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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중한 김정은의 방탄벤츠를 둘러싼 검은색 차량과 모터사이클의 정체 김동연(공개정보분석가)  |  2019-01-12

방중한 김정은의 방탄벤츠를 둘러싼 검은색 차량과 모터사이클의 정체

-회담때마다 새로운 고급차량 선보이던 김정은 자세 낮췄나?

-북중간 우정 과시한 모터사이클 에스코트?

hongqi h7
빨간색 원 안에는 중국산 고급세단 홍치 H7, 파란색 원 안에는 북한 김정은의 벤츠 S600 풀만가드 사진

김동연 공개정보분석가

미국의 대통령이 해외 순방때마다 반드시 가지고 가는 것이 있다. 바로 자동차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전용기 안에 대통령 전용차, 캐딜락 원 (Cadillac-One) 을 실어간다. 영국의 총리도 미국과 유사하게 영국의 자존심이라 불리는 영국산 롤스로이스 차량을 가지고 다닌다. 실어가지 못하는 경우에는 현지 영국 대사관에서 보관중인 영국산 VIP 차량 (롤스로이스, 벤틀리, 랜드로버, 재규어) 을 사용하고 있다.

중국이 G2에 반열에 오른 뒤, 시진핑도 해외 순방때마다 중국산 자동차를 가지고 다닌다. 중국판 롤스로이스라 불리는 홍치 (Hongqi, 紅旗) 라는 중국산 럭셔리 브랜드의 자동차다. 홍치는 우리말로 하면 붉은 깃발이란 뜻이다. 중국 공산당을 상징하는 의미로도 쓰이며,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중앙이론기관지의 이름이기도 하다.

시진핑은 홍치의 L5를 타고 등장해 한때 세간의 주목을 끌었던 바 있다. 특히 레트로 풍의 라운드 형태의 헤드라이트는 나름 중국만의 독창적 디자인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전반적인 디자인 모티브나 전장 장비 등은 유럽산 럭셔리와 유사한 것이었다. 시진핑의 이런 행보를 두고 해외 언론에서는 시진핑의 중국차 공개 마케팅이라고 평한바 있다. 시진핑이 애용할정도로 신뢰할 수 있는 럭셔리 자동차를 중국도 만들 수 있음을 순방중 자연스럽게 알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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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단은 독일 마이바흐 벤츠가 공개한 컨셉트 카, “비젼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6.” 하단은 중국 홍치가 공개한 홍치 컨셉트 카다. 중국의 컨셉트 카를 두고 마이바흐와 유사하다는 말이 자동차 업계에 돌기도 했다.

북한, 롤스로이스 공개이후 국제사회 비난과 제재 목소리 커지자, 전용차 간소화 한 듯…

이런 가운데 중국을 방문한 김정은 곁에서 시진핑의 럭셔리 차량이라 불리는 홍치가 등장했다. 김정은의 통치중 4번째 방중인 김정은의 경호지원차량으로 중국산 홍치 H7을 투입시킨 것이다. 지난 3차 방중때와 마찬가지로 김정은의 벤츠 차량을 앞뒤로 중국산 홍치가 호위하는 구성이었다. 김정은은 지난 방중때와 마찬가지로 W221기반의 메르세데스 벤츠 S600 풀만가드를 사용했다.

김정은은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방북했을 당시 전에 공개한 적 없던 영국산 롤스로이스 세단을 타고 등장한 바 있다. 이후 유엔(UN)은 김정은의 고급 사치품 중 하나인 자동차에 대한 대북제재를 강화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러한 국제적 여론 분위기를 의식한 탓인지, 김정은은 이번 방중에는 벤츠 S600 풀만가드를 타고 등장했으며, 싱가포르 회담과 문재인 대통령 방북때, 문 대통령의 의전차량으로 제공했던 마이바흐 62S 는 대동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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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회담때 김정은의 벤츠 S600 풀만가드 뒤를 따르던 마이바흐 62S 다.

필자는 앞선 여러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공개한 차량들을 분석한 바 있다. 1차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은 에스코트 차량으로 벤츠의 최고급 SUV인 G Wagon (지바겐)을 공개했고, 싱가포르 회담때는 처음으로 마이바흐 62S로 추정되는 차량을 공개했다.  해당 차량은 벤츠가 영국산 롤스로이스에 대항하기 위해 시장에 내놨던 차량이다. 이후 폼페이오의 방북때는 롤스로이스 팬텀을 공개하기도 했다. 매 회담이나 중요 행사때마다 어떤 차를 가져올지 기대를 모으게 한 김정은이 이번에는 자세를 낮춘 것으로 보인다.

홍치는 중국의 자동차 그룹인 FAW 그룹 예하에 속한 자동차 메이커다. FAW 그룹은 중국에서는 가장 오래된 자동차 회사 중 하나다. 예하에는 홍치 외에 베스턴 (Besturn) 이라는 메이커가 있다. FAW는 중국 정부가 운영하는 국영 자동차 기업이기 때문에 FAW가 예하 브랜드에서 만든 자동차 대부분은 정부 관용차로 보급된다. 일부 모델은 시중 유통을 하기 전에 정부에 먼저 납품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홍치 H7의 경우도 2013년 판매가 시작되기전부터 일부 물량이 정부에 먼저 납품된 바 있다.

홍치 H7는 대형세단으로 2013년 출시되어 현재까지 판매중이다. 차량의 크기는 렉서스 GS와 유사한 급이다. H7은 기존 홍치 HQ3의 후속버전으로 전세대와 현세대 차량 모두 일본 토요타의 5세대 (S200) 크라운 마제스타의 모델을 개량 판매한 차량이라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크라운의 플랫폼을 적용, 프론트 엔진 후륜구동 기반 차량이다. 일본에서는 오랫동안 뛰어난 고급세단으로 정평이 나 있는 크라운 차량을 토대로 만들었기에 여타 중국산 차량보다는 성능이 괜찮은 편이다. 중국은 여느 공산국과 마찬가지로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 외국 기업과 합작형태 (Joint venture) 를 설립해야 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홍치를 비롯한 중국의 많은 자동차 회사들은 외국 자동차 회사와 합작 기업을 차린뒤 해당 업체와의 기술력 제휴 등을 통해 발전해 오고 있다. 이 홍치 H7도 일본 등 해외 자동차 제작 기술을 상당부분 흡수했다 볼 수 있다. H7의 엔진은 토요타 크라운 마제스타와 1800cc, 2000cc 4기통 터보 가솔린 엔진 그리고 3000cc V6 가솔린 엔진을 공유한다.

중국은 일본뿐 아니라 유럽의 유수 자동차 기업과도 합작하여 해당 기술 등을 흡수한 바 있다. 이 때문에 홍치 안에서 제작된 차량 라인업도 통일성 없이 특정 모델은 미국산 차량, 일본산 차량 등의 플랫폼 등을 공유하는 식이다. 즉 하나의 브랜드 안에서 각기 다른 국가의 차량을 기반으로 라인업을 꾸리고 있다.

홍치 H7을 두고 영국의 유명 자동차 전문지 에서는 차량의 후면부는 아우디를 닮았고, 실내 편의 장비는 벤틀리를 연상케 한다고 했다. 그러나 종합적인 평가는 주체적 독창성이 없어, 경쟁모델인 아우디 A6와 BMW 5 시리즈보다 떨어진다고 평했다. 2리터 터보엔진의 성능도 기대 이하라고 평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해외 자동차 매체에서는 중국차는 여기저기서 기술과 디자인 등을 가져와 짬뽕한 것 같다는 비판도 있다.

남북 정상
사진 상단 왼쪽 빨간 원 안의 모터사이클과 사진 하단의 빨간 원 안의 모터사이클은 모두 중국산 CF Moto의 650 TK/TR 모델이다.  사진 상단은 김정은의 4차 방북, 하단은 문 대통령의 방북때다.

북중의 단결력을 입증한 모터사이클 에스코트

이번 방중에서 주목해야할 또 다른 부분은 바로 김정은의 자동차 행렬을 선두에서 이끌었던 모터사이클 무리였다. 지난 문재인 대통령의 방북때도 북한은 비슷한 형태로 김정은과 문재인 대통령을 태운 차량 앞을 모터사이클 무리가 호위한 바 있다.  그 호위하는 모양새뿐 아니라 에스코트에 사용된 모터사이클 기종까지 일치한다.

에스코트에 사용된 모터사이클은 중국 CF Moto 사에서 제작한 CF650 TK/TR 모델이다. 모터사이클의 외관만 보면 우리 경찰들이 사용하는 BMW 1200RT 모터사이클 처럼 디자인이 비교적 우수하다. 이는 CF Moto가 유럽 오스트리아의 유명 모터사이클 제작사인 KTM 과 합작하여 중국시장에 진출했기때문이다. 따라서 CF Moto는 KTM이 제작한 모터사이클의 이름만 바꿔 중국 시장에 판매하거나, 일부 모델을 개량해 판매중이다.

CF650 TK/TR 모델 역시 KTM의 기술력이 상당부분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북한이 모터사이클 의전분야에서는 형과 동생처럼 하나로 뭉쳐져 있음을 이번 김정은의 방중을 통해 재확인할 수 있었다.

약 90년대 말부터 현재까지 몇 정권의 친북 유화정책을 통해 북한은 자동차 산업부분에서 한국의 기술력 등을 상당부분 전수받아왔다. 90년대 이전에는 동유럽과 유럽의 메이커에서 라이선스 생산 방식으로 북한내에서 차량을 생산해왔다. 그러나 자동차 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모터사이클 부분에 대한 개발은 미비하다고 알려졌다. 따라서 의전용 모터사이클을 중국에서 공수받아 북한내에서 중요행사 등에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모터사이클 에스코트 부분만 보면 한국이나 미국과 다른 점이 한가지 있다. 모터사이클 에스코트를 경찰이 아니라 헌병과 같은 군인이 도맡아 하는 점이다. 북한과 중국은 앞선 정상회담 등을 보면, 모터사이클 에스코트를 군이 맡은 것으로 보인다.

북중간의 한가지 차이점은 중국은 자국의 자동차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시진핑이 몸소 중국산 차량을 타고 다닌다는 점이다. 하나, 김정은은 내부에서는 북한산 자동차가 최고라고 말하면서도 줄곧 유럽산 벤츠와 롤스로이스만을 애용하고 있다. 북한의 산업 기술과 기반이 중국에 한참 못 미친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한편, 이번 김정은의 방중은 다가올 미북정상회담과 남북정상회담의 예고편과 같은 성격이라는 여론의 평가가 지배적이다. 김정은이 시진핑과 함께 다가올 정상회담의 전략을 구상하는 자리였다는 의미다. 10일 문재인 대통령도 기자회견에서 비슷한 발언을 하여, 올해 안에 미북 및 남북 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김정은의 생일은 대외적으로 1월 8일로 알려졌는데, 김정은은 자신의 생일조차 중국에서 보낼 심산으로 중국에 갔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만큼 중국과의 친분을 과시하는 것이고, 한편으로는 만사를 제쳐둘만큼 중요한 방문이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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