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大選)후보가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카멀라 해리스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원을 선택했다. 공화당과 민주당의 대선 역사를 통틀어 흑인 여성이 부통령 후보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바이든 후보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이같은 사실을 전하며 “해리스는 이 나라의 가장 훌륭한 공무원 중 한 명이다”라고 했다. 그는 “카멀라가 (캘리포니아주) 검찰종장으로 있을 당시 (자신의 아들) 뷰와 가깝게 일했다”며 “이 둘이 거대 은행들을 수사하고, 일하는 사람들을 도와주며 폭력으로부터 여성들과 아이들을 보호해주는 것을 봐왔다”고 했다. “그때도 그가 자랑스러웠고 지금 이 선거에서 그가 나의 파트너가 된 것 역시 자랑스럽다.” 뷰는 바이든의 아들로 델라웨어주 검찰총장을 지냈다. 뇌종양을 앓던 뷰는 2015년 46세의 나이로 숨졌다.
바이든 캠프는 해리스의 지명 발표 이후 ‘바이든-해리스: 이끌어 나갈 준비가 돼 있다’는 제목의 홍보물을 배포했다. 여기에도 해리스와 바이든의 아들 얘기가 있다. “해리스와 뷰는 함께 은행업계에 맞서 싸우며 친하게 지냈다. 해리스는 뷰와의 친분으로 조 바이든에 대해 알게 됐다. 바이든은 아들 뷰로부터 카멀라에 대해 알게 됐고 그가 다른 사람들과 제대로 싸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조는 카멀라의 강인함을 오랫동안 인상 깊게 생각해왔다.”
55세인 해리스는 1964년 10월 20일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에서 태어났다. 北美 카리브해의 자메이카에서 온 아버지와 인도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스탠퍼드대 경제학과 교수이며 어머니는 유방암 전문 과학자다. 그는 워싱턴 DC의 하워드 대학교에서 정치학과 경제학을 전공했고 헤이스팅스 로스쿨을 나왔다. 1990년대에는 캘리포니아주 알메다 카운티검찰청에서 근무했다. 2004년부터 2011년에는 샌프란시스코 지방검찰청에서 근무했다. 2011년부터 2017년까지 캘리포니아주 검찰총장을 지냈다.
초선의원인 해리스는 이번 대선에 민주당 경선 후보로 출마해 바이든과 경쟁했었다. TV 토론에서 바이든이 과거 인종차별주의적인 정책을 옹호했다고 공격해 큰 주목을 받았다. 바이든이 1970년대에 인종차별 완화 정책인 ‘버싱’에 반대한 상원의원들을 두둔했다는 것이었다. 버싱은 유색인종과 백인 학생이 같은 스쿨버스를 타도록 하는 정책이었다. 바이든은 연방 차원의 버싱 정책에 반대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 등의 팩트체크 결과 바이든은 실제로 버싱 정책에 반대한 것이 사실로 드러났다.
트럼프는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해리스가 지명된 것에 조금 놀랐다”며 “해리스는 경선에서 정말 못했던 사람”이라고 했다. 그는 해리스가 경선 당시 바이든의 버싱 정책을 공격한 것을 언급하며 매우 악랄하고 무례하게 행동했던 것이 기억난다고 했다. 그는 “해리스는 조 바이든을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부르며 사과를 요구했으나 받지 못했다”며 “사기꾼 카멀라는 자신의 도덕성 역시 버리려고 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선 캠프의 카트리나 피어슨은 바이든의 러닝메이트 발표 직후 성명을 냈다. 그는 해리스 지명과 관련, “조 바이든이 좌파 급진주의자들의 과격한 정책으로 가득 채워지고 있는 빈 깡통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했다. 그는 “사기꾼 카멀라는 자신의 도덕성을 모두 감추려 할 것이 분명하다. 민주당을 지배하고 있는 과격한 反 경찰 주의자들을 기쁘게 하기 위해 자신이 검찰 출신이라는 사실도 묻어두려 할 것이다”라고 했다. 또 “조 바이든은 중도주의자가 아니다. 바이든은 해리스를 정치적 생전(生前) 유서(遺書) 대상자로 선택했다. 그는 이 나라의 통제권을 세금을 인상하고 경찰 예산을 축소하며, 에너지 업계 일자리를 없애고 국경을 개방하며, 사회주의 독재자들을 기쁘게 하는 급진적 깡패들에게 갖다 바치려 하고 있다”고 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해리스 지명을 축하했다. 그는 “해리스 상원의원을 오랫동안 알고 지냈다. 그녀는 이 일에 어느 누구보다도 준비가 돼 있다. 그녀는 미국의 헌법을 지키기 위해 일해왔고 공정한 대가를 받아야 하는 사람들을 위해 싸워왔다. 오늘은 미국에 기쁜 날이다. 이제 앞으로 나아가 이겨보자”고 했다.
한편 바이든이 이번 선거에서 승리하면 가장 나이가 많은 대통령이 된다. 현재 77세인 바이든은 재선에 성공하면 82세가 된다. 민주당 고위인사들은 바이든이 재선까지 도전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바이든 역시 첫 번째 임기만 수행하겠다는 식의 발언을 한 바 있다. 이런 이유로 바이든이 선거에서 승리하면 해리스가 2024년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바이든은 언제라도 대통령의 역할을 수행할 능력이 있는 사람을 부통령 후보로 선택할 것이라고 해왔다. 그는 지난 5월 부통령 후보 선정 기준을 언급하며, “내게 무슨 일이 생겼을 시 미국의 대통령직을 이어받아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 사람을 찾고자 한다”고 했다.
한편 바이든은 유색인종 여성을 러닝메이트로 지명하라는 압박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수잔 라이스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그가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한 이유 중 하나는 높은 흑인 지지율이었다. 흑인 유권자는 미국 선거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흑인 유권자들은 2008년과 2012년 대선에서 오마바가 승리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반면 2016년 대선의 경우는 유색인종의 투표율이 전국적으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