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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턴의 김정은 엿먹이기 작전 秘話 하노이 회담 결렬의 내막 趙甲濟  |  2020-08-05

하노이 결렬 작전
  
   볼턴은 하노이 회담을 앞두고 트럼프가 싱가포르 회담에서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하는 데 집중하였다. 그는 김정은이 핵폐기를 할 생각이 없는 것을 확인한 이상, 두루뭉술한 합의를 막는 게 최선의 국익(國益)이란 생각을 하였던 것 같다. 김정은은 다방면으로 미국을 압박해왔다. 2019년 새해가 밝자 1월8일 시진핑을 찾아가 만났다.
  
   10일 뒤 김영철이 워싱턴을 방문, 김정은의 친서를 트럼프에게 전하고 90분 동안이나 만났다. 다행히 트럼프는 김영철에게 북한이 비핵화하기 전엔 제재를 해제해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그러지 않으면 자신이 바보가 될 것이라고 했다. 볼턴의 눈엔 대북(對北)특사인 비건이 문제였다. 그는 북한의 술책인 단계적 해결책(행동 對 행동)을 선호하는 듯한 언동을 했다. 폼페오가 비건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게 아닌가 의심했다.
  
   볼턴은 국무부의 협상가들이 합의를 이뤄야 한다는 욕심과 언론의 보도에 중독되어 일을 그르칠 수 있다고 판단, 트럼프에게 미리 회담 전략을 브리핑하기로 했다. 2월12일 첫 보고회가 45분간 진행되었다. 트럼프에게 영상을 틀어주었는데 클린턴, 부시, 오바마 대통령이 북핵 문제에 대해서 큰 성과를 거두었다고 하는 장면과 그 뒤 북한이 합의를 지키지 않는 장면을 대치시켰고 마지막엔 레이건 대통령이 1986년 아이슬란드 레이캬빅에서 고르바초프와 만났을 때의 장면을 보여주었다. 레이건이 여기서 군축협상을 깸으로써 오히려 그 뒤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였다는 점을 트럼프에게 각인시키기 위함이었다. 브리핑이 끝나자 트럼프는 세 가지를 명심하겠다고 했다.
  
   “지렛대가 있어야 한다.”
   “서둘 필요가 없다.”
   “회담을 깰 수 있다.”
  
   “종전선언을 북한도 관심 없어 한다”
  
   볼턴은, 하노이 회담에서 모든 것을 걸 필요 없고 실패해도 전처럼 대화를 계속하면 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그는 김정은이 더 급하다고 보았다. 볼턴은 “재앙적 타협이 하노이에서 이뤄지는 것을 막는 데 전력을 다했다”고 썼다. 하노이 회담을 잘 넘기면 북한과 타협하라는 압력이 약해질 것이라고 보았다. 문제는 협상 실무팀장인 비건을 견제하는 것이었다.
  
   두 번째 보고회는 2월15일이었다. 북한 측 선전 영상을 통하여, 미국은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했는데 북한은 대규모 훈련을 계속하고 있음을 트럼프에게 설명했다. ‘완전한 비핵화’의 요점을 정리하여 트럼프에게 주었다.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주겠다고 했다. 볼턴은 국무부가 추진하는 행동 對 행동의 단계적 접근법보다는 협상의 기본입장을 확실히 하는 것, 즉 핵시설에 대한 완벽한 신고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트럼프는, 회담 직전인 2월19일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하였다. 트럼프는 문 대통령에게 협상에 진전이 있는 것처럼 언론에 알려달라고 했다. 그날 아침에도 폼페오와 비건, 그리고 볼턴과 NSC(국가안보회의)의 앨리슨 후커가 참석한 가운데 트럼프에게 보고회를 가졌다. 트럼프는 “회담을 결렬시켜도 좋다”고 했다. 비건에겐 “김정은을 좋아한다고 말하되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라”고 했다.
  
   트럼프를 뺀 실무 책임자 회의에서 던포드 합찹의장은 종전선언은 법적 구속력이 없음을 강조하였다. 이날 회의 분위기도 “그렇다면 왜 우리가 그것을 추진해야 하는가. 북한도 그것엔 관심이 없다고 하지 않았나. 종전선언은 문재인만이 원하는 것이다”면서 내키지 않아 했다는 것이다.
  
   2월21일에 마지막 브리핑이 있었다. 직전에 아베 수상이 트럼프와 통화하였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김정은이 예상하지 못한 카드를 숨겨 가지고 와서 트럼프의 양보를 얻어내는 전술 대비책도 논의되었다. 2월24일 하노이행 비행기가 앵커리지에서 재급유를 받기 위하여 착륙하였을 때 비건이 초안을 잡은 미북 성명서가 전달되었다. 볼턴이 보기엔 북한 측이 쓴 것이 아닌가 생각될 정도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승인한 것이 아닌 문서로 밝혀졌다. 볼턴은 비서실장과 부통령에게 문제가 많다는 점을 알렸다.
  
   애걸하는 김정은
  
   트럼프 팀은 2월27일 하노이에서 대책회의를 했는데 대통령은 비건의 초안을 비판하고 세 가지 선택이 있다고 했다. 빅딜, 스몰딜, 결렬. 스몰딜은 대북(對北)제재를 약화시키는 것처럼 보이므로 안 되고, 빅딜은 김정은이 핵포기라는 전략적 결단을 내리려 하지 않으므로 어렵고 그렇다면 결렬밖에 없을지 모른다고 했다. 트럼프는 자신의 변호인이었던 마이클 코언의 의회 증언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었다. 트럼프는 코언의 증언을 덮을 만한 큰 기사를 만드는 데 ‘결렬’이 도움이 될 것인지에 대하여 생각하는 듯했다.
  
   이날 김정은 측과 트럼프 측의 만찬이 있었지만 북한 측 요청으로 볼턴은 참석하지 않았다. 만찬장에서 김정은은 영변 핵시설을 폐기할 터이니 2016년 이후의 유엔 대북제재를 해제해줄 것을 요청하였다고 한다. 볼턴은 폼페오에게 “그 외의 카드는 없는 것 같으냐”고 물었고 “없는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 그날 밤 트럼프는 텔레비전으로 코언의 증언을 시청하느라 잠을 자지 않았고 28일 아침 회의는 취소되었다. 회담장인 메트로폴 호텔로 가는 차중(車中)에서 트럼프는 “북한에 ICBM 폐기를 요구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하다가 “스몰딜과 결렬 둘 중 어느 것이 더 큰 뉴스가 될 것 같으냐”고 묻기도 했다.
  
   9시부터 김정은-트럼프 단독회담이 있었다. 본회담은 11시부터 시작되었다. 트럼프 측은 폼페오·멀베니 비서실장·볼턴, 김정은 측은 김영철·이용호·통역이었다. 기자들이 들어와 촬영을 끝내고 나간 뒤 트럼프가 김정은에게 “언론이 괴롭히지 않는냐”고 물었다. 김정은은 놀란 표정을 짓더니 “나는 그런 부담이 없다”며 웃었다. 인권문제에 대하여 트럼프는 김정은에게 “그 문제를 의논했다고 하자”고 하여 모두를 웃겼다.
  
   트럼프는 “쉴 동안에 뭘 준비했느냐”고 했다. 김정은은 “전임자들이 일찍이 내어본 적이 없는 제안을 갖고 하노이까지 멀리 왔는데도 트럼프가 만족하지 않아서 기분이 좋지 않다”고 했다. 그런 이야기가 한동안 진행되다가 트럼프는 볼턴에게 ‘비핵화의 정의(定義)’에 대하여 정리한 것과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경우에 맞게 될 밝은 장래에 대하여 정리한 문서를 요구하여 이를 김정은에게 건넸다. 그러면서 김정은에게 “평양까지 비행기로 태워주겠다”고 했고 김정은은 웃으면서 “그럴 수 없다”고 했다. 트럼프는 계속해서 “그렇게 하면 좋은 그림이 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영변 핵시설 폐기 이외에 추가할 것이 없느냐”고 물었다. 김정은은 영변 폐기가 북한으로선 얼마나 큰 ‘양보’인지, 미국 언론이 얼마나 관심을 보이고 있는지를 다시 설명했다. 트럼프는 제재를 완전히 해제해달라고 하지 말고 몇 퍼센트만 해제해달라는 식으로 수정할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다. 이 순간이 가장 위험하였다고 볼턴은 썼다. 만약 김정은이 “좋다”면서 응했다면 합의가 있었을 것이고 그것은 미국 측에 재앙이 되었을 것이다. 다행히 김정은은 트럼프의 말에 불평만 했다. 얻는 게 없다고.
  
   약한 모습 보이는 김정은
  
   트럼프는 화제를 돌려 남북한의 통일 가능성과 중국의 역할에 대하여 물었지만 김정은은 본안으로 돌아가자고 했다. 트럼프는 미국을 때릴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 폐기를 약속하면 어떠냐고 했다. 그러면서 “존, 당신은 어떻게 생각해?”라고 했다. 볼턴은 좋은 기회라고 판단, “북한의 핵, 화학, 생물학 무기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완전한 신고가 있어야 하며 이는 군축협상의 전통적인 절차이고, 이전의 협상은 이것이 이뤄지지 않아 실패하였다”고 설명했다. 김정은은 단계적으로 진행하면 전체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라고 응수했다.
  
   김정은은 싱가포르에서 말했듯이 “북한은 체제안전을 위한 법적 보장이 없다”고 불평했다. 트럼프는 무슨 종류의 보장을 원하느냐고 물었다. 김정은은, 외교관계도 없고, 70년 동안 적대(敵對)관계였으며 겨우 8개월의 개인적 관계뿐이라고 답했다. 구체적 요구는 없었다. 김정은은, 만약 미국 군함이 북한의 영해를 침범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했고 트럼프는 그럴 때는 “나에게 전화하라”고 했다.
  
   김정은은 눈에 띄게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합의가 불가능하게 되었음이 명백해지자 양측은 발표문을 놓고 논의를 진행했다. 김정은은 공동성명으로 하자고 했고 트럼프는 따로 발표하자고 했다가 말을 바꾼다. 이렇게 설왕설래 하다가 트럼프가 한 번 더 ‘완전한 합의’를 원한다고 했더니 김정은은 더 제안할 것이 없다면서 공동발표를 ‘하노이 성명’으로 하자고 했다. 볼턴은 이게 함정이라고 판단하였다. 여기에 영변 문제를 끼워 넣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트럼프는 김정은의 제재해제 제안을 받아들이면 미국에서 정치적 파장이 커서 재선에서 선거에서 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김정은은 즉각 트럼프를 정치적으로 약화시키는 행동은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김정은은 계속 공동성명을 제안하면서 두 지도자 사이의 벽을 느낀다고 불평했다. 절망감을 느낀다는 표현도 했다. 볼턴은, 이런 감성적 호소에 트럼프가 넘어갈까 걱정했다고 썼다.
  
   트럼프는 김정은에게 너무 실망할 필요가 없다고 위로하였고 모두가 웃었다. 김정은은 다시 영변 보따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설명했다. 볼턴은 1992년 남북비핵화 선언 이후 북한이 여러 차례 비핵화를 약속했던 점을 지적했다. 트럼프는 김정은이 영변 폐기의 대가로 제재를 해제해달라고 하는 게 합의의 장애물이라고 거듭 설명했다. 김정은은 “자신의 제안이 박수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부끄럽다”고 했다. 이제 회의가 끝나는가라고 생각했는데 김정은은 그게 아니었다. 영변을 다시 설명하면서 전임자들이 이룬 것보다 더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설득하려 하였다. 볼턴은 그렇다면 양측이 따로 성명을 내자고 했다. 김정은이 북측은 성명을 내지 않겠다고 했다. 트럼프는 공동성명을 원한다면 김영철과 폼페오가 초안을 마련해보라고 했다. 북한 측은 퇴장하였다. 트럼프는 볼턴에게 질문을 던졌다.
  
   “7000마일이나 떨어진 나라를 제재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보라”고 했다. 볼턴은 “그들이 미국인을 죽일 수 있는 핵과 미사일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고 했다. 트럼프가 옆방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폼페오가 와서 공동성명 작성이 불가능하다고 보고하였다. 김정은이 영변 이야기를 또 꺼내서 합의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해서 하노이 회담은 공동성명 없이 끝났다. 볼턴은 싱가포르의 패배를 하노이의 결렬로 복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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