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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칼럼
신앙의 젖꼭지를 물고 늙어가는 노인들 엄상익(변호사)  |  2020-09-18
<“사람 숭배는 해서는 안돼요”>
  
  열심히 교회에 나갔던 적이 있었다. 화장실 청소도 자청하고 단체식사 후 설거지를 하기도 했다. 교회 주변의 쓰레기를 치우기도 했다. 내가 아는 나이 든 장로는 중풍으로 쓰러졌다 일어난 후에 교회에 가서 대걸레를 들고 바닥을 닦았다. 교회는 가장 낮은 자리에서 노동을 하면서 봉사를 하면서 예수의 도(道)를 닦는 훈련장 같았다. 또 여러 사람과 교제하는 장소였다. 좋은 사람들과 마음을 활짝 열고 얘기할 수 있었다. 대화의 주제가 성경 속의 말씀이라 더욱 충만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곳에서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었다.
  
  세월이 지나가면서 점차 다른 걸 개인적으로 느끼게 됐다. 젖을 먹던 아이가 크면서 밥을 먹고 딱딱한 음식을 먹으면서 성장한다. 초등학교를 마치면 졸업을 하고 중학교나 고등학교 대학교로 진학을 한다. 그런데 교회를 보면 신자들을 마냥 젖꼭지를 입에 물고 있는 아이로 묶어놓고 있는 느낌이었다. 신앙의 젖꼭지를 물고 늙어가는 노인들이 가득한 것 같았다. 믿음의 본체인 성경은 거의 읽지 않는 것 같았다. 기도도 하지 않았다. 주일의 형식적인 의식에 참여하는 게 전부였다. 교회의 목사가 그들에게 주입하는 몇 마디의 말이 차츰 그들의 정신적 전족(纏足)이 되어가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 어느새 교회의 목사가 절대적인 존재로 변해가는 느낌이었다. 어느 날 내가 다니던 교회의 소모임에서였다. 사업에 성공하고 돈이 많다는 소모임의 리더가 이렇게 말했다.
  
  “우리 교회 목사를 부를 때는 꼭 ‘님’자를 붙이세요. 아시겠죠?”
  그의 말 속에서 단순한 존경의 뜻이 아닌 우상화 작업의 냄새가 풍기는 것 같기도 했다.
  
  “그리고 이제부터 제가 가르치는 것도 목사님의 해석과 지시를 절대 넘지 않을 것입니다. 여러분도 그렇게 아시고 그걸 넘는 토의는 하지 않기 바랍니다.”
  
  그때 그때 목사가 정한 토의자료의 인쇄물이 있었다. 그걸 모두 앞에 놓고 소모임의 리더에 의해 주입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소모임의 리더가 다음은 자기 자랑을 했다.
  
  “저는 어려서 주님을 영접하는 체험을 한 후 지금까지 교회에서 하는 새벽기도를 거른 적이 없습니다. 주님 덕분에 하는 사업도 성공해서 부자가 됐습니다.”
  
  나는 더 이상 그의 말을 들을 수 없었다. 교회 모임이 아니라 마치 공산당의 세포조직에서 당의 도그마를 일방적으로 주입시키는 것과 같았다. 그는 얼치기 교사였다. 오히려 믿음을 가지려는 사람에게 독이 되는 존재 같았다. 내가 그에게 물어보았다.
  
  “실례지만 성경을 얼마나 보셨습니까? 그래도 기독교의 본질은 말씀 아닐까요?”
  “아니예요, 성경을 많이 읽을 필요 없어요. 여기 목사님의 해석자료만 읽으면 돼요.”
  
  “어려서 하나님을 영접했다고 하는데 크면서 한번의 일탈도 없었습니까?”
  “그런 거 없었습니다.”
  
  더 이상 그의 말을 들을 필요가 없었고 그런 모임에 참여할 이유가 없었다. 그런 가짜들이 교회 곳곳에 가라지 같이 많이 돋아 있었다. 그리고 목사들은 그런 가라지를 좋아하는 것 같았다. 교회를 다니면서 어떤 때는 조지 오웰이 쓴 ‘동물농장’이라는 소설이 연상되기도 했다. 지도자인 성직자들은 가장 희생적이고 가장 겸손한 목자같이 행동하는데 어느 틈에 그들은 우상이 되어 있었다. 오십대 중반쯤의 사장 부인이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저는 제 남편보다 목사님을 더 사랑해요. 하나님 다음이 목사님이죠.”
  
  영(靈)인 하나님은 그가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다. 그녀에게 보이는 하나님은 목사인 것 같았다. 변호사를 하면서 기성교회에서는 이단이라고 불리는 단체의 사람들을 업무적으로 만나보기도 했다. 그중 한 단체의 여신도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 선생님은 구세주에요. 이 땅에 다시 오신 예수죠. 그렇지만 알려지면 핍박이 오기 때문에 비밀로 하는 겁니다.”
  
  교주가 되는 그 인물은 그들의 하나님이었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 기도하고 나서 이따금 ‘다석일지’라는 책에서 류영모 선생의 가르침을 받는다. 그분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툭툭 털고 나서는 것뿐이에요. 하나님에게로 나아가는 것뿐입니다. 사람 숭배를 해서는 안돼요. 그 앞에 절을 할 것은 하나님뿐입니다. 종교는 사람을 숭배하자는 게 아니에요. 하나님을 하나님으로 바로 깨닫지 못하니까 사람더러 하나님이 되어 달라는 게 사람 숭배하는 이유입니다. 하나님이 내 마음 속에 계시는 데 굳이 교회를 찾아다닐 것이 없다는 말입니다.’
삼성전자 뉴스룸
  • 이중건 2020-09-21 오전 2:03:00
    앞으로 개인교주의로 나아 가게 될 것 같습니다. 교회보다도 개인교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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