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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깨어났을 때, 그 공룡은 여전히 그곳에 있었다” 이코노미스트 “마두로 정권, 압박에도 살아남을 수도” 金永男(조갑제닷컴)  |  2019-02-12
출처: 이코노미스트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에서 ‘베네수엘라 정권의 기반이 분열되고는 있지만 아직 무너지고 있지는 않다’는 기사를 통해 국제사회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마두로 정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어느 나라도 군사 조치를 선호하지 않는 상황인 지금, 인도주의 지원 반입 등을 통해 베네수엘라 군부가 마두로가 아닌 국민을 생각하는 쪽으로 마음을 바꾸게 하는 것이 핵심이지만 이 역시 성공 가능성이 미지수라고 이 기사는 설명했다. 아울러 현재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지금이 아니면 베네수엘라를 바꿀 기회가 다시 찾아오지 않는다’는 틀 안에 갇힌 것일 수 있다며 지금 작전이 실패했을 시 사용할 ‘플랜 B’가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베네수엘라는 이 기사의 표지로 공룡의 몸에 마두로 얼굴을 합성한 이미지를 골랐다. 이 그림의 의미는 전문 번역해 소개한 아래 기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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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국회의장인 후안 과이도가 자신이 베네수엘라의 임시 대통령이라고 선언하며 니콜라스 마두로 독재 정권을 무너뜨리는데 도화선을 지핀 지 2주가 지나가고 있다. 수십만 명의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거리로 나와 이를 위한 집회를 열었다. 아메리카와 유럽 대륙을 중심으로 약 30~40개 국가가 지난달부터 시작된 마두로의 2차 임기는 조작 선거 결과에 따른 것이라며 과이도 정부를 공식 정부로 인정했다. 미국은 베네수엘라 석유 업계에 제재를 가하기도 했다.
 
이 모든 조치들은 베네수엘라 군부로 하여금 마두로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도록 하는 게 목표이다. 공군 장성 두 명을 비롯한 일부 장교들이 과이도를 지지하고 나섰다. 그러나 핵심 간부들은 여전히 마두로에 대한 충성을 맹세하고 있다. 마두로도 공격적으로 맞서고 있다. 그는 2월 2일 “그들이 원하던 쿠데타는 실패했는데 그들은 이를 알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이에 따른 위험 역시 커진다. 위험성 중 하나는 불만에 빠진 미국 정부가 군사적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 조치가 옵션으로 남아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또 하나의 가능성은 마두로가 정권을 지켜내고 불모지가 돼버린 곳을 계속 통치하는 것이다.
 
과이도와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은 남미국가와 캐나다로 구성된 리마그룹과 대다수의 유럽연합 국가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이들의 전략에는 채찍과 당근뿐만 아니라 복잡한 속임수가 포함돼 있으며 이는 베네수엘라 군부가 마두로로부터 등을 돌리도록 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당근은 민주주의 회복에 동참한 군인과 민간인들에게 사면 조치를 내리겠다는 의회의 결정이다.
 
채찍은 마두로 정권을 경제적으로 질식사하도록 하는 미국의 제제다. 미국은 베네수엘라 석유를 구매하면서 현금을 제공한 거의 유일한 국가다. 트럼프 행정부는 4월 28일까지 미국인들이 베네수엘라 국영석유회사와의 계약을 끊으라고 시한을 못박았다. 미국은 그때까지 이뤄지는 석유 수입 대금을 훗날 민주주의 정권이 들어서면 전달하기 위해 다른 곳에 보관할 계획이다. 제재는 영향을 주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의 석유 허브인 마라카이보 지역에 있는 많은 유조선이 일없이 놀고 있다.
 
복잡한 속임수는 과이도가 베네수엘라를 통치하고 있는 것처럼 대해주고 있는 점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마두로 정권의 외교 정책을 무시하고 있다. 미국은 베네수엘라의 빈곤층을 위한 인도주의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은 베네수엘라 국경과 가까운 콜롬비아의 쿠쿠타 지역으로 식량을 배송하고 있다. 마두로는 “우리는 거지가 아니다”라며 이같은 지원을 거절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베네수엘라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은 이같은 지원을 통해 식량과 의약품이 주민들에게 도달할 수 있도록 돕든지 마두로를 도울지 여부에 대해 군부가 결정을 내리기를 희망하고 있다. 군부는 첫 인도주의 지원품의 반입을 막은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마두로가 굴복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마두로는 쿠바와 러시아, 터키를 비롯해 군대 사령관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베네수엘라 국민 일부는 여전히 마두로의 사회주의를 신봉하고 있다. 일부는 두려움 때문이거나 자신들 역시 정권의 부정부패로 배를 불려왔기 때문에 마두로 정권에 계속 충성하고 있다. 마두로 반대세력은 마두로 정권이 권력을 지키려고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에 대해 오랫동안 과소평가해왔다. 일부 외부인들은 당근은 부족한 반면 채찍만 너무 많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리마그룹은 베네수엘라와의 군사협력을 중단함으로써 고위급간의 소통 채널을 없앴다.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는 경제 붕괴를 가속화하며 더 많은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이 나라를 떠나는 상황으로 이어지게 할 수 있다.
 
마두로의 반대세력은 믿을만한 플랜 B를 갖고 있지 않다. 마이클 시프터 연구원은 “미국 워싱턴에서는 지금이 아니면 또 다시 기회가 없다는 얘기를 많이 듣게 된다”며 “내가 우려하는 것은 그들이 자신들을 이같은 틀 안에 가둔 것 아닌가 하는 점”이라고 했다. 중남미 국가 중 어느 나라도 군사 행동을 원하지 않는다. 이런 우려에 따라 유럽연합은 소통 채널을 구축하고 평화적이고 민주적인 해결법을 찾아내자고 주장하고 있다. 외부 세력들은 마두로가 공정한 대통령 선거를 치르도록 함으로써 일종의 타협을 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이는 엄청난 환상이다. 마두로는 이런 제안을 지난해 이미 받았지만 이를 거절한 바 있다. 베네수엘라 의회 역시 국민들의 고통을 연장하는 어떤 소통 채널이나 대화를 거절한다는 입장이다.
 
베네수엘라는 광범위한 국제 위기의 징조를 보이고 있다. 지속적인 경제 압박에 따라 마두로는 언제가 됐든 무너질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지금 상황에서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겪고 있는 역경은 과테말라의 소설가 아우구스토 몬테로소의 한 줄짜리 문학 작품을 상기시킨다. “그가 깨어났을 때, 그 공룡은 여전히 그곳에 있었다(When he woke up, the dinosaur was still there).” (注: 몬테로소의 ‘공룡’이라는 작품은 이 한 문장으로 구성돼 있으며 가장 짧은 문학소설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과테말라 독재 정권 당시 이에 항거하는 글을 오랫동안 써온 작가이다.)
 
삼성전자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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