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킬러 윤석열의 그랜드 슬램
보수(保守)란 무엇인가? 여러 의미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나라의 근간(根幹)이 되는 제도, 계층을 아우르는 그런 집단이나 세력을 일컫는 표현이다. 그러면 보수 대통령이란 무엇인가? 그 나라의 근간과 그것을 수호하는 계층을 대변하고 보호하는 것이 주된 임무인 사람을 말하는 것일 게다.
그렇다면 윤석열은 보수 대통령인가? 그렇지 않으면 보수 킬러인가? 이 시점에서 강하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윤석열이 유명해진 것은 이른바 ‘검란(檢亂)’ 때부터였다. 이명박 정부 시절 공안통이던 한상대 검찰 총장 체제에서 특수통이던 채동욱 차장이 한상대를 들이받아 찍어내기를 했던 사건이었다. 당시 검찰 총장실로 올라가 검사들의 중지(衆志)라면서 용퇴를 주장한 것은 특수통 행동대장격인 중진 간부 윤석열이었다.
이명박 정권은 후임 박근혜 정권이 의지대로 검찰총장을 임명하지 못하도록 제도를 하나 만들고 떠났다. ‘검찰총장 후보 추천위원회’라는 것이다. 그 결과 어부지리로 채동욱이 총장이 되었다. 알만한 사람들, 그러니까 김기춘 등이 채동욱 체제 등장을 우려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공안통을 들이받고 특수통 체제를 만든 채동욱은 공안의 상징인 국정원을 작살 낸다. 이명박 정부 말에 있었던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한 수사가 그것. 총장이 된 채동욱은 한(恨)풀이라도 하듯 윤석열을 2013년 국정원 대선 개입 수사 특별수사팀장으로 만들었다. 이 사건으로 우리 국정원이 그야말로 박살이 났다. 그 여파일까. 나중 일이지만 그 주역 중 하나인 권은희 전 수사과장은 우여곡절 끝에 지난 총선 전까지 국민의 힘 의원이었다.
검사 윤석열은 채동욱이 한상대에게 그랬던 것처럼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하면서 조영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의 지시를 거부했다. 정당한 지시를 받지 않고 국정원을 도륙하는 데에 매몰되었다. 직근 상급자였던 이진한 서울중앙지검 2차장에 대해서는 지휘라인에 있지 않다는 구실을 달며 무시했다. 윤석열은 당시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조영곤 중앙지검장을 공개 망신 주며 항명했다. 그뿐 아니라 윤석열은 당시 법무부 장관이던 황교안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국정원 댓글 사건을 축소 수사 지시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이때 조선일보는 교묘히 윤석열의 편에 섰고 국정원과 원세훈에 대하여 비판적이었다.
윤석열은 지난 탄핵정국 때 화려하게 부활했다. 그는 당시 국정원장뿐 아니라 우리나라 국군을 박살 내고 우리 기업을 박살 냈다. 전직 국정원장과 김관진,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 등 수 백 명이 구속되거나 수사를 받았다. 삼성, 롯데 등 여러 국가대표급 기업이 고통받았다. 이때도 윤석열은 조선일보의 열렬한 성원을 받았다.
그 공로로 윤석열은 문재인 정권 시절 초고속 승진을 하였다. 문재인 정권 당시 윤석열은 대통령 문재인과 대법원장 김명수의 장단에 맞추어 법원을 박살 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비롯해 보수적 대법관, 판사 여럿이 구속되거나 고충을 겪었다. 그 배경에는 이른바 징용공 문제, 위안부 문제가 있었다. 당시에도 조선일보는 양승태를 비판했으며, 문재인 정권의 징용공 문제 다루기에 대하여 중립적(?)인 한편 일본에 비판적이었다.
그렇게 검사 윤석열은 국정원, 국군, 법원을 박살 냈고 보수 대통령 2명을 감옥에 보냈으며,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1등 기업인들을 구속하는 등 대기업을 괴롭혔다. 현재 삼성이 대만의 한 기업에 뒤지는 것도 총수 이재용이 윤석열 검찰에 오랜 기간 시달린 탓이 크다.
자유대한민국을 지키는 보수세력. 그 보수세력의 근간인 국정원, 국군, 법원, 대기업을 박살 낸 윤석열은 또 하나의 보수세력을 박살 내려 하고 있다. 의료대란을 일으킨 것이 바로 그것. 의사들을 괴롭히고 있다. 이번에도 역시 조선일보는 윤석열 편에 서서 의사들을 때렸다. 국정원, 국군, 법원이 제도권 보수 상징조직이라면 대기업은 제도권과 공존하는 민간 최전선의 보수세력이다. 의사들은 무엇인가? 민간 풀뿌리 보수의 최후의 보루인 것이다.
윤석열이 의사집단까지 붕괴시킨다면 그는 자유대한민국 보수 근간을 거의 모두 허문 그랜드 슬램 달성자가 된다. 김정은이 김대중보다 윤석열을 더 좋아할지도 모른다. 윤석열은 끝내 보수 킬러로서 역사에 남을 것인가? 기어이 보수 파괴 그랜드 슬램 달성자가 될 것인가? 작금에 내가 묻고 싶은 것은 그것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