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헌법재판소 판결을 되돌아본다 (김평우 변호사: 전 대한변호사협회장,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대리인)
며칠 후면 박근혜 대통령이 억울하게 대통령직에서 파면되어 감옥에 갇힌 지 어언 2년이 된다. 국민들의 대부분이 아직도 박근혜 대통령이 잘못해서 탄핵되었다고 믿고 있고, 더 많은 사람들이 박 대통령 탄핵은 너무 오래 전 일이니 잊자, 덮고 넘어가자라고 외치는 나라에서 내가 계속하여 탄핵의 부당성을 외치고 쓰는 것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회의가 든다.그러나, 오늘은 탄핵 2년이라는 뜻깊은 날이라 내가 사랑하는 태극기 애국시민들을 위하여 이 글을 쓴다.
박근혜 대통령을 대통령직에서 파면한 2017년 3월10일자 헌법재판소 판결을 읽어본 대한민국 국민이 몇 명이나 될까? 판결문은 총 89페이지이다. 이 판결문을 자세히 분석하여 보면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한 것은 국회가 아니라 헌법재판소 판사들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진실을 알고 싶은 사람들은 모두 인터넷에 들어가 헌법재판소 판결문을 읽고 또 읽어 보라. 탄핵의 추악한 비밀이 이 판결문 곳곳에 묻어 있다.
오늘은 판결문 제9페이지부터 13페이지 부분을 분석한다. 이 다섯 페이지에서 헌법 재판소 재판관들이 어떻게 죄 없는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하였는지 살펴보자.
헌법재판소 판결문 제9페이지를 보면, '이 사건 심판진행과정'이라는 제목 아래에서 “헌법재판소는 준비기일에 이 사건 쟁점을 <최순실의 국정개입 방조> <대통령의 권한남용행위> ,<언론의 자유침해행위>, <생명권보호 위반행위>,<뇌물수수 등 각종 형사법위반행위> 로 정리하였다 그런데, 국회가 2017년 2월1일 준비서면을 통하여 소추사유를 사실관계를 중심으로 구체화하면서 뇌물수수 등 각종 형사법 위반행위 부분은 최순실의 국정개입 및 대통령의 권한남용 행위에 포함시켜 쟁점을 단순화시켰다”라고 적혀 있다.
원래 국회가 2016년 12월9일 결의하여 당일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탄핵 소추장에는 박대통령에 대한 탄핵사유가 헌법위배사항 5개 , 법률위배사항 8개 도합 13개 사항이 있다. 헌법위배의 핵심은 세월호 조난자를 구하지 못한 것을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사유라고 주장한 것이고. 법률위배의 핵심은 미르재단. 케이 스포츠 재단의 출연금과 관련하여 박 대통령이 최순실과 함께 560억 원의 뇌물을 받아 먹었다는 소위 뇌물죄, 직권남용죄, 강요죄의 범죄행위 주장이다.
그런데, 헌법재판소와 국회 소추위원은 소위 ‘쟁점정리’와 ‘준비서면’이라는 이름 아래 국회의 소추장에 있는 8개의 법률위배 사유에 대하여 뇌물죄, 직권남용죄, 강요죄라는 형법상의 죄명을 모두 없애고 그 대신에 ‘권한 남용’이라는 새로운 명칭을 사용한 것이다. 형법상의 죄명을 없애면 자동적으로 적용되는 형법조항도 없어진다. 그러면, 미르재단, 케이스포츠재단 관련 비리는 뇌물죄나, 직권남용죄, 강요죄의 형사범죄가 아니라 대통령 권한의 남용이라는 형법전이나 헌법전에 이름없는 막연한 비리, 부정사건으로 바뀌는 것이다.
얼핏보면, 형사범죄가 아닌 막연한 비리, 부정사건으로 탄핵사유의 명칭과 법적 성격을 바꾸는 것이므로 박 대통령에게 유리한 변경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실제는 이것이 바로 헌법재판소가 노린 함정이다.
헌법재판소가 왜 이런 함정을 만들었을까를 말하기 전에 먼저 과연 국회가 재적의원 3분의 2의 동의를 얻어 의결한 소추장상의 탄핵사유를 국회의 결의도 없이 헌법재판소와 국회 소추위가 없애고 대신에 ‘권한 남용’이라는 새로운 탄핵사유로 죄명과 적용법률을 바꾼 것이 과연 법적으로 정당한가부터 알아보자. 헌법재판소는 비리나 부정의 내용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비리나 부정의 명칭만 바꾸는 것이므로 적법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유치한 속임수이다. 소추의 내용을 바꾸지 않는다면 명칭과 법조항은 왜 바꾸려 한단 말인가? 명칭과 법조항을 바꾸려고 하는 데에는 필시 숨은, 말 못하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이 바보인가?).
국회가 대통령에 대하여 탄핵소추를 하는 법적 근거는 헌법제 65조제 1항에 있다. 이 규정에 의하면 국회는 탄핵대상자가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에 위배한 때’ 에 비로소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의 동의를 받아 탄핵을 소추할 수 있다. 다시 말하여, 국회가 탄핵소추를 하려면 단순히 비리나 부정, 무능, 부도덕한 행위가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탄핵대상자가 헌법이나 법률에 위배된 위법행위를 하여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헌법은 前文과 附則 이외에 본문만 127개 조항이 있다. 법률은 수천개이다. 형법만도 372개 조항이 있고 특별형법도 수십 개이다. 따라서, 국회가 탄핵대상자를 헌법이나 법률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였다고 소추하려면 반드시 어느 법의 어느 조항에 위배되었는지 위배된 법률 이름과 법률 조항을 특정시키지 않으면 안된다.
예컨대, 대통령이 어느 기업인에게 특정재단에 100억 원을 기부하라고 요청한 사실에 대하여 특정 헌법조항이나 법률조항을 특정하지 않고 막연하게 대통령의 권한을 남용한 비리가 있어 탄핵한다라고 소추하면 그 권한 남용의 비리가 과연 헌법 위배인지, 법률 위배인지 알 수가 없으므로 적법한 탄핵소추가 되지 않는다. 따라서 당연히 각하나 기각되어야 한다. 그런데, 헌법재판소 판결은 정반대이다.
미르재단, 케이스포츠 재단 관련 560억 원의 출연금에 대하여 국회가 형사법 제 몇 조의 뇌물죄, 직권남용죄, 강요죄에 각 해당하는 법률 위배이므로 헌법 제65조에 따라 탄핵소추한다라고 일응 탄핵소추의 요건에 맞게 탄핵사유를 특정하였는데 아무런 이유도 없이 뇌물죄, 직권남용죄, 강요죄의 명칭과 해당 조문을 없애고 ‘권한 남용’이라는 해당 법조문도 없는 애매모호한 비리, 부정사건으로 바꾸라고 오히려 헌법 제65조에 정면으로 어긋난 지시를 한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이 기이한 지시가 법에 어긋난다고 박 대통령 변호인들이 항의하자 헌법재판소는 판결문 제13페이지에서 “소추의결서에서 그 위반을 주장하는 ‘법규정의 판단’에 관하여 헌법재판소는 원칙적으로 구속을 받지 않으므로 청구인이 그 위반을 주장한 법규정 외에 다른 관련법 규정에 근거하여 탄핵의 원인이 된 사실관계를 판단할 수 있다”라고 판결하고 있다.
쉽게 말하여, 국회는 탄핵사유가 무엇인지 사실관계만 대강 제시하여 소추하면 되고 그 사실관계가 헌법과 법률의 어느 조항에 위배되는지는 헌법재판소가 알아서 검색, 판단, 적용할 사항이라는 주장이다. 바꾸어 말하면 국회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 사유를 특정함에 있어서 위배되는 법률, 헌법조항까지 특정한 것은 헌법재판소의 권한을 침해한 것이므로 헌법재판소는 국회가 적용한 탄핵소추서의 법률조항을 무시하고 마음대로 위배된 법률조항을 검색, 판단, 적용하여 판결하겠다는 취지이다(이쯤 되면 판사이기를 포기한 것이다).
이는 헌법 제65조 제1항의 규정과 정면으로 상치되는 망발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만일 헌법재판소의 논리대로 국회의 탄핵소추서가 미르재단, 케이스포츠 재단의 출연금과 관련하여 뇌물죄, 직권남용죄, 강요죄 같이 특정한 죄명과 법조항을 적용하여 소추한 것이 잘못이라면 의당 헌법재판소는 왜 잘못인지 밝히고 이를 이유로 국회의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하거나 각하하였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국회가 앞으로 탄핵을 소추할 때 뇌물죄, 직권남용죄, 강요죄 같은 구체적인 법률 위배로 소추하지 않고 아무런 법조항이나 죄명 없이 막연하게 ‘권한남용’이라는 애매한 명칭으로 소추할 것이 아닌가?
헌법재판소 판결대로, 국회가 탄핵 소추할 때, 피소추인의 不正이나 非理의 사실관계만 대강 쓰고 위배된 헌법이나 법률조항을 특정시키지 않고 백지로 작성하였다면, 피청구인은 위배된 헌법이나 법률 조항이 무엇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국회의 탄핵소추에 대하여 어떠한 법적 항변도 할 수가 없다. 오로지, 국회가 소추한 사실 관계가 진실이 아니다, 증거가 없다라는 사실관계나 증거관계의 항변밖에는 할 수가 없다.
그뿐만 아니다. 헌법재판소 논리대로 하면, 국회는 피청구인의 탄핵사유를 특정할 때 위배되는 법률이나 헌법조항을 고려할 필요없이 백지로 남긴 채 탄핵사유로 생각하는 비리나 부정의 사실관계만 적으면 소추할 수 있다. 따라서 탄핵대상자의 법률위배가 아닌 도덕적 잘못이나 허물 또는 행정적 미숙까지도 얼마든지 탄핵사유로 소추할 수 있다. 그러면, 피소추인은 헌법재판소에서 위배된 헌법이나 법률조항이 없다고 결정할 때까지 권한행사가 정지된다.
이렇게 되면, 국회는 헌법이나 법률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대로 다수의 횡포를 부려 탄핵소추권을 남용할 수 있다. 결국, 법치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만든 탄핵제도가 법치주의를 파괴하는 제도로 악용된다.
국회가 헌법 제65조에 따라 적용법조와 죄명을 특정하여 탄핵소추한 것이 잘못이고 반대로 ‘권한남용’이라는 애매모호한 이름으로 소추하여야 적법하다는 이 망발, 궤변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이것이 과연 법률가의 이성이고 논리란 말인가! (나는 이 판결문이 법률가에 의하여 작성되었다고 도저히 믿을 수 없다. 언젠가 판결문의 실제 작성자가 밝혀지리라고 믿는다.)
그러면 왜 헌법재판소 판사들은 탄핵소추장에 기재된 뇌물죄, 직권남용죄, 강요죄의 죄명과 법조항을 빼버리고 ‘권한 남용’이라는 법조문에도 없는 새로운 명칭으로 바꾸어서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하였을까?
결코 이는 우연이나 실수가 아니다. 헌법재판소가 쟁점정리(爭點整理)라는 이름 아래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서를 배제하고 ‘권한남용’이라는 새로운 탄핵사유를 만들어 재판한 것은 미르재단, 케이스포츠재단의 출연금을 뇌물죄, 직권남용죄, 강요죄로 단죄할 아무런 증거나 선례가 없음을 미리 알고 다른 사유로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시킬 의도로서 법전에 없는 ‘권한 남용’이라는 애매모호한 탄핵소추 사유를 새로 만들어 적당히 헌법위배라는 이유로 탄핵을 하는 잔꾀를 부린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잔꾀는 국회가 탄핵소추장을 2016년 12월9일 결의하여 헌법재판소에 접수시키고 약 2주일 뒤인 2016년 12월22일 제1차 변론준비기일에 이미 나왔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가 탄핵한 것이 아니라 헌법재판소가 탄핵한 것이다.
누구든지 나의 이 글에 반론이 있으면 적극 환영한다. (2019.3.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