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2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약 81분간 회담했다. 이 자리에서 한 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대통령실 인적 쇄신과 김 여사 대외 활동 중단, 김 여사 의혹 규명을 위한 관련 절차 협조 등 3가지 요구에 더해 특별감찰관 임명 진행의 필요성, 與野醫政 협의체 출범의 필요성을 전달했다고 국민의힘 박정하 당대표 비서실장이 전했다. 韓 대표의 요구 사항에 대한 尹 대통령의 답변에 대해선 “제가 대통령의 답변, 반응을 말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했다. 반쪽 설명만 나온 것은 합의사항이 없는 듯, 안 좋게 끝난 것으로 보인다.
박 비서실장은 21일 밤 브리핑에서 “한 대표는 오늘 윤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나빠지고 있는 여론 상황, 이에 따른 과감한 변화와 쇄신의 필요성을 전달했다”고 했다. 또한 “(한 대표가) 우리 정부의 개혁 정책, 외교 안보 정책에 대해 지지하고 당이 적극 지원할 것임을 말씀드렸다. 다만 개혁의 추진 동력을 위해서라도 부담되는 이슈들을 선제적으로 해소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며 “이외에 고물가, 고금리 등 민생 정책에 있어서 당정 협력 강화에 대해서도 말씀드렸다”고 했다.
박 비서실장은 ‘윤 대통령이 한 대표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은 어떤 것이냐’는 물음에 “회동에 배석하지 않고 한 대표의 구술 내용을 받은 거라 답변을 드릴 수 없다. 용산에 확인해보라”고 했다. ‘한 대표가 회동에 대해 어떻게 설명했느냐’는 물음에는 “마치고 특별히 말한 것이 없다”고 했다. 면담을 마친 한 대표의 표정에 대해선 “해가 진 상황이라 표정을 확인 못 했다”고 했다. 역시 회담이 안 좋게 끝났다는 인상을 준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날 회동은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파인그라스 잔디밭에서 어린이정원 근처까지 약 10분 간 산책하며 시작됐다고 한다. 산책 중 윤 대통령은 같은 날 오전 경찰의 날 행사에서 ‘올해의 경찰 영웅’으로 기려진 고(故) 이재현 경장을 비롯한 4명의 경찰 영웅에 대해 말했다고 한다. 회담은 윤 대통령의 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교장관 접견,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의 통화 등 외교 일정으로 다소 늦게 시작됐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파인그라스 내부에서 마주 앉아 본격적으로 정국 현안에 관한 대화를 나눴다. 이 자리에는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배석했다. 한 대표는 건의 사항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진 빨간색 파일을 두고 윤 대통령과 대화에 나섰다.
대통령실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원탁에 앉지 않고 윤 대통령 맞은 편에 韓 대표와 鄭 실장이 앉아 훈계를 듣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국면 전환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결과는 상황 악화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16년 10월 박근혜 대통령이 놓였던 처지가 되풀이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