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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대화 위해 통일부가 존재한다면 해산해야 이민복(대북풍선단장)  |  2022-10-02
탈북하여 남한 입국 후(1995년) 아직 사회에 나오지도 않았을 때 통일부(그 당시는 통일원)의 요청으로 이호 국장과 수행원들을 만났다. 통일부가 있는 정부청사에서 장시간 북한 실태를 소상히 보고하였다.
  
  한편 남한 입국 후 첫 신문기사인 세계일보에 세 번 연재하며 구체적으로 북한 실정을 알렸다. 기사 마감에 생생히 기록이 있는 것처럼 북 통치자가 아니라 북 주민을 우선하라고 강조하였다. 이러한 주장은 사실 남한 입국 전인 모스크바 망명 시절부터 조갑제 월간조선 편집장을 통해 기고하여 북한 실정을 알렸다(1994년 월간조선).
  
  사회에 나와서도 추후 통일부 장관을 지낸 세종연구소 이종석, 평화문제연구소 김연철 연구원과 장시간 인터뷰한 적이 있다. 또한 mbc 진행자였던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mbc 토크쇼 진행자였던 유시민 전 장관과도 인터뷰한 적이 있다.
  
  통일 문제에 진보적이라는 이들에게서 받은 인상은 무엇일까? 나름대로 이들은 진지하였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과는 삼일씩이나 세종연구소에서 세미나를 함께 하였기에 그 진지함은 사실이다. 주제와 다른 얘기이지만 -전두환 정권이 들어설 때 어떤 느낌이었나고 물으니 <백주에 강간당한 기분>이었다고 한 말이 인상 깊다.
  
  이들과의 만남이 강산이 세 번 바뀔 만큼 세월이 흘렀다. 문제는 소위 진보적인 이들이 통일 관련 실무진에 있을 때이다. 사실 보수적인 이들도 대동소이하긴 하지만 이들 모두 북한 통치자를 향하는 데 열정적이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종석 전 장관은 북한의 정신을 만든 황장엽 보고도 무슨 잔말이냐는 식으로 까박하여 <젖비린내가 진동한다>는 대답을 들을 정도로 용감하였다.
  
  언젠가 남한 지식 산실의 최고봉이라는 KDI 연구원들에게 문의한 적 있다. 저들이 사명으로 일합니까 아니면 먹고 살기 위해 일합니까. 당연히 사명보다 먹고 살기 위해 한다고 했다. 또 철학이나 전략보다 상전에게 더 잘 보이려고 한다고 하였다.
  
  인간의 본성이니 같은 인간으로서 모두 인정한다. 하지만 강산이 세 번 바뀌어도 그 모양 그 꼴이라는 것이 문제이다. 아무리 먹고 살기 위해서라고 해도, 아무리 상전을 받들어야 한다고 해도 나라를 위해서 이렇게 장기간 그럴 수 있는가이다.
  
  통일 및 북핵 문제 다 해결한 것처럼 요란스러웠던 2000년 615 선언도 뒷돈 주고 사기친 결과로 되었고, 불과 몇 년 전인 2018년 427 선언 역시 사기로 판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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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결과보다도 더욱 놀라운 것은 보수 정권의 통일부이다. 북핵은 방어도 아니고 언제든지 공격용이고 통치자가 죽어도 자동으로 터뜨리라는 핵 법제화를 공표하는 마당에도 <담대한 구상>으로 대화하자고 하는 것이다.
  
  북핵 논의에 응하기만 해도 먹고 살 수 있게 경제 지원한다는 것이 담대한 구상이다. 이런 거짓말이 어디에 또 있을까? 설사 북핵 논의 정도가 아니라 아예 포기를 했다고 치자! 이미 냉전과 북핵 전에 비효율로 망해버린 공산 시스템의 북한인데 거기다 지원해서 잘살게 해주고, 나아가 남북이 공존공영까지 한다는 것이 과연 눈뜨고 거짓말하는 것이 아니란 말인가.
  
  왜 그럴까? 아무리 먹고 살기 위해서라도, 아무리 상전을 위하고, 표를 의식해서라고 해도 30년 지내본 저로서는 왜 그러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 저렇게도 명예 자리가 중요하고 상전과 표가 중요할까. 잘못된 것이라고 상전에게도 국민에게도 설득할 위인이 왜 한 사람이라도 통일부 장관으로 되지 않는지 30년 지켜봐도 이해가 안된다. 저렇게 사람이 없을까.
  
  그 대가는 크고 크다. 열매로 모든 것을 보여준다고 통일 안된 것이다. 1차 2차 세계대전 재범 국가로서 도저히 통일이 안될 것 같던 독일과 격세지감이다. 북한 통치자의 특성상 진정성 있는 대화는 없다는 것이 역사이다.
  
  통일부가 남북 대화를 위해 존재한다면 사실 예산 낭비의 대표적 기관이다. 대화가 안되는 냉엄한 현실을 이젠 인정하여 없애야 한다. 이게 아니라면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
  
  그 전략은 역설적이지만 북한 대남사업부처럼 해야 한다. 대남사업부 즉 중앙당 3호 청사와 통일전선부는 오직 적화통일이 목표이다. 통일할 힘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속에서도 전략은 변함이 없다. 이에 대응하여 통일부는 국정원에 속하던가 아니면 <통일전선부>처럼 해야 한다.
  
  북한의 <통일전선부>가 남한의 반 정부 세력에 주력하는 것처럼 남한의 통일부 역시 북한 주민에게 주력하여야 한다. 이는 거창하게 북한 인권의 기치를 들자고 할 것도 없다. 북한 주민의 눈과 귀를 열어주는 인도주의로 주력해도 된다.
  
  전투기 한대 값이면 통일시킨다는 말이 헛말이 아니다. 지금의 통일부를 해산하고 그 예산으로도 통일시킬 수도 있다. 이런 말이 듣기 싫으면 제대로 통일부 역활을 해야 한다. 하지 못하겠으면 민간이라도 하게 허용해라!
  
  이렇게 말하는 민간은 정말 통일부가 통일의 제동기로밖에 안 보였기 때문이다. 통일부를 일방적으로 때리는 것 같아 정말 잘 하는 칭찬 한마디로 마치려 한다. 사실 <담대한 구상>보다 훨씬 잘하는 것이 하나 있다. 작은 것 같지만 가히 혁신을 넘어 혁명으로까지 느껴진다. 그것은 현 통일부 장관이 페이스북을 개설하여 국민과 소통하는 것이다.
  
  지난날 같으면 어떻게 국민 한 사람이 아무리 통일 염원이 사무친다 해도 대화할 수 있었겠는가. 그 넘사벽을 허문 것이 30년 동안 지켜 본 중에 혁명인 것이다. 그래서 희망이 보이기도 하다. 이 글도 장관님 페이스북에 즉시 올리려 한다. 그 반응은 차후 민간 여러분께 알려드리려 한다.
  
  
  
  
  
  • 골든타임즈 2022-10-02 오전 9:59:00
    민주당. 엠비씨. 케이비에쓰. 한겨레신문. 우리법연구회. 민노총. 전교조. 선관위. 여성부. 교육부. 통일부. 위원회. 공수처. 헌법재판소 불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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