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15일 중국 충칭에 위치한 임시정부청사를 방문했을 때 작성한 방명록을 둘러싼 논란 두 가지를 보도했다. 그런데 그 보도내용이 심각히 악의적이다.
첫째, ‘대한민국’을 고의로 ‘대일민국’으로 썼다는 일부 네티즌의 황당한 지적을 보도함으로써 나 원내대표를 또다시 ‘친일파’로 낙인찍고자 하는 의도가 있다. 둘째, 대한민국의 1948년 건국 사실을 부정하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광복절이었던 지난 15일 중국 충칭에 위치한 임시정부청사를 방문했다. 같은 날 나 원내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독립을 향한 그 숨 막히는 열정과 갈망을 느끼기 위해, 공산주의는 안 된다는 단호한 태도를 보였던 백범선생의 강인한 의지와 냉철한 현실 인식을 찾아 왔다”며 본인이 작성한 방명록 사진을 게재했다.
그가 공개한 방명록 사진에는 ‘조국의 독립을 위한 열정의 정신을 이어받아 강한 대한민국, 행복한 대한민국의 국민을 위한 길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자유민주주의 수호!’라는 글귀와 ‘2019. 8. 15.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나경원’이라는 서명이 기재돼 있다.
이 사진을 본 일부 네티즌들은 나 원내대표가 ‘대한민국’을 ‘대일민국’으로 잘못 적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가 방명록에 쓴 문구 중 ‘한’이라는 글자는 총 여섯 번 나오는데 첫 번째로 쓴 ‘대한민국’의 ‘한’자가 ‘일’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같은 문장에서 다른 ‘대한민국’, ‘자유한국당’의 단어에 들어간 ‘한’과 비교해보면 흘려쓰는 글씨체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한민국’을 고의로 ‘대일민국’으로 쓴 것 아니냐’는 주장은 나 대표를 계속 ‘친일파 프레임’에 묶어두기 위한 억지 주장일 뿐이다.
해당 글씨체를 제대로 살펴보기면 하면 금방 알 수 있는, 일부 온라인에서의 억지 주장을 대부분의 언론들은 보도하지 않았다. 그런데 유독 공영방송 KBS가 이런 주장을 ‘해프닝’, ‘논란’이라며 주말 메인뉴스프로그램에서 보도했다. 앵커는 “'ㅎ'자를 좀 이상하게 쓰는군요...어쨌든, 글씨체를 둘러싼 해프닝으로 보인다”고 마무리했으나, 굳이 ‘억지주장’을 상세히 담아가며 보도한 KBS의 의도는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벌어지는 황당한 논란을 언론이 주목함으로써 ‘나경원은 친일파다’라는 가십거리로 확대 재생산하는데 기여하는 것 아닌가.
KBS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나 원내대표의 페이스북 글이 더 문제라며 보도를 이어갔다. 그런데 그 내용이 황당하게도 ‘대한민국의 1948년 건국’을 부정하는 뉘앙스다. 마치 ‘1919년 임시정부 수립을 대한민국의 건국’으로 보는 게 정설이고, ‘1948년 건국’은 일부의 주장일 뿐이라는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나 원내대표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은 이렇게 시작된다. “74년 전 오늘, 우리 민족은 일제 식민강탈로부터의 해방이라는 기쁨을 맞이함과 동시에 어떤 대한민국을 만들 것인가라는 고민도 함께 맞이했다. 아니, 사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이름 조차도 아직 정해지지 않은 시점이었다”.
나 원내대표는 1945년 해방 당시 ‘대한민국’이라는 國號조차 없었으나, 3년의 혼란의 시기를 거쳐 어렵게 새로운 나라 ‘대한민국’을 1948년 건설했음을 얘기하고 있다. 이어진 문장에서 羅 원내대표는 “그로부터 꼭 3년이 흘러 1948년 8월 15일, 자유민주국가가 이 땅에 우뚝 서기까지 우리 민족은 엄청난 혼란과 불안의 시기인 이른바 ‘해방 정국’을 관통했다. 빼앗긴 나라를 되찾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것이, 앞으로 어떤 ‘새 나라’를 만들 것인 가였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겐 영웅들이 있었다. 하늘이 내린 은총들이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자랑스러운 주권 국가를 건설했다”고 했다.
그런데 KBS는 1919년 수립된 상해임시정부가 만든 헌법에 이미 ‘대한민국’이라는 명칭이 나온다며, ‘임시정부청사에 가서 임시정부를 부정한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를 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를 임시정부에서부터 쓰기 시작했고, 헌법에도 임시정부를 계승한다고 명시되어 있는데, 좀 논란이 되겠다”면서 “1948년 건국 주장과도 이어져서, 논란이 계속될 것 같다”고 마무리했다.
KBS는 ‘1948년 대한민국의 건국’이라는 ‘사실’을 ‘주장’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1919년 임시정부 수립을 대한민국의 건국으로 보는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임시정부가 ‘대한민국’을 ‘국호’로 쓰기 시작했다는 KBS의 주장에서 알 수 있다.
상해임시정부가 ‘임시헌장’을 통해 ‘대한민국’이라는 명칭을 언급했다고 해도,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없는 상태였는데, 어떻게 ‘국호’로 썼다는 말인가. 국가 구성의 3대 요소인, 주권, 영토, 국민 중 ‘주권’이 상실된 상태였고, 임시정부는 ‘한반도’ 밖에 있었으며, 국제적으로도 독립국가로 인정받지 못했는데, 1919년 ‘대한민국’이 어디서 어떤 실체로 건국되었다는 것인가.
1948.5.10. 최초의 국민 선거를 통해 제헌국회를 구성하고, 같은 해 7.17. 제헌국회에서 국민이 주권자인 ‘민주공화국’을 국체와 정체로 하는 제헌 헌법이 제정, 공포되었으며, 마침내 8.15. 정부수립을 통한 ‘대한민국’ 건국의 완성이 이루어진, 이 ‘역사적 사실’을 공영방송이라는 KBS는 한낱 ‘건국설’ 내지 ‘주장’으로 격하시켜 버렸다. 이런 反헌법적이고 反역사적인 내용이 어떻게 KBS에서 그것도 메인 뉴스프로그램을 통해 보도될 수 있는가.
KBS는 정작 주목해야 하는 나경원 원내대표의 페이스북 글은 전혀 소개하지 않았다. 나 원내대표는 긴 글을 통해 ‘통일이 광복의 완성’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을 비판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한번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대한민국의 위상을 ‘자유’를 빼버린 ‘연방제 통일’을 통해 흔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도해야 할 것은 보도하지 않은 KBS 대신 나 원내대표의 페이스북 글 전문을 소개한다.
[나경원 원내대표 2019.8.15. 페이스북 글 전문]
74년 전 오늘, 우리 민족은 일제 식민강탈로부터의 해방이라는 기쁨을 맞이함과 동시에 어떤 대한민국을 만들 것인가라는 고민도 함께 맞이했다. 아니, 사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이름 조차도 아직 정해지지 않은 시점이었다.
그로부터 꼭 3년이 흘러 1948년 8월 15일, 자유민주국가가 이 땅에 우뚝 서기까지 우리 민족은 엄청난 혼란과 불안의 시기인 이른바 ‘해방 정국’을 관통했다. 빼앗긴 나라를 되찾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것이, 앞으로 어떤 ‘새 나라’를 만들 것인 가였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겐 영웅들이 있었다. 하늘이 내린 은총들이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자랑스러운 주권 국가를 건설했다.
광복절 하루 전인 어제, 나는 광화문 인근을 지났다. “주한미군 철거”, “북침 전쟁연습 중단하라”, “우리민족끼리 자주통일” 등과 같은 문구가 적힌 채 여기저기 붙어있는 현수막들을 보면서 ‘이 광경은 흡사 1945년 그 때 광화문의 모습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그리고 난 혼란에 빠졌다. ‘우리는 아직도 어떤 대한민국이 맞는 것인지 생각을 모으지 못한 것은 아닐까...’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재인 대통령, 이 정권, 그리고 이 정권에서 벌어지는 여러 일들은 대한민국의 시계를 ‘해방 정국’으로 되돌린다는 느낌이 들었다. 호시탐탐 한반도 적화를 노리는 악의 세력 앞에서 여전히 낭만적 꿈에 젖은 이들이 불러대는 ‘가짜’ 평화 노래들이 흘러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다짐한다고 말했다. 안타깝게도 이 대한민국을 가장 세차게 흔드는 이들이 바로 문재인 정권이다. 자유를 지우고, 법치를 훼손하고, 공화의 가치를 무너뜨리는 문재인 정권이야말로 대한민국의 뿌리를 흔들고 있다. 그리고 끊임없이 우리를 위협하고 흔들어대는 북한 앞에 관대를 넘어 굴욕을 보이는 이 정권이야말로 지금껏 가장 위험하고 불안한 대한민국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통일이 광복의 완성이라는 대통령의 말에 나는 묻고 싶다. 그 통일 앞에 혹시 ‘자유’를 붙일 생각은 여전히 없는 것인지. “각자의 체제를 유지하면서”, “서로의 체제 안전을 보장하면서”라는 말을 과연 고통에 허덕이는 북한 주민들에게 당당하게 할 수 있는 것인지. 한반도 유일 합법 정부의 위상과 정통성이 점점 이 정권에 의해 무색해지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일곱 번이나 미사일을 쏘아대며 온갖 모욕과 폭언을 퍼붓는 북한이다. 노골적인 ‘통미봉남’으로 대한민국을 무시하고 있다. 그런 북한과 단순히 인구만 합치면 어떤 위기도, 역경도 다 극복할 수 있을 것처럼 말하는 것은 허황되다 못해 어이가 없을 정도다. 8천만 단일시장 운운하며 내거는 평화경제는 오직 문 대통령만이 붙잡고 늘어지는 허상이다.
단호한 경고를 보내도 모자랄 이 때, 과연 ‘평화경제’를 이야기를 하는 게 맞는가? 국민들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대체 왜 모든 사안에 대해 북한을 끌어다 내미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안보도 우리민족끼리, 경제도 우리민족끼리, 마치 나침반처럼 문재인 대통령의 정책의 화살표는 오직 북쪽만을 향해 있다.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 무려 ‘사회주의’라는 단어가 버젓이 들어가 있는 이 괴상한 단체 이름이 28년이 지난 대한민국에 ‘재소환’ 되는 이 현실이 과연 맞는 것일까. 그것은 누군가가 시대착오적인 색깔론을 끄집어 낸 결과도 아니다. 바로 이 정권이 스스로 만들어낸 일이다.
그 ‘사회주의’라는 단어에 대해 부끄럽지도, 자랑스럽지도 않다는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사실상 반성과 전향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20대 뜨거운 심장’은 너무나도 뜨거웠던 나머지, 50대 위험한 심장이 되어버렸고, 그런 그가 그리는 대한민국은 어쩌면 1948년 우리가 세운 그 대한민국과는 꽤나 다를 수 있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과연 법무부 장관 직에 올라선 조국 장관은 국가보안법대로 종북주의자들을 처벌할 것인가? 나는 그런 기대를 갖기 어렵다.
대한민국은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한가지 확실하게 답할 수 있는 것은, 지금 대한민국은 위태롭다는 것이다. 자유에서 억압으로 가고 있고, 진짜 평화에서 가짜 평화로 가고 있다. 번영과 풍요에서 지체와 빈곤으로 가고 있고, 자랑스러움의 자리에는 불안과 걱정이 대신 들어서고 있다.
이것이 광복 74주년을 맞은 대한민국의 현실이라는 것이 너무나도 안타깝고 슬프다. 광복의 기쁨을 노래했던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들의 슬픈 눈빛이 느껴지는 듯하다.
나는 오늘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마지막 발자취를 찾아 중국 중경에 왔다. 독립을 향한 그 숨 막히는 열정과 갈망을 느끼기 위해 왔다. 공산주의는 안 된다는 단호한 태도를 보였던 백범선생의 강인한 의지와 냉철한 현실 인식을 찾아 왔다.
그리고 나는 다시 생각해보고자 한다. 국가는 왜 존재해야 하는가. 무엇이 올바른 국가인가. 결국 국민을 행복하게 해주고, 더 강하고 풍요로운 국가를 건설해 세계 속에 당당한 국민을 가능케 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라면, 그 책무를 향한 길은 무엇인지 고민하고 또 고민해보려고 한다. 감정을 앞세우기 보다는 실질적 해법을 제시하는 책임의 정치, 과거를 기억하고 계승하되 오늘과 내일을 향해 나아가는 생산적 정치의 본질을 따져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