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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혜선 씨를 위한 변명 무학산(회원)  |  2023-02-01
<오혜선 씨를 위한 변명>
  
  다음은 오늘 조선일보에 실린 한 칼럼 내용이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의 아내 오혜선씨가 ‘런던에서 온 평양 여자’라는 회고록을 냈다. 조선일보 기자가 오씨를 인터뷰했고 그 기사를 실었다. 그랬더니 댓글이 2000개 넘게 달렸는데 오씨의 탈북을 ‘조국에 대한 배신’이라 비난하는 댓글이 넘쳐났다는 것이다. “[데스크에서] 태영호 아내와 댓글부대” 참조.
  
  북한을 ‘조국’이라 말할 권리는 북한 사람에게만 있다. 오씨를 배신자라 욕할 자격자도 북한 사람뿐이다. 그런데 북한 사람이 저렇게 댓글을 많이 달았을까? 아마 아닐 것이다. 짐작건대 대한민국 국민이 저랬을 것이다. 칼럼도 “북 정권에 호의적인 이들이 대한민국에 이토록 많을 줄 몰랐다”는 말을 하고 있다.
  
  백번 양보하여 오혜선 씨의 귀순이 북한을 배신한 것이다고 치자. 그렇다면 대한민국 국민이 북한 편에 서서 말하는 것 역시 대한민국에 대한 배신이다. 자기 역시 조국에 대한 배신자이면서 남한테 ‘조국에 대한 배신자’라 비난하는 게 어이없고 같잖다.
  
  저 자들은 “우리는 배신자가 아니다”며 우길 것이다. 그럼 거듭 양보하여 배신자가 아니다고 치자. 그러나 양다리를 걸치고 사는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양다리 걸친 자가 바로 배신자 아니랴. 대한민국의 혜택으로 먹고 입고 살면서 북한을 마음의 고향으로 삼은 자들이야말로 동서고금에 짝할 자가 없는 배신자이다.
  
  저 자들은 대한민국 국민이면서도 북한 편에 서 있다. 두더지꾼처럼 숨죽이고 지내야 할 처지건만 도리어 대낮에 댓글을 다는 자유를 누리고 산다. 오혜선 씨는 이런 자유가 없어서 귀순했다. 그러나 저 자들은 태어나서부터 이런 자유를 누리고 산다. 배신자가 될 필요가 없는 사람들인 것이다. 오혜선 씨는 필요에 의해 배신을 했지만 저 자들은 배신할 필요가 없는 배신을 했다. 누가 더 악질이고 저질인가?
  
  이런 계산이 싫다면, 오혜선 씨가 대한민국에 귀순했듯, 자기들도 북한에 귀순하면 된다. 마음의 고향이 가장 좋은 곳이요, 자기 이념대로 사는 게 행복이다. 왜 안 가나?
  
  나는 배신자라 하지 않고 박수를 쳐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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