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김평우 변호사가 가로세로연구소(이하 ‘가세연’)라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하여, 국회가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소추한 데에는
(1) 당시 서울중앙지검(지검장 이영렬)이 최순실 건을 기소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을 공범자로 명명한 기소장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2) 이 기소는 검찰총장, 법무장관, 국무총리로 이어지는 상부의 결재가 있었을 것이므로,
(3) 따라서 최종 결재자인 당시의 국무총리(황교안)가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를 용인한 셈이라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김 변호사는 이 주장을 하면서, 실제로 당시 황교안 총리가 결재를 했는지의 여부는 잘 모르나 형사소송법상 ‘검사동일체 원칙’이라는 게 있다며 자기의 발언이 근거 없는 막연한 억측이 아니라 매우 합리적인 추측임을 시사했다. 이 주장에 맞장구를 친 가세연 측(강용석 변호사 등)은, 김 변호사가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을 역임했고 박근혜 대통령의 변호인단의 일원이었다는 즉, 대단히 고명한 전문인이라는 점을 들어 이분의 주장에 무게를 실어주었고, 특히 유튜브 방송의 표제를 ‘탄핵의 주범은 황교안’이라고 적시하여 사실상 김 변호사의 주장을 ‘진실화’ 해 줌으로서, 세인의 논쟁거리가 된 것 같다.
세인의 논쟁은 대체로 ‘왜 같은 우파끼리 총질을 하느냐’와 ‘진실은 덮는다고 덮어지는 게 아니지 않느냐’로 양분되는 양상이나, 이 와중에 누구 하나 김 변호사 주장의 근거가 되는 법조문의 ‘진실(정확성)’에 대해서 해설을 해 주는 이가 없다. 나는 법 전문인이 아닌, 구글(google) 정보에 의존하는 상식인이다. 전문인들의 눈에는 달리 보일지 모르나 상식인으로서의 내 눈으로 볼 때 김 변호사의 주장은 도무지 납득이 안 된다. 왜 그런가?
‘검찰동일체 원칙’(2004년 검찰청법 개정으로 철폐됐다 함) 정신이 스며있는 검찰청법 제7조(검찰사무에 관한 지휘, 감독)는, “검사는 검찰사무에 관하여 소속 상급자의 지휘, 감독을 따른다”고 돼있다. 이때의 ‘소속 상급자’는 국무총리를 포함하는가? 나는 아니라고 본다. 검찰사무의 최종 ‘소속 상급자’는 검찰총장이다. 검찰총장은 비록 법무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에 의해 임명되는 직책이지만, 검찰권 행사와 관련하여 독립적인 권한을 가진 최고지휘자 또는 최종상급자이다. 현실적으로 이 시스템이 그대로 실행되고 있는지의 여부는 모르나, 적어도 법 조항이 그렇게 규정되어 있지 않은가? 따라서 김 변호사의 (단서 없는) 추측은 근거 있는 합리적 추측이라고 볼 수가 없다.
거듭 주장컨대, 최순실 건에 대해 ‘검찰동일체 원칙’을 적용한다면 당시 검찰총장(김수남)이 최종결재자이지 국무총리(황교안)가 아니라고 본다. 만약 국무총리가 그런 행위를 했다면, 이야말로 사법방해(obstruction of justice)요 직권남용(abuse of authority)이 될 것이다. 국무총리가 직권을 남용하여 사법방해라는 불법을 자행하면서라도 최순실 기소를 막았어야 한다는 말인가? 이것이 납득할 만한 주장인가?
이런 식으로 탓을 돌리자면 어찌 여기에 그치겠는가? 예컨대 대통령을 변호한 변호인단은 어떤가? 결과적으로만 말하자면, 말도 안 되는 대통령 탄핵을 막지 못한 변호인들은 책임이 없나? 사정을 모르는 제3자에게 탄핵의 무도함을 설명하다보면, 으레 “변호사들은 그럼 뭘 했느냐?”고 묻는다. 변호인단은 탄핵 선고에 앞서 일찍이 총사퇴를 했어야 했고, 탄핵 판결 이후에는 모두 -자신들의 무능함을 책임지고 - 변호사 면허증을 반납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관련된 핵심적인 법적 이슈는, 절차에 있어서 국회 탄핵소추의 야만적인 위법성이요, 결과에 있어서 헌법재판소 판결의 희극적인 위법성이라고 본다. 법 전문인들에게서 듣고 싶은 것은 이 부분이다. 누가 이래서 그랬다 누가 저래서 그랬다는 등의 선동적 가십(gossip)이 아니다.
2019. 5. 29.
이경복(국제구국연대캐나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