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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칼럼
삼성동 사저(私邸)의 돈 엄상익(변호사)  |  2019-02-06
2018년 5월25일 최순실의 조카 장시호가 법정에서 증언을 했다. 장시호는 검찰에 최대한 협조했다는 공로자로 평가되는 걸 언론에서 보기도 했다. 녹취서 속에서 검사가 장시호를 앞에 앉혀놓고 묻고 있는 장면을 보기 시작했다.
  
  “증인은 최순실과 어떤 사이죠?”
  “이모와 조카 사이입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의 관계는 어땠나요?”
  “이모인 최순실은 오랫동안 박근혜 대통령의 삼성동 사저를 출입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생활 전반을 관리했습니다. 이모 최순실이 모친상을 당했을 때 안봉근 비서관이 빈소에서 방명록을 챙기기도 하고 저희 어머니가 암 수술을 받았을 때 병문안을 온 적도 있습니다. 이모 최순실은 안봉근 비서관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청와대로 가곤 했습니다. 이모인 최순실은 청와대에 있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옷, 안약, 비타민, 화장품, 잠옷, 속옷을 사다 줬습니다. 제가 이모 최순실과 함께 살 때 매일같이 청와대에 갔습니다.”
  
  “그 비용을 누가 부담했나요?”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이모 최순실은 카페 등 사업이 제대로 되지 않아 수입이 없는 상태에 부리는 사람 월급을 줘야 했습니다. 필요한 비용은 아마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것으로 생각합니다.”
  
  “증인은 2016년 12월경 최순실로부터 삼성동 박근혜 대통령 사저에 보관해 둔 현금에 대해서 들은 사실이 있다고 했죠?”
  “그렇습니다. 검찰청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이모 최순실을 만나러 갔었는데 검사가 잠시 없는 틈을 타서 이모가 저에게 삼성동 박근혜 대통령 사저에 가서 경비에게 이모 최순실 심부름을 왔다고 하면 문을 열어줄 거라고 했습니다. 삼성동 사저 2층 방 침대 아래 금고에 돈이 있다고 하면서 그 돈을 딸 유라에게 전달해 달라고 했습니다. 저보고 그 돈으로 아이들을 잘 키우라고 했습니다.”
  
  “그게 최순실의 돈입니까? 박근혜 대통령의 돈입니까?”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최순실의 돈이라면 대통령의 사저에 있을 이유가 없지 않나요?”
  “잘 모르겠습니다.”
  
  “그 현금은 아이들을 키울 정도의 큰 돈이었나요?”
  “적은 금액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모 최순실이 삼성동 박근혜 대통령의 사저를 관리했나요?”
  “그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원에서 매달 보내는 돈을 총무비서관에게 보관시키면서 그때그때 가져오라고 했다. 비서관은 현찰을 쇼핑백에 담아 대통령의 서재에 가져다 놓았다. 그런 때 대통령의 관저에서 종종 최순실과 마주쳤다고 했다. 어쩌면 최순실이 그 돈을 가져다 보관하고 사용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최순실 밑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의상과 백을 만들던 고영태의 증언 녹취서를 찾아보았다.
  
  2018년 6월5일 증인으로 나온 고영태가 검사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하고 있었다.
  
  “증인은 최순실을 어떻게 알았죠?”
  “제가 여성용 백을 만들고 있었는데 저에게 가방 주문을 하는 고객으로 알게 됐습니다. 최순실 씨가 요청하는 디자인으로 만들었던 가방이 박근혜 대통령이 사용하는 가방인 걸 알았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의상도 만들게 된 경위는 어떤가요?”
  “최순실 씨가 하루 만에 가방을 만들어 달라고 할 때가 있었습니다. 옷이 먼저 결정되어야 가방도 만들 수 있다고 하면서 급하게 하면 제대로 된 가방이 나올 수가 없다고 했더니 그러면 대통령이 입을 옷을 만들 사람들을 구해 보라고 했습니다. 최순실이 패턴사, 재단사, 디자이너를 직접 면접도 보고 테스트도 해서 뽑았습니다. 안봉근 비서관이 신사동에 있는 빌딩 3층에 사무실을 계약해 의상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직원 월급은 어떤 방식으로 지급했나요?”
  “최순실이 돈 묶음이 들어있는 노란봉투나 쇼핑백을 주었습니다. 돈다발은 시중은행에서 사용하지 않는 특이한 띠지로 묶여 있었습니다. 그래서 청와대나 혹은 정부에서 나오는 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2014년 말경 대통령 전용 의상실을 그만두었습니다.”
  
  “그만둔 이유가 무엇인가요?”
  “당시 제가 최순실한테 차은택이라는 사람을 소개해 줬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제 판단에 이건 좀 아니라는 일들이나 제가 할 수 없는 일을 진행하고 있어서 제가 그런 일은 능력이 없어 하지 못하겠다고 하고 나왔습니다. 저는 가방이나 의상을 만드는 일만 할 수 있었습니다.”
  
  묘한 뉘앙스가 들어있는 대답이었다. 차은택을 소개한 경위나 그들이 하는 일에 대한 질문이나 답변은 없었다. 검사는 질문의 방향을 바꾸었다.
  
  “최순실은 대통령을 수행하는 행정관을 어떻게 대했나요?”
  “제가 처음에는 그 사람이 최순실의 개인비서인 줄 알았습니다. 사적인 심부름도 시키고 옆에서 보기 힘들 정도로 막 대했습니다. 예를 들면 차가운 얼음물 가지고 오라고 해서 얼음물 가져다 주면 내가 언제 차가운 물 가지고 오라고 했느냐 따뜻한 것 가지고 와야지라든지, 오렌지 쥬스 가지고 오라고 해서 오렌지 쥬스 가져다 주면 내가 오렌지 쥬스 가져오라고 했느냐 사과쥬스 가지고 오라고 했지 이런 식으로 좀 말이 안 되는 행동을 했습니다. 사람에 대한 존중이 전혀 없었습니다. 최순실이 일반 사람을 대할 때도 존중은 없었습니다. 심부름 시키는 사람이 청와대 행정관인 것은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최순실이 주는 돈은 최순실의 돈이라고 생각했나요? 아니면 대통령의 돈이라고 생각했나요?”
  “처음에는 최순실이 주는 돈이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돈이 청와대에서 나오는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최순실이 청와대에 들어갔다 나올 때마다 노란 봉투에 들은 돈을 가지고 왔습니다. 더러 서류봉투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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