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외교 갈등으로 시작된 일본과의 무역 분쟁이 장기화되면 한국이 입을 손실 폭이 일본보다 훨씬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은 10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일본 경제 제재의 영향 및 해법’을 주제로 한 긴급 세미나를 열었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반도체 소재가 15~80%까지 부족해질 경우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손실은 평균 4.7%에 달하고, 보복 대응할 경우 평균 1.2%p의 추가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한경연이 경제성 평가 프로그램을 활용해 반도체 소재 부족 시 생산량 감소와 이로 인한 수출 순감액, 국내 소비 영향 등을 분석한 수치다.
반면 수출규제로 인한 일본의 GDP손실은 0.04%로 미미한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수출규제 대상 품목이 일본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고, 한국 외 수입처가 다수 존재하고 있어 그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이다.
조 연구위원은 기업들이 물량 확보에 실패해 반도체 소재 부족분이 15%에서 80%까지 부족해질 경우를 가정해, 15%씩 총 6구간으로 나누어 GDP변화를 분석했다. 반도체 소재가 30% 부족해지면 한국 GDP는 2.2%, 일본은 0.04% 감소하고, 우리나라가 보복 대응에 나선다면 한국의 GDP 손실은 3.1%, 일본은 1.8%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소재 부족분이 45%로 확대되면 한국의 GDP 손실 폭은 4.2∼5.4%로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조 연구위원은 “한·일 무역 분쟁이 확대되면 최대 수혜국은 중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출규제로 인한 한일 갈등이 심화되면 전기·전자산업에서 한국과 일본의 생산이 각각 20.6%, 15.5% 감소하는 반면, 중국은 2.1% 증가해 독점적 지위가 중국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세미나에 참석한 패널들은 이번 문제를 외교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한일 통상갈등의 근본적 원인은 과거사 문제에 대한 정치적 관리체계가 깨진 데 있다”며 “정치·외교적 실패로 발생한 문제를 통상정책으로 대응하는 것은 해결 의지가 약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역시 “일본산 불매운동과 일본 관광 자제 논의는 국민 정서상 이해되지만 효과가 불확실한 데다 또 다른 보호주의 조치로 인식되어 일본 정부에 재보복 명분을 제공할 수 있다”면서 명분과 실리 모두 얻기 어렵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