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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골목 작은 미용실 엄상익(변호사)  |  2020-06-28
요즈음은 머리를 깎기가 힘들다. 노인 이발사 한 명이 운영하는 동네 이용원은 모처럼 찾아가도 몸이 아파서 머리를 깎지 못하겠다는 말을 듣고 돌아온 적도 있다. 요즈음은 모두 예약문화다. 그런 문화에 익숙하지 못한 나는 불쑥 미용실을 찾아갔다가 몇 번이나 퇴짜를 맞았다.
  
  그러다 적당한 한 미용실을 찾았다. 육십대 여성 미용사 한 명이 파리를 날리는 조그만 미용실이었다. 빛이 바랜 낡은 비닐 소파가 벽 아래 붙어있고 구석에는 문틈으로 이불이 깔린 게 보이는 쪽방이 붙어있다. 손님이 없는 그 미용실은 예약 없이 언제 가도 머리를 바로 깎을 수 있어 단골이 됐다. 머리를 깍을 때면 그 할머니 미용사의 입에서는 쉴새 없이 시사 얘기가 터져 나온다. 미국 대통령 트럼프가 나오고 북한의 김정은과 중국의 시진핑 얘기를 국제정치 평론가같이 떠들어댄다. 심심치 않게 문재인 대통령을 욕하기도 한다.
  
  손님이 없는 대부분의 시간을 미용실 쪽방에서 텔레비전 시사프로그램을 보기 때문에 박식해졌다고 자랑한다.
  
  “나 같은 자영업자는 죽어라 죽어라 하는 세상 같아요. 임대료는 오르죠. 머리 깎는 손님은 없죠. 앞으로 이삼십 년은 더 살 것 같은데 무슨 돈으로 살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코로나 사태가 나고 정부에서 지난달 지원해 주는 돈 칠십만 원을 받았어요. 계속 매달 그렇게 줬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한번 주고 그칠 것 같아요. 사람들 정부지원금 받고 소고기 집만 가지 미용실에 머리 깎으러 오지는 않아요. 그러니 살겠어요? 세상이 왜 이런지 몰라요. 정부는 나 같은 사람 살게 해줘야 해요.”
  
  “자영업자로 지금의 삶이 어떤데요?”
  내가 물었다. 그녀는 바리캉으로 나의 머리를 치면서 말을 계속했다.
  
  “저는 고등학교 때 미용기술을 배워 평생 여자들 머리를 만졌어요. 다행인 건 작은 아파트 하나는 있어요. 육십대 말 할머니인데 거기서 혼자 살아요. 임대료는 오르고 미용실 손님은 점점 줄어드는데 남은 세월을 어떻게 살아갈까 정말 걱정이 되는 거에요. 제 동생은 교사를 했는데 연금으로 잘 살고 있어요. 그런데 나는 앞이 불안한 거에요. 은행에 아파트를 담보로 하는 연금대출을 알아봤는데 서울의 아파트는 공시가격이 높아서 주택연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거에요. 몸은 늙어가고 당장 앞이 보이질 않아요. 아파트를 하나 가지고 있으니까 세금은 또박또박 물라고 통지를 하더라구요.”
  
  “앞으로 사는데 돈이 얼마쯤 들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많이 쓰지 않아요. 혼자 살면서 먹는 것도 소박하게 먹고 입는 것도 시장에서 중고 옷을 사다 입어요. 한달에 몇십만 원이면 살아요.”
  
  “그렇다면 만들어서 걱정을 하는 거에요. 하나님은 공중 나는 새도 다 먹여주는데 왜 아직 닥쳐오지 않은 내일 일을 근심하죠? 미용실 원장님은 남들 가지지 못한 아파트가 있는데 감사하고 점포가 있는데 감사하고 기술을 주신 것에 감사하고 건강에 감사해야 하지 않나요?”
  
  “예수쟁이인 내 동생도 손님하고 똑같은 소리를 하더라구요.”
  “그게 아니라 현실에서 내가 가진 것의 가치를 알아야 해요. 얼마 전에 들은 중국 부자 얘기를 하나 할께요. 중국에서 어떤 부자가 돈을 더 벌려고 마약에 손을 댔다가 잡혀서 사형을 당하게 됐어요. 그때 뭐라고 하면서 후회했는지 알아요? 이럴 거면 가족하고 가게 하나 가지고 장사하면서 살 건데, 라고 했대요. 바로 행복과 만족을 주는 그런 가게를 가지고 있잖아요?”
  
  텔레비전 시사프로에 푹 빠진 그녀는 어떤 다른 것들에 세뇌되어 있는 것 같았다. 정치인이나 운동가들이 선동하는 대로 앵무새 같이 말하는 면이 있었다. 그것은 배고픔보다는 배아픔이었다, 책임을 전가하는 사회나 정부라는 개념도 그랬다. 사회나 정부가 과연 모든 사람들의 삶을 보장해 줄 수 있는 실체가 있는 존재일까? 사회나 정부는 관념적인 존재라는 생각이다. 결국에 가서는 이웃의 것을 세금 명목으로 그냥 뺏어다가 내가 살자는 것이다.
  
  할머니 미용사의 기관총 쏟아지는 듯한 말을 들으면서 나는 속으로 혼자 상상해 보았다. 손님이 없는 빈 시간에 드라마나 텔레비전 시사프로그램을 보지 말고 조용히 성경을 읽는다면 그녀는 훨씬 깊고 풍요한 정신세계로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성경 위에 손을 얹어놓고 기도하면 그야말로 맑고 향기로운 노년의 신성한 모습이 아닐까. 그녀에게 진정한 기도의 의미를 알려주고 싶었다. 기도는 절대 구걸이 아니라고. 하나님뿐 아니라 사회나 정부에 대해서도 요구하는 게 아니라고. 오직 감사하는 것이라고. 존재하는 것에 대해. 숨 쉬는 것에 대해. 이 아름다운 세상을 보는 것에 대해. 감사를 드린다면 우리 모두는 대단한 환희와 기쁨을 누릴 것이라고.
  
삼성전자 뉴스룸
  • 1 2020-06-29 오후 5:57:00
    오늘의 축복에 감사하며,또 감사합니다!! 내일도 감사하는 날이되도록 축복해주시옵소서!!! 감사! 감사!! 또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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