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린 소리처럼 들리는 웅장한 현악기의 연주가 시작된다. 곧이어 거대한 자막이 등장한다. 새로 나온 액션영화의 예고편을 방불케 하는 도입부였다. 그동안 이어져온 韓日 레이더 갈등에 우리 국방부가 공개한 이른바 ‘반박 동영상’의 내용이다. 국방부는 반박 동영상이라며 4분26초짜리 영상을 1월 4일 유튜브에 공개했다. 처음 30여초는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의 발언으로 시작, 영화 예고편이 시작하듯 동영상이 시작됐다. 이내 동영상이 끝날 때까지 배경음악과 자막이 난무했다. 그동안 반박 동영상을 곧 공개할 것이라며, 국민들의 기대치를 잔뜩 올려놨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허탈함에 사로 잡혔다.
일본이 초계기에서 촬영한 동영상처럼 우리측도 무언가 광개토대왕함에서 촬영한 영상이 있을 것으로 사람들은 기대했다. 그런데 광개토대왕함과 함께 구조에 임했던 해경이 촬영한 약 12초 분량의 영상만 짧게 삽입이 된 게 전부다. 그마저도 영상 속에서 일본 초계기가 어디에 있는지를 표시하는 노란색 동그라미 없이는 일본 초계기가 잘 보이지도 않는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길거리 등에서 공중을 날고 있는 헬리콥터 등을 바라 볼 때 보는 정도로 원거리임을 단박에 알 수 있다. 앞서 필자가 분석한 위협비행 성립요건을 확인해보면, 이것이 위협비행이 아님을 국방부 스스로 자백한 꼴이다.
위협비행 성립요건에 대한 분석내용 주소
https://kimdongyon.wordpress.com/2019/01/03/rok-jpn-offensivemaneuver/
광개토대왕함의 사격레이더 운용에 일본이 발끈한 이유 분석 주소
https://kimdongyon.wordpress.com/2018/12/28/rokjapn-missile-lock/
국방부, 일본의 국제민간항공기구 ICAO의 법으로 따지지 말라는 건 도대체 무슨 논리인가?
국방부가 해석한 국제민간항공기구 부속서, 항공협약/ ICAO Annex 2: Rules of the Air 의 조항도 상당히 잘못된 방향으로 이해하고 있다. 일본이 사용한 국제법 조항은 민간항공기에 적용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이번 사건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반박 동영상에서 하고 있다. 그러면서 일본이 국제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한다며 비판한다.
그러나 민간항공규정이라고 할지라도 ICAO는 UN(유엔)의 산하 조직으로서 국제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국제항공기구이며, ICAO의 규정을 토대로 全세계 모든 국가의 항공관련법을 제정하고 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사건이 발생한 지역은 한국과 일본 두 나라의 문제가 대립되는 상태이기 때문에 이런 경우 국제법을 기초로 해석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만약 이번 사건을 국제형사재판소(ICC) 및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이 내용을 회부하는 경우에도 ICAO의 규정은 국제적 분쟁해소에 기초가 될 수 있는 법이다.
국방부의 주장대로, 국제민간항공법을 적용하지 않고 이번 사건을 본다면 어떨까? 만약 국방부가 민간항공법이라 폄하하며, ICAO의 규정을 적용하지 않을 경우 도리어 일본의 입장은 매우 유리해진다. 왜냐하면 일본 초계기의 근접비행이나, 당시 비행에 대해 우리 국방부가 주장하는 위협비행에 대해서도 항의할 명분과 모든 법적 근거가 사라지게 된다. 그냥 국방부 혼자만의 주장일 뿐이다.
마치 이것은 두 명의 사람이 길거리에서 멱살을 쥐고 싸움을 하게 되었는데, 한쪽에서는 형사법 등을 토대로 쌍방과실인지 정당방위인지 따지자고 한다. 그런데 다른 한쪽에서는 “이보시오. 이 문제는 우리 둘만의 문제이니 법 없이 따져봅시다”라는 터무니없는 엉터리 주장을 하는 셈이다. 지금 한국의 주장이 後者다. 경찰서를 가든, 법원을 가든 양측의 사건을 따지는 데 법없이 따지자고 주장하는 것은 상식적으로나 민주국가(국민)으로서 이해가 되지 않는 엉터리 궤변을 늘어놓는 셈이다.
국방부의 말대로 이번 사건을 민간항공기구(ICAO)의 항공법 없이, 오로지 군사법을 토대로 따져본다면 어떨까? 과연 이것이 우리 국방부에 유리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렇게 되면 국방부는 스스로 제 무덤을 파게 된다.
국방부의 말대로 이번 사건을 민간항공기구(ICAO)의 항공법 없이, 오로지 군사법을 토대로 따져본다면 어떨까? 과연 이것이 우리 국방부에 유리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렇게 되면 국방부는 스스로 제 무덤을 파게된다.
광개토대왕함이 북한 선박을 구조한 해역은 국제항공법으로보나, 국제해상법으로보나 일본의 영해와 일본의 영공에 더 가깝다. 당시 구조지역은 일본의 배타적 경제수역(Exclusive Economic Zone)에 가깝거나 해당되는 지역이다. EEZ는 연안으로부터 200해리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법이 아니라 일본의 군사법이나 일본법 등으로 따지면 모든 사안이 일본에 유리할 수 밖에 없다. 광개토대왕함이 구조한 지역은 엄연히 우리나라의 방공식별구역이 아니라 일본의 JADIZ(방공식별구역) 안에 들어갔다. 또한 일본의 군사임무지역 혹은 군사작전공역 (MOA, Military Operations Area)에 가깝거나 해당될 수 있다. 이러한 공역 안에 침범한 모든 선박이나 항공기에 대해서는 순수하게 일본의 독자적 판단만으로 모든 조치가 가능하다.
실제로 미국이 운용하는 항공모함의 경우 母船 주변 약 20~40마일 이내에 접근하는 모든 항공기에 대해서는 우방국이나 동맹국의 항공기(군용기 포함)라도 사전에 허가를 득하지 않았다면, 미국 항모는 자의적으로 격추시킬 수 있다. 이것에 대해서 국제법적으로나 군사법적으로나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처럼 일본 JADIZ 내로 사전 허가없이 들어온 광개토대왕함을 일본이 공격했더라도 우리는 할 말이 없다. 여기서 일본이 국제민간항공법을 들어준 것은 그나마 우리에게 우방국이라 점잖게 나온 셈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 국방부는 일본 방공식별구역(JADIZ) 내에 군사공역(MOA) 등으로 진입해 놓고서 도리어 큰소리치며 국제민간항공법으로 따지지 말라고 말하는 것은 도대체 무엇을 기준으로 따지자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다. 그냥 양쪽 중 목소리 큰 쪽이 이긴다는 계략인 것인지. 아니면 아예 일본의 군사항공법으로 따져달라며, 우리의 패까지 넘겨주겠다는 말인지 이해할 수 없다. 국내분쟁이나 갈등에서 법을 기초로 하는 것은 당연한 논리다. 기준에 준하여 판단하는 것은 기본중에 기본이다. 특히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은 헌법을 가지고 있는 공화국으로 문제가 있을 경우 헌법을 토대로 문제를 따지는게 우선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 정부의 주장은 법도 무시하고 따지자는 논리다.
일본이 무섭게 나오면 이렇게 할 수 있다. ICAO의 Annex 2 조항에서는 “For flights in some portions of the airspace and at low altitudes, and for helicopters, the requirements are less stringent” 라는 부분을 삽입하여 예외 사례가 있을 수 있음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이 부분을 우리말로 해석하자면, “특정 공역(airspace) 및 저고도에 대해서는 회전익기 등에는 이 요구조건을 충족시킬 필요가 없다”라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 이 말은 일본이 이 조항을 근거로 2가지 조건을 충족시키면서 우리를 압박할 수 있다. 첫째 특정공역에 당시 구조지역은 성립한다. 둘째, 우리의 주장대로 민간항공법이기에 일본 군용기는 자동적으로 법 준수에 해당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일본은 군용기(초계기)이기 때문에, 또 구조현장이 일본의 군사 공역 혹은 구조구역(앞서 말한 특정 공역)이었기 때문에 일본이 고도 150 미터 이하로 내려왔어도 우리측에서는 할말이 없다. 일본 초계기가 광개토대왕함에 더 가깝게 비행했어도 우리는 할말이 없다. 자기네 집 안방에서 무엇을 해도, 그 안방으로 들어간 우리는 어떤 경우에도 약자다. 이런 상태에서 일본 초계기가 국제항공법을 준수하며 비행한 것은 다행인 것이고, 우방국에 최대한 예의를 갖춘 셈이다.
그런데 지금 국방부는 이런 일본에 “우방국간의 예의고, 법이고 다 집어치우고 따져보자”며 도발한 셈이다. 이제부터 일본이 일본의 군사항공법을 들이밀기 시작하면, 이번 갈등에서 명백한 패자는 우리가 된다.
몸집이 3000여톤에 달하는 광개토대왕함이 일본의 아음속 초계기 때문에 진동을 느낄 수 있나?
반박 동영상에서 국방부는 당시 광개토대왕함 함조원들이 진동을 느낄 정도로 위협했다고 주장한다. 일단 진동 등의 느낌은 개인별 민감도에 따라 다르게 느끼는 주관적 요소일 수 있다. 이것을 객관적으로 분석하려면, 일단 P-1초계기의 제원과 당시 비행과정을 토대로 합리적으로 분석으로 접근해야 반박이 가능하다.
P-1 초계기는 여타 전투기가 아니라 P라는 문자, Patrol은 초계 및 정찰 등에 적합하게 만들어진 기체라는 의미다. 따라서 날개의 모양부터 저익기이자 테이퍼익에 가까운 후퇴익기에 가깝다. 즉 기체의 특성상 고속 비행보다는 안정적인 비행을 염두에 두고 개발된 기체라는 말이다. 이런 기체는 초음속비행보다는 아음속 비행을 주로 한다. 실제로 P-1의 최대 속도는 마하(음속)를 넘지않는 시속 900여 킬로미터다.
뿐만 아니라, 엔진도 4발을 장착하여 기체 안전성과 생존성이 높은 기체로 전투기 대비 급기동이 어렵고 무겁다. 이런 항공기로는 광개토대왕함에서 진동이나 함조원들에게 피해를 줄 만큼의 비행을 하기 어렵다. 보통 진동이나 진동을 넘어서 군함의 유리창 등을 깨버리는 정도의 피해를 주려면 초음속 전투기가 적합하다.
이런 전투기는 광개토대왕함에 가깝게 날아가 그 바로 옆에서 음속돌파를 위한 급가속을 할 경우 함조원들이 진동이나 귀의 고막이 터질듯한 고통을 받게 된다. 이런 급기동에서 사용하는 것이 전투기의 애프터 버너(A/B, After-burner)다. 애프터 버너를 사용하는 기동정도를 해야 몸집이 3000여톤에 달하는 광개토대왕함에서도 강한 진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애프터 버너를 사용할 수도 없고, 마하 이상으로 비행이 불가한 일본의 아음속 초계기 때문에 진동을 느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주장이다. 이런 피해를 봤다면, 도리어 당시 피구조자인 북한의 소형 선박에서 진동을 느꼈다는 게 합리적 추론이다. 상대적으로 작은 진동 등에도 취약한 규모의 선박인 탓이다.
지금 국방부의 주장은 마치 “대형 덤프 트럭 운전수가 주변을 지나가던 소형 경차 때문에 트럭 안에서 땅이 요동치는 충격을 받았다”는 소리와 같다.
위협비행은 앞선 필자의 분석칼럼에서도 말했지만, 필히 충돌(collision)까지도 염두에 둔 초근접 비행이다. 따라서 거리가 500미터 밖에서 비행한 아음속 초계기 때문에 피해를 봤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우리가 명절 귀성길을 촬영하는 방송사의 헬기를 고속도로에서 바라 보는 거리가 보통 500미터 내외의 거리이자, 고도 150미터 정도에 해당한다. 이러한 방송사 헬기의 기동때문에 고속도로 차 안에 있던 사람들이 진동을 느끼고 피해를 보았다는 경우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