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경제전쟁을 선택한 일본 아베 수상에겐 “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김정은의 연이은 미사일 도발에는 침묵했다. 북으로부터는 핵폭탄과 미사일 도발에 직면해 있고 남으로부터는 아베의 경제공격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 대통령 문재인의 처지다. 샌드위치가 되어 진퇴양난의 형국이다. 아베에게 지지 않겠다는 문 대통령의 다짐이 제발 성공하기를 빌면서 이 글을 쓴다.
문재인은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고 난뒤 권력에 도취되고 촛불에 취해 다음 네 가지 사실에 소홀했거나 잘못을 저질렀다.
첫째: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꼭 읽었어야 할 병서(兵書) <손자병법(孫子兵法)>의 모공(謀攻) 편을 제대로 공부하지 않았다. 모공 편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知彼知己, 百戰不殆).
적을 알지 못하고 나를 알면 한 번 이기고 한 번은 위태롭다(不知彼而知己, 一勝一負).
적도 모르고 나도 모르면 싸울 때마다 반드시 위태롭다(不知彼, 不知己, 每戰必殆).”
<손자병법>의 가르침을 존중한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도 제대로 모르고 나도 나를 몰랐다’는 경우에 해당된다.
공로명(87) 前 외무부 장관은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서 “강제징용자 보상에 대한 대법원 판결 후 한국과 일본의 갈등은 예견된 것이었다. 정부의 대응이 아마추어 같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한국 대법원의 판결 이후 지난 1월부터 100가지 이상의 대응책을 준비해 왔는데도 한국 정부는 무사안일했고 강경화 외무부 장관은 지난 6월 국회 대정부 상임위에서 야당 의원들의 질문을 받고 “연구해보겠다”고 했다.
김명수 대법원이 노무현 정권 때의 ‘민관합동위원회’ 결정을 뒤엎고 배상판결을 내렸다. 이 같은 문재인 정권의 결정이 결과적으로 아베의 경제공격에 빌미를 초래한 꼴이 됐다. 문재인 정권은 일본의 근성(根性)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문재인만이 강제징용자를 생각하고 배려하는 것처럼 자랑만 하다가 아베로부터 경제공격을 받게 된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일본도 제대로 몰랐고 대법원 판결 강행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도 모르고 있었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국제외교무대에서 아마추어 같은 설익은 외교 행보는 국가의 망신만 초래하고 있다. 강경화 장관은 혼자 바쁘게 돌아다니면서도 전직 외무장관이나 주일대사 등 일본에 대한 외교전문가들로부터 경험담이나 자문을 받지 않고 혼자 잘난 척하는 것처럼 보인다. 독불장군 같아 보인다.
둘째: 문재인 정부는 1591년 조선통신사로 일본을 방문하고 돌아온 정사 황윤길과 부사 김성일의 귀국보고가 상반된 주장이었고 그 상반된 주장이 결국 임진왜란이라는 굴욕으로 이어진 슬픈 역사를 잊고 있었다. 일본은 조선 침략을 하지 않을 것이란 동인(東人) 출신의 김성일 말만 믿고 서인(西仁) 출신의 정사 황윤길의 전쟁준비가 다 끝나있더라는 보고는 무시했다. 동인이 주도하고 있던 조선 조정은 아무런 준비 없이 있다가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 군사의 공격에 지리멸렬, 오합지졸이 된 조선군의 허망한 역사를 잊고 있었다. 자기편끼리만 희희낙락하면서 야당이나 국민의 소리는 외면했다.
강제징용자 편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이 있을 경우, 일본의 반발과 국제법상의 문제 제기 등 우려되는 상황에 대해 박근혜 정부가 그 심각성을 검토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외무부도 일본의 반발이 우려된다는 보고를 했는데도 청와대가 밀어붙이고 대법원이 보상판결을 내렸다. 황윤길과 김성일의 상반된 귀국보고와 흡사한 것이다. 문재인 정권은 박근혜 정권의 우려를 재판거래니, 사법 농단 등 적폐로 몰아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구속하기까지 했다.
셋째: 문재인 정권은 오늘의 대한민국이 마치 일제 치하에서 식민통치를 받고 있는 것처럼 착각하고 있다. 아베가 경제공격에 나서자 조국 前 민정수석은 ‘죽창가’를 들고 나왔고 문재인 정권의 잘못된 대응을 비판하면 “애국이냐, 이적(利敵)이냐?”로 편 가르며 ‘신친일파’로 몰아가고 있다. 최재성 국회의원은 ‘의병’ 운운하고 민주당은 ‘제2의 독립운동 각오’로 단호 대응을 외치고 있다.
독립운동은 우리가 일제 치하에서 고통받고 신음하고 있을 때의 일이다 “의병을 일으켜야 할 상황”이란 말도 웃기는 짓거리다. ‘국채보상운동’은 또 무엇이며 ‘IMF 금 모으기’는 왜 들고나오는가? 잘못은 문재인 정권이 저지르고 야당과 국민들 보고 정부 편들지 않는다고 불평 불만하는 그 모습이 참으로 쓴웃음을 짓게 하고 있다.
촛불에 도취해 국민과 공직자들을 아군과 적군으로 편 가르기 해놓고 지금 와서 국민이 일치단결해서 화합해야만 일본을 이겨낼 수 있다고 외치는 것은 무슨 염치인가? 국민통합이 시급하다면 박근혜, 이명박 두 전직 대통령부터 사면 석방하고 적폐청산으로 잡아 가둔 공직자들도 석방하는 것이 진정한 국민통합의 길이 아닌가? 윤석열 검찰총장이 단행한 검찰 인사 하나만 보더라도 편 가르기가 너무 심한 것 아닌가?
넷째: 문재인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국가의 상징인 애국가를 멀리하거나 무시했다. 1948년 건국한 대한민국을 대한민국 정부수립으로 격하하고 북한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건국으로 기술한 교과서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애국가보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즐겨 부르는 문재인 정부와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제2의 독립운동 각오”로 단호 대응하자며 대일(對日) 규탄대회를 열고 애국가를 제창하며 결의를 다졌다. 임진왜란, 독립운동, 진주만 공습 등도 언급하며 전의를 불태웠다니 언제부터 더불어민주당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버리고 ‘애국가’를 열창하게 되었는가?
한일간의 역사갈등이 안보와 경제갈등으로 비화·확대돼 가고 있는 오늘의 위급한 상황을 어떻게 현명하게 헤쳐나갈 것인가? 국민의 단합과 협조를 진정 바란다면 국민단합에 문재인 대통령부터 솔선수범하라! 시대착오적인 풋내기와 철부지들을 내세워 일본의 공격에 단호한 대응을 소리치는 것은 진정성이 없어 보인다. 다급하면 애국가를 부르고 여유만만하면 ‘임을 위한 행진곡’이나 부르는 운동권식 속임수로는 국민통합을 이뤄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