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이 다 타버렸다. 잿더미 강원의 눈물" "강풍에 솟구친 불기둥 20분 만에 마을 삼켰다" "전봇대 하나에서 시작한 잿빛공포" "잿더미가 되어 버린 강원도의 봄" "도깨비불에 새까매진 마을, 이제 어찌 살아…."
강원도 산불을 보도한 신문 제목들이다. 고성, 속초, 강릉 등 강원 5곳에서 동시다발로 일어난 최악의 산불은 밤새 4000여 명의 주민들이 탈출하며 아비규환이었다. 주택, 창고 등 수백 채가 불타버렸고 산림피해도 525ha로 여의도 면적의 1.8배, 축구장 735개 면적에 달한다고 언론은 보도하고 있다. 1명 사망에 부상자도 발생했다. 강원도의 이 엄청난 산불을 놓고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치적으로 악용하려 하고 있다.
국회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강원도에 큰불이 났는데도 국회에 계속 출석한 상태를 두고 여·야 공방이 일어나고 있다."국가 재난 책임자를 붙들어놓고 있었다"고 국회운영위원회 홍영표위원장이 문제를 제기했고, 나경원 원내대표는 "상황을 제대로 안 알려줘서 몰랐다"는 주장이다. 여기서 문제는 나경원 원내대표에게 책임전가를 할 것이 아니라 위원장인 홍영표의 회의진행 방식을 문제삼는 것이 옳다고 본다. 정의용 실장은 외교안보 문제에 대해 업무보고를 하고자 오후부터 국회에 머물러 있었다.
한겨레신문 8면(6일) 보도에 따르면 저녁 7시17분 일어난 강원도 산불 소식이 국회에 전달된 것은 8시 이후인 것으로 알려졌다. 7시45분 회의가 정회됐을 때도 홍영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가 9시20분 회의가 속개되자 "불이 났는데 정의용을 보내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한 것으로 보도했다. 그렇다면 국회운영위원회의 운영책임을 지고 있는 홍영표 위원장은 정회중에라도 좀더 적극적으로 화재의 심각성을 의원들에게 알리고 정의용의 이석(離席)을 양해받는 것이 회의진행을 책임지고 있는 위원장이 해야 할 임무였다고 본다. 정회시간 내내 가만히 있다가 9시가 넘어서야 말문을 연 것은 홍영표의 게으름이다..
정부로부터 정확한 화재정보를 제공받는 자도 홍영표 운영위원장이기 때문에 더욱 그의 책임이 무겁다. 그렇다면 화재의 심각성을 홍영표 위원장 혼자서 독점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정보를 공개하고 공유했어야 한다. 화재의 심각성이 TV화면을 통해 확인한 뒤에야 정의용은 이석했다.
전후 사정이 이렇다면 홍영표는 나경원을 공격하고 강원도 산불의 책임전가를 할 것이 아니라 양해해준 야당 의원들에게 오히려 감사해야 하는 것 아닌가? 강원도가 불의의 화재로 쑥대밭이 돼가고 있는데 그것을 방치해두자고 주장할 국회의원이 어디 있단 말인가? 강원도 속초, 양양 출신 자유한국당 이양수 의원은 회의참석 도중 먼저 화재현장으로 달려가지 않았는가? 정당대표 가운데 제일 먼저 화재현장을 찾아간 정치인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아닌가?
자유한국당이 정의용 안보실장의 이석을 방해했다는 홍영표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한낱 정치술수에 지나지 않은 것 아닌가? 화재현장에 나타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뭐라고 말했는가? "사망자가 한 명뿐이라서 다행"이라고 보도됐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불난 집에 부채질'한 사람은 누구란 말인가?
천재지변을 당리당략으로 악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 단순한 해난사고 세월호 사고를 정략적으로 이용해서 맛본 재미에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한 것은 아닌가? 강원도산불도 세월호처럼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해서 샅샅이 파헤쳐봐야 하는 것 아닌가? 같은 수준으로 보상도 해줘야 하는 아닌가? 전신주의 개폐기에서 불꽃이 튄 것이 그 원인이란 보도도 있는데 그렇다면 '한국전력'이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닌가? 강원도 산불에 대한 원인규명도 철저히 해야 하겠지만 "재난방지 시스템에도 구멍이 뚫려져 있었다"는 지적 또한 심각한 문제가 아닐수 없다.
재난방송 주간방송인 KBS는 강원도가 불바다가 되어 있는데도 화재속보를 긴급하게 전하지 않고 한량하게 '오늘밤 김재동' 같은 프그램이나 내보낸 정신나간 얼간이들이 과연 국가재난을 방지하기 위한 조그마한 책임감이라도 있단 말인가? 강원도 산불이 그나마 빨리 불길을 잡은 것은 전국의 소방관들과 현지 주민들, 그리고 횟집 호스를 부둥켜잡고 물을 뿌려댄 상인들 덕분이라고 본다. 전쟁터를 방불케 한 화재현장에서 생업의 터전을 잃고 울부짖는 이재민들, 그리고 자자손손 살아 온 고향마을을 잃어버린 순후한 민초들, 산자수명(山紫水明)한 산하(山河)가 잿더미로 변해버린 허탈의 현장, 금수강산의 상징이었던 반도의 척추, 강원도에 하루빨리 생명의 활기를 불어넣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