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74주년·건국71주년을 하루 앞둔 2019년 8월14일, 국회 중앙홀 이승만 동상 앞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對국민담화 발표가 있었다.
황 대표가 입장하기 전, 사회를 맡은 민경욱 의원이 이렇게 말했다.
“오늘 이승만 동상과 制憲헌법 전문(前文) 앞에서 담화문 발표를 하는 데는 의도가 있습니다.”
황 대표의 담화문 내용을 기대하게 하는 한 문장이었다.
박수 속에 중앙홀로 들어선 황교안 대표가 연단에 올라 담화문을 읽기 시작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자유한국당 대표 황교안입니다. 내일은 74주년을 맞는 광복절입니다. 제국주의 일본으로부터 나라를 되찾은 크고 기쁜 광복의 날입니다. …”
황교안 대표가 담화문을 낭독하는 내내 ‘언제쯤 민 의원이 이야기한 ‘의도’에 걸맞은 내용이 나오려나’ 기다렸지만 마지막까지 그 ‘의도’를 짐작할 수 없었다.
<광복을 맞았던 그때 우리가 가진 것은 거의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자원도 없었습니다. 자본도 없었습니다. 기술도 없었습니다. 심지어 민주주의 경험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꿈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꿈을 현실로 바꾼 위대한 지도자들이 있었습니다. 우리의 지도자들은 자유롭고 부강한 나라를 건설하겠다는 국민들의 꿈을 하나로 모아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세우고 발전시켰습니다.>
<국민 여러분, 저는 결국 대한민국의 헌법정신을 되찾는 것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는 근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정권이 말하는 민주주의부터, 우리의 헌법정신인 자유민주주의와는 사뭇 다르지 않습니까?>
민경욱 의원이 이야기한 장소 선정 ‘의도’에 걸맞은 내용은 25분여의 담화문 중 위의 세 부분 정도다. 그나마도 굳이 ‘이승만 동상’과 ‘제헌헌법 前文 동판’ 앞에서 했어야 할 타당한 이유로는 보이지 않는다.
황교안 대표는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도 ‘8월15일이 건국절이냐’는 요지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나라의 건국에는 세 가지 요건이 필요하다. 그 관점에서 보면 판단 기준이 나온다.”
황 대표의 입에서는 끝끝내 ‘건국 71주년’이라는 단어가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자유한국당에서 소란스럽게 홍보한 것 치고는 담화문의 내용도 그다지 새로울 게 없었다.
황교안 대표는 도대체 왜 이승만 동상과 제헌헌법 전문(前文) 동판 앞에서 對국민담화를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