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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前 사무관을 ‘쓰레기’로 비아냥대는 인터넷 카페에 반박 글을 올려봤더니… 이 시대 가장 큰 敵은 거짓과 선동인 것 같다. 조샛별(조갑제닷컴)  |  2019-01-08
필자가 회원 가입 되어 있는 네이버 카페에 ‘신재민 폭로 사건’ 관련 글이 올라왔다. 이 카페는 주로 여자 회원들이 많은데, 육아, 패션, 쇼핑정보 등이 많은 카페다. 정치 관련 글이 올라오면 거의 문재인 지지 성향이다. 보수 우파의 주장은 거의 난도질당하는 분위기의 카페다.
  
  한동안 정치 글이 거의 올라오지 않았었는데, ‘신재민 사건’ 관련 글이 올라왔길래, 읽어보았다. 제목이 “[펌] 신재민 폭로‘쇼’ 요약 (feat. 뼈부수는 트윗들)”이었다. 내용은 거의 신재민의 주장을 조롱하는 것이었다. KT&G 사장 교체, 적자국채 발행이 모두 결국엔 일어나지 않은 일인데 뭐가 문제냐는 것이다. 정부의 정상적인 정책 조율 과정일 뿐, 문제가 없는데 언론이 신재민과 결탁해 정부를 공격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신재민 사무관에 대한 인신공격성 글들을 편집해 올렸는데, 트위터 등 여러 SNS에서 퍼온 글들이었다. 거의 조롱, 비난, 비아냥의 내용들이었다. 몇가지 소개하면 이렇다.
  
  1. 신씨 행적...
   - 기재부 때려침
   - 할만한 게 뭐가 있을까 하다가 강사 계약
   - 메가스터디에서 계약금 받고 잠적
   - 기재부 3년 월급+계약금 얻다 썼는지 지금은 고시원 거주
   - 메가스터디의 압박, 법적조치 언급
   - 갑자기 유튜브에서 폭로전으로 마케팅, 학원홍보 및 개인후원 요청
   (동영상에 학원 로고 노출)
   - 일이 커짐
   - 자살 소동
   (아침 일찍 유서 및 지인들에게 문자,
   그리고 모텔에서 아이피 추정 가능하게 고대 사이트 글,
   경찰과 소방관 오자 갑자기 자살인 척 행동,
   결론 이래봐야 목에 약간의 찰과상)
  
  2. 신재민 돼지새끼 찢사모란 증거??
   “난 핸드폰 없다”(지가 카톡 내용이 증거라고 떠들고)
   검찰 조사 들어가니 핸드폰 없다 ZZ
   이거 어디서 많이 보던 장면 GG
  
  3. 이게 우연일까?
   5월 심재철, 기재부 KT&G경영권 개입 의혹 제기
   7월 심재민 메가스터디와 강사 계약, 한달 후 연락두절 잠적
   9월초 심재철 의원실, 기재부 재정정보시스템 무단 열람
   12월31일 운영위 조국 출석 앞두고 5월 제보자가 신재민 본인이라고 밝히며 의혹제기
  
  4. 심재민 요약
   행시패스 뉴라이트가 기재부 근무시 뻘짓하다 감찰받고 고대 동문들이
   힘써줘서 명퇴 후 메가스터디와 계약 맺고 6개월 동안 룸빵가서 양주 쳐 마시다
   카드 빵구나서 공익제보자 코스프레하다 정체가 들통나자 한강갔는데
   물이 넘 추워보여 폰만 던지고 여관서 늦잠자다 경찰 출동 ZZZ
  
  필자는 신재민 전 사무관이 올린 폭로영상 두 편과, 기자회견 풀 영상을 모두 보았다. 영상에서 신 씨는 자신이 기재부를 그만두게 된 배경, 이제 와서 이런 폭로를 하게 된 배경, 메가스터디 광고를 영상에 붙이는 이유 등을 상세히 설명했다. 그 전후사정이 충분히 납득이 될 정도의 설명이었다. 시종일관 밝은 분위기로, 당당하게 설명한 영상이었다. ‘이제는 먹고 살아야 되기 때문에 이렇게 폭로하고 부채의식을 덜어낸 이후에 강의든 다른 어떤 일이든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는 그의 떳떳한 고백은 신선했다. 그리고 ‘공무원으로서의 양심을 가지고 봤을 때 정책 결정 과정에서 느꼈던 부당함’을 지적하는 그의 주장은 진실되게 느껴졌고, 또 실무자로써의 현장감과 구체성이 느껴졌다.
  
  그런데 느닷없는 자살 시도는 뜻밖이었다. 유튜브를 통한 고백과 언론 보도, 기자회견에 이르기까지 신 씨가 보여왔던 일관된 당당함과 유쾌하기까지 한 모습에서 ‘고발자’로서의 고통은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무엇이 그렇게 당당하고 밝았던 신 전 사무관을 극단적인 선택으로까지 내몰았을까? 까페에 올라온 글을 읽어보니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문재인 지지자들에게 ‘신재민’이라는 인물은 그저 물어뜯어야 할 대상일 뿐이다. 그가 스스로 밝힌 모든 행적들이 그들에겐 모두 조롱거리였다. 수년을 공부한 이후 행정고시 패스, 그것도 더 어려운 재정분야 5급 공무원 직을 ‘때려친’ 후 그가 겪었을 방황은 “6개월 동안 룸빵가서 양주 쳐 마시다 카드 빵구”라는 표현으로 조롱당했다. ‘한번이라도 신 씨가 올린 영상을 본 것일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영상을 봤다면 적어도 이런 식의 비아냥은 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저 ‘더 나은 공무원 사회가 되길 바랬다’는 순수한 동기와 어렵게 낸 용기가 ‘언론과 결탁한 미친XX의 정신나간 짓’으로 치부되는 것에 분노가 일었다. 그래서 필자도 처음으로 카페 게시판에 반론 글을 썼다. “신재민씨가 한 일이 인신공격성 조롱을 당할 만큼의 잘못이었나요?”라는 제목으로 올렸다.
  
  『신재민씨 유튜브 폭로 영상을 다 봤습니다.
  문재인 정부 지지자였고, 이 정부가 잘 되기를 바랬던 사람이고
  국가재정 및 관리, 국고채 발행을 관리하는 핵심 실무자로써 일하면서 느꼈던 정책결정 과정의 비합리성, 정치적 판단으로 국가재정이 좌지우지되는 부분을 문제제기 한 건데, 이런 것조차 수용하지 못하면서 '포용'을 외치나요?
  
  어디서 퍼오셨는지 모르겠지만,
  내용에서 심각한 오류들이 많네요.
  
  국가재정법 90조에는 세수잉여금으로 우선적으로 국채부터 갚게 되어 있습니다.
  재정운용 측면에서 국채발행 할 수 있다구요? 가능하겠죠.
  전적으로 기재부 권한입니다.
  
  문제는 2017년 11월, 한달 남은 상황에서
  그해 세수는 상반기에 이미 15조를 초과했고
  채권 발행은 한도 28.7조 원 중 이미 20조가 발생된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적자국채'란 국채중에서도 그 용도가 '세입보전용'이라고 정해진 국채입니다.
  즉, 그야말로 부족한 세수를 메우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입니다.
  세수가 15조가 남아도는 연말에 이런 국채를 발행하라는 주문이 정상적인 겁니까?
  
  그리고 이런 정책 조율 또는 압박 과정에서 어떤 일이 있었느냐?
  17.11.14. 채권시장 개점 이래 유래가 없는 사건이 있었죠.
  정부는 이미 10월, 한달 전 17.11.15.자로 1조원 채권 바이백(조기상환)을 공시했습니다.
  그런데 11.14. 그것도 장마감 10분전인 오후 3시20분 단 한줄짜리 공고문을 게시판에 띄워서 다음날 1조원의 바이백을 취소합니다.
  
  정부의 바이백에 의무적으로 응해야 하는 국고채 전문딜러들은 시장에서 매입한 국고채를 떠안고 이날 10분 사이에 치솟은 채권금리,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가격 하락으로 대규모 평가손실을 봤습니다. 물론 딜러들이야 그날 손실도 다른 날 만회하면 되겠지만, 다른 시장 참여자들이 입은 손실은 적은걸까요? 선물투자자자들, 외국인 투자자자들…이날 황당한 투자자들이 공고문에 적힌 기재부로 전화했지만, 정확한 해명도 안했습니다.
  
  그날의 사건에 대한 관련뉴스는 17.11.15전후 기사를 찾아보시구요.
  이유도 모른 채 당했던 시장 참여자들이 이번 사건으로 그 배경을 알게 된 겁니다.
  
  핵심은, 2017년 하반기 상황에서 적자국채 발행을 검토한 것도 비합리적인데,
  그게 신재민씨 주장대로 정치적 이유 때문이라면 더더욱 국가재정이 정치적 판단으로 좌우되기에 황당한 것이구요. 이런 정책 혼선과 갈등 사이에서 실제, '대형사고'가 벌어졌다는겁니다.
  
  신재민씨의 영상을 보시면, 담당 실무자로써 이런 과정에서 피해를 입은 시장 참여자들에 대한 미안함도 표현하고 있습니다.
  
  저는 일련의 과정을 보면서,
  이 정도의 문제제기도 너그럽게 수용하지 못하는 정치권이 너무나 한심스럽습니다,
  더군다나 '기밀누설'로 고발이라뇨?
  
  이런 문제제기를 좀더 발전적으로 수용하고, 앞으로 합리적 의사결정에 노력하겠다, 청와대 비서관이 권한을 넘어 압력을 행사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 행정부처의 전문적 의사결정과 정책수립을 보장하겠다…등 통큰 모습을 보여주는 게 훨씬 낫지 않았을까요?』
  
  사실 글을 올리면서, 얼마나 많은 악플이 달릴까를 각오했었는데, 의외로 8건의 댓글이 달렸을 뿐이다. 그것도 필자가 올린 글에 대한 반박 내용은 전혀 없었다. 그냥 팩트 앞에 조용해진 것인지, 무시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약 2천 건의 조회수에도 불구하고 공격적인 댓글은 거의 없었다.
  
  물론 ‘신재민 폭로쇼 요약’이라는 처음 글에는 해당 글에 동조하며, 함께 신재민을 ‘쓰레기’로 몰아가는 비난과 조롱 섞인 댓글이 25건 정도 달렸다. 대부분 사실 여부를 따지는 내용이 아니라, 신재민 개인을 감정적으로 ‘재수없다’, ‘정신나갔다’고 비난하는 글이었다.
  
  여전히 문재인 지지자들에겐 ‘사실’보다 ‘진영논리’가 지배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무리 과거에 문재인 정부를 지지했던 자라도, 그의 주장이 문재인 정부에게 불리하면, 그는 그냥 ‘쓰레기’ 취급을 받는다. 김태우 수사관도 신재민 전 사무관도 그들에겐 직시하기 싫은 ‘못마땅한 사실’이기 때문일 것이다. ‘진실’을 마주하며 ‘개선점’을 찾는 것보다 집단적인 비아냥이 압도적인 SNS 공간에서, 신재민 전 사무관이 왜 극단적인 시도를 할 수밖에 없었는지가 충분히 이해되고도 남았다.
  
  우파 보수진영 안에서도 ‘사실’보다는 ‘신념’에 경도되어, 그저 보수진영에 불리한 ‘진실’을 말하면 ‘위장우파’, ‘고정간첩’으로 매도하는 ‘선동세력’을 접하게 된다. 이 시대 가장 큰 敵은 거짓과 선동인 것 같다.
  
  
  
삼성전자 뉴스룸
  • 갈천 2019-01-08 오후 7:22:00
    그런데 지난번 삼성바이오 회계처리부정 판정에 대한 비판은
    사안이 복잡해서인지 너무 길고 복잡하여 이해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 갈천 2019-01-08 오후 7:17:00
    조샛별님. 이렇게 차분히 정리해 놓으시니 신재민의 설명보다도 훨씬 더 이해가 쉽습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전공인 실물경제 실력이 돋보이는 군요.
    경제를 전문으로 하는 펜앤 보다도 훨씬더 자세하고 논리적입니다.
  • 自由韓國 2019-01-08 오후 6:58:00
    그 카페 어딘지 알거 같습니다 네이버에 유명한 카페 있지요
  • love 2019-01-08 오전 10:56:00
    신재민씨도 특정인을 마녀 사냥하기 위한 광란의 촛불집회에 참석했듯이 이땅의 좌파들 거짓 선동에 넘어가는 사람이 그 많큼 많다는 얘기다! 지난 세월호 사건때 추모집회에 참석하고 성금까지 낸 어느 대리 운전기사가 당시 민주당 국회의원에게 당한 사례도 마찬가지! 지금도 북한에서 죽지못해 생지옥의 고통에 신음하는 북한 인민들도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고 김일성 일당의 선동에 넘어가 침묵한 결과 그렇게 되었다! 우리도 그간 좌파 인간들이 보인 후안무치! 내로남불, 문재인 정권의 난맥상을 보고도 정신 못차리면 그렇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자유민주의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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