이렇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국제인권법연구회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등 인권 분야에 관심이 많고 식견을 갖췄다." 즉, 그런 소모임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외려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는 거죠. 결국 이수진 의원의 주장과는 달리 (3)마저 거의 사실로 확정되어 가는 상황이죠.
  
  이건 그럴 수도 있다고 합시다. 누구나 자기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어해서 상황을 제 편할 대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으니까요. 그런데 자기합리화가 과도해 그 상황에서 거꾸로 자기 영웅담을 만들어낸 거죠.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자신의 상상계를 파괴했다고 애먼 사람을 '잠재적 피고인'이라고 공격합니다.
  
  "인사권 남용은 직권남용죄로 바로 유죄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굉장히 필사적으로 저항하고 있는 것"
  
  이것도 황당한 게, 그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김 부장판사는 정작 참여연대와 민변, 그리고 정의당에서 공개한 탄핵법관 명단에도 이름이 오른 적이 없습니다. 검찰 조사에서도 피의자로 전환된 적이 없는 참고인이었습니다. 그런데 무슨 "직권남용죄로 바로 유죄"가 된다는 얘긴지. 이렇게 애먼 사람을 '잠재적'으루다가 '피의자' 만들어 놓고는 느닷없이 "법관탄핵 1순위"로 지목합니다. 대체 뭐하는 짓인지.
  
  법관탄핵이 진실을 은폐하는 수단이 돼서는 안 됩니다. 더더군다나 개인의 사적 복수의 수단이라니요. 그것은 사법개혁의 대의와 명분만 깎아내릴 뿐입니다. 130명 중의 30등 안에 들었다는 얘기는 왜 하는지 모르겠네요. 뽑혔으니 대법원에 들어갔겠지요. 문제는 "아무나 못 들어간다"는 그곳에 들어가 다른 이들에 비해 "이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았다는 데에 있겠죠.
  
  이수진 의원이 주관적으로 뭐라고 생각하든, 객관적으로 확인되는 사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이수진 판사는 당시 대법원의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라 있지 않다.
  (2) 외려 친분을 이유로 양승태 숙원사업의 추진에 협력했다.
  (3) 좌천은 근무평정의 결과에 따른 절차에 불과했다.
  (4) 소모임 활동은 불이익 사유가 아니라 긍정평가 요인이었다.
  (5) 증언을 한 부장판사는 피의자로 전환된 적 없다.
  (6) 시민단체와 정의당의 '탄핵판사 명단'에 오른 적도 없다.
  (7) 그런데 이수진 의원은 이 분을 "법관탄핵 1순위"로 지목했다.
  
  결론:
  고로 이수진 의원은 소크라테스의 말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γνῶθι σεαυτόν" ("너 자신을 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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