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모 명문대학 영문과 교수인 N씨는 자기가 들은 말 중에 제일 황당한 말이 "나는 문법은 좀 아는데 어휘력이 좀 부족해서…"라 했다. 말인즉, 단어 빼고는 영어 잘한다는 소린데, 이런 말은 성립될 수 없다고 한다. 영어실력의 80%가 어휘력인데, 단어 많이 모르면 영어 못하는 거지, 어휘력 빼고 영어 잘한다는 말은 그 말 자체도 틀린 말이지만,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은 사람의 정직성도 한번 따져봐야 할 인격이라고 했다.
이 비슷한 말로 개인적으로 듣기 싫어하는 말이 축구 경기 중계를 보다가 이런 말을 듣는 경우가 있다. "경기는 이겼는데, 득점에서 졌습니다."
드리볼 능력이나 패스 능력도 실력이지만, 골 결정력도 중요한 실력이다. 심판의 오심도 경기의 한 부분이고, 원정경기를 갔다면 현지에서 상대팀 응원단의 광적인 응원도 역시 경기의 한 부분이다. 그렇게 져놓고 경기는 이겼는데 득점에서 졌다는 게 말이 성립될 수 있는가.
요즘 이 비슷한 이야기를 문재인 정권 인사들에게서 자주 듣는다. 경제 말아먹고 한다는 소리가, (경제정책의) 방향은 옳았는데 실행과정에서 좀 문제가 있었다는 식이다. 보수정권이라고 해서 문재인 정권과 방향이 크게 달랐던 것이 있었나?
수출이 늘지 않으니 내수를 통해 성장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내수 성장을 위한 가계소득 증대 그리고 양극화 해소 또한 과거 모든 정권이 그 필요성을 인지하고 추진하던 정책이었다. 진보, 보수라고 방향이 다를 게 없다. 문제는 얼마나 저비용 고효율로 그러한 방향으로 가느냐 하는 방법론적 차이가 있을 뿐이다.
문재인 정권은 최저임금 문제라든지 주 52시간 근로제 등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비효율적인 재정집행으로 국민 혈세만 낭비하고 효과가 없다. 규제개혁에도 실패하여 소득이 높아질수록 수요가 늘어나는 산업에서 고용을 창출하지 못했고 4차산업 경쟁에서도 경쟁국보다 한참 뒤처지고 있다.
경제성장과 고용 증대를 위해 가장 절실하다고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거의 모든 경제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노동개혁은 아예 손도 대지 않고 있다. 경제정책은 순서와 타이밍이 중요한데, 전부 엉망인 정권이 문재인 정권이다. 이래 놓고 방향은 옳았는데 성과가 없다는 말이 설득력이 있겠나.
국민이 분노하는 것은 방향이 맞니 틀렸니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실행과정에서의 비효율과 무능(無能)에 대해서 분노하는 것이다. 자신들의 無能을 감추기 위해 방향은 맞았니 어쩌니 하며 말장난하는 모습을 보면, 진짜 정직성을 한번 따져봐야 할 인격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