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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칼럼
기도의 힘-시편(詩篇) 23장을 천 번 쓰기 엄상익(변호사)  |  2020-06-24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흙탕물 같은 세상의 원색적인 힘들을 많이목격했다. 사람이 감옥에 들어가면 먼저 오가는 말은 돈을 얼마나 쓰면 되겠느냐는 것이다. 그 말은 판사에게 얼마나 뇌물을 주면 되느냐는 의미가 들어있었다. 그 루트는 변호사였다. 변호사가 판사들과 술도 먹고 밥도 먹는 과정에서 두툼한 돈 봉투가 전해질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돈은 더러 간교한 지식의 힘을 사는데도 쓰였다. 변호사가 교묘한 법률이론을 만들고 허위주장을 만들고 법정에서 거짓말을 하는 대가로 돈이 오고 가는 것이다. 무죄를 만들기 위해 온갖 교활한 지식이 다 동원되기도 했다. 증인의 진술들도 돈으로 만들어졌다. 사람들은 진실을 위해 법정에 증인으로 나오지 않았다. 돈을 주는 사람을 위해 나오고 그들이 요구하는 대로 말을 해 주었다.
  
  권력의 힘이 있었다. 권력이 대법원장에게 지시를 하면 대법원장은 담당 법원장에게 지시하고 담당법원장은 재판을 하는 판사에게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렇게 해서 감옥에서 나오는 고관이나 정치인들이 더러 보았다. 죄를 짓고 돈의 힘, 권력의 힘, 지식의 힘으로 법의 그물망을 뚫고 나가는 존재들이 있었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일종의 정치범의 경우였다. 혁명적 상황에서 숙청대상이 되어 감옥에 있는 경우다. 그런 경우에는 기도의 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구치소에서 국정원장을 만났었다. 대통령과 함께 그가 감옥에 들어왔다. 그가 대통령에게 뇌물을 줬다는 혐의였다. 오래 전부터 관례적으로 청와대에 지원해오던 예산을 혁명정권의 검찰이 뇌물죄로 기소한 것이다. 국정원장은 정직하고 담백한 성격의 사람이었다. 뇌물을 받거나 줄 성품이 전혀 아니었다. 사관학교를 나오고 장교로 월남전에 참전한 이후 평생 청렴하게 공직에 있던 사람이었다. 그 깨끗함 때문에 국정원장이란 권력의 최고 자리에 올랐는지도 모른다.
  
  박근혜 대통령도 뇌물을 받을 성품이 아니라는 생각이었다. 왕 같은 대통령의 딸이라는 신분이 사람들과 쉽게 소통되지 않는 성격을 만들어주었는지는 몰라도 뒷돈을 받을 사람은 아니라고 봤다. 일심과 이심의 판사들은 대통령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무죄라고 판결을 선고했다. 범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내면에 고의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달랐다. 그들은 뇌물로 징역을 살아야 한다는 결론이었다. 나는 그 대법원 판결을 살아있는 현재 권력의 힘이라고 봤다.
  
  나는 법정에서 일어나는 일을 영적(靈的) 시각에서 두 가지로 해석하고 있다. 마귀가 수를 쓰는 경우와 기도의 힘이 작용하는 경우다. 돈의 힘, 권력의 힘, 교활한 지식의 힘이 작용하는 경우를 마귀수라고 본다. 그러나 기도의 힘이 더 강한 경우를 보기도 했다. 기도의 힘을 이끌어 내기 위해 내가 종종 차용하는 방법이 있다. 성경 속 시편 23장을 천 번 써 보라고 권하는 것이다. 그러면 소원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해주는 것이다.
  
  국정원장에게 그렇게 권했다. 그가 속으로 비웃고 거절할 것이라는 생각도 있었다. 세상에서 높다는 자리에 가면 교만해지는 게 인간이기 때문이다. 의외로 국정원장은 그 방법에 순순히 응했다. 나는 그렇게 한다고 해도 하나님은 그를 감옥에서 밖으로 내보내 주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세상 권력은 하나님을 절대적으로 믿는 예수를 사형에 처했다. 제자들을 대부분 감옥에 처넣었다. 기도하면 더 힘든 환경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나는 기도의 힘으로 그의 영혼이 바뀔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영혼만 바뀐다면 어떤 고통도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예전에 징역 삼십 년을 살고 있는 죄수로부터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저는 평생 징역을 살지만요, 저를 가두는 이 감옥의 두꺼운 벽이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영혼만 자유로우면 철창도 벽도 저를 가두지 못해요.”
  
  나는 나이 팔십이 된 노인 국정원장도 그렇게 되기를 간구했다. 몇 달의 시간이 흘렀다. 그의 얼굴이 확연히 달라졌다. 빛이 나고 건강해진 모습이었다. 그는 견딜 만하다고 했다. 감옥에 있는 중 집필 작업을 하는 게 어떠냐고 물었다. 그의 영혼이 살아난 것 같았다. 세상에는 돈의 힘 권력의 힘 지식의 힘이 있다. 하지만 그런 것들도 기도의 힘에는 못 미친다. 기도의 힘은 판사들의 마음을 바꾸기도 했다. 세상의 모든 위대한 사업들은 모두 기도의 힘으로 이룩한 것이다.
  
  
  
삼성전자 뉴스룸
  • 1 2020-06-26 오후 7:32:00
    감사! 감사! 감사의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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