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8월30일자 보도
밴 잭슨(사진, 前 미국 국방장관실 자문역) 新미국안보센터(Center for a New American Security) 객원연구원은 2015년 2월25일 美 의회에 제출한 서면 증언에서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국”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잭슨 연구원은 “북한의 핵보유국화를 막겠다는 목표는 명확하고 가시적으로 실패했다”며 “북한은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서 핵무기 재고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는 상태이며, (선제적 핵공격에 대응하는) 생존가능한(survivable) 핵타격 능력을 확보하는 쪽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the regime is moving in the direction of establishing a 'survivable' nuclear capacity).
잭슨 연구원은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KN-08은 장소를 옮겨가며 발사할 수 있어 미국 정보자산들이 물리적으로 이를 찾아내 선제타격하기 힘들다”며 “이것은 미국의 기지들과 미국 영토를 잠재적으로 취약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만일 한국이 2010년 천안함·연평도 사건 때와는 달리 지속적인 위협행위를 용납할 수 없는 것으로 간주한다면 미국은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을 능력을 잃을 것”이라고 밝혔다.
잭슨 연구원은 이어 “북한의 핵위협을 관리하려면 우리는 ‘제한적 전쟁’과 그에 따른 계획을 준비해야 한다”며 “미국은 북한의 요구에 굴복할 수도 없으며 북한의 핵능력을 불능화하기 위해 예방적인 전쟁에 착수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공식이든 非공식이든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얻게 되면 향후 북한의 의무는 ‘核 폐기’가 아니라 ‘核 군축’이 된다. 현재 상황에서는 북한의 핵개발 자체가 NPT를 포함한 국제체제를 위반한 것이라는 논리로 핵시설 폐기를 압박할 수 있지만, 보유국으로 인정하고 나면 국제법상 핵무기 수량을 줄이라는 요구가 최대치가 된다. 2010년 이후 북한이 미국을 향해 줄기차게 “핵군축 협상을 하자”고 주장하는 것도 이러한 논리적 맥락에서다.
북한 핵문제를 원점으로 돌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고, 그 대신 중동 등 다른 국가로 확산되는 것을 막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인식이 국제사회에서 화두가 될 개연성이 높아진다. 문제는 미국 역시 암묵적으로 이러한 노선을 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실제로 北의 외무성 부상 박길연은 2013년 10월1일 UN총회 기조연설에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미국의 적대시 정책을 청산하는 것이며, 핵군축 협상을 조속히 개시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朴은 같은 해 9월26일 UN본부에서 열린 비동맹운동(NAM) 회원국들 간 UN고위급회의에서도 “전제조건 없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조선반도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지향하는 것은 우리의 변함없는 입장”이라면서 “핵군축을 실현하는 데 있어 세계 최초의 핵무기 사용국이며 최대의 핵보유국인 미국이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UN주재 북한대사 신선호도 같은 해 6월 기자회견을 자청한 자리에서 “미국의 적대적 위협이 계속되는 한 핵포기는 불가하다”면서 美北 대화를 통한 평화협정 논의 및 미·중·러를 포괄한 ‘핵군축’ 회담 등을 제안했다.
북한은 2011년 3월 제네바 군축회의에서도 “조선반도 비핵화(주: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고 세계적인 핵군축과 종국적인 핵무기 철폐를 추동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필재(조갑제닷컴) spooner1@hanmail.net
[관련 글] 中國이 核보유국이 되자 美國에 앞서 中國과 수교를 맺은 日本
<주> 아래는 2015년 6월25일 國會에서 열린 안보전략 세미나에서 발제한 記者의 토론문 가운데 일부이다.
북한은 2012년 12월12일 ‘대포동-2호’ 미사일의 업그레이드 모델인 ‘은하-3호’ 미사일을 발사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과 함께 인공위성 발사체 기술을 모두 보유하게 됐다.
과거 중국 공산당은 중소(中蘇)분쟁 과정에서 소련과 결별 후 미국, 소련, 영국, 프랑스에 이어 일본이 동경올림픽에 한 창 열을 올리던 1964년 10월16일 최초의 핵실험을 했다. 1967년 6월17일 中共은 수소폭탄 실험에 성공했으며, 1970년 4월24일 최초의 인공위성 발사를 성공시켜 ICBM기술을 획득했다.
1971년 닉슨과 키신저는 중국을 방문해 美中 ‘핑퐁외교’가 시작됐다. 같은 해 10월 중국은 UN에 가입하고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됐다. 이후 UN에서 대만(자유중국)이 축출됐다. 일본은 미국과 중국 사이의 관계정상화가 논의되자 미국에 앞서 1972년 中共과 수교를 맺었다. 그리고 미국은 중국과 1979년 외교관계를 정상화했다.
이 모든 것이 핵무기와 ICBM 개발에 성공한 이후 이뤄진 변화였다. 美北 직접협상을 통해 핵보유국의 지위를 얻으려는 북한이 가고 있는 길은 과거 중국이 핵무기와 ICBM을 개발한 뒤 국제사회에 등장했던 바로 그 길이다.
핵은 절대무기이자 정치무기이다. 북한의 핵은 남북의 군사력 균형을 결정적으로 붕괴시키고 한국을 졸지에 '전략적 피그미'로 만들어, 한반도의 자유통일은 사실상 불가능하게 하는 반면 점차 한반도 전체를 적화(赤化)의 길로 끌어갈 가능성이 높다.
무릇 통일은 어떤 형태의 통일이건 간에 궁극적으로 ‘군사통합’으로 매듭지어진다. 핵을 보유한 집단은 경제적으로는 어려움(예: 북한)을 겪어도 정치-군사적으로는 붕괴되지 않는 특성(예외 舊소련)이 있다. 경제이슈로 북한을 보는 소위 전문가들의 예측이 항상 틀리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오히려 우리는 지금 북한과 남한 좌익에 의한 ‘남한급변사태’ 가능성에 예의 주시해야 한다.
북한은 가까운 장래에 엄청난 수의 핵탄두를 보유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핵무기는 대한민국의 미래에 사활이 걸린 치명적이고 불안정한 위협이다. 이러한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일본 등 우방국 간의 보다 적극적인 군사협력 체제의 구축이 필요하다. 김정은의 3대 세습이 성공할 것이냐 실패할 것이냐를 두고 ‘갑론을박(甲論乙駁)’을 하는 것은 시간낭비일 뿐이다. 북핵 문제는 이제 다른 대안이 없다. 핵에는 핵으로 답하는 것이 원칙이다. 미국의 전술핵을 한반도에 재배치하던지, 아니면 자체 핵개발을 하는 수밖에 없다. 국가지도부는 대한민국의 명운이 이처럼 백척간두(百尺竿頭)로 치닫고 있음을 자각하고,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다각도에서 검토하고 대비해야 할 것이다. 한반도의 결정적인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우리에게 주어진 時間이 그리 많지 않다.
김필재(조갑제닷컴) spooner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