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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당선, 세계를 위한 천만다행!” <천영우TV 녹취> 트럼프 낙선에 실망할 지도자들, 김정은·문재인·시진핑 조갑제닷컴  |  2020-11-24

지난주 미국 대선(大選)에서 바이든이 당선된 것은 미국과 한국뿐 아니라 세계를 위해서도 천만다행입니다. 미국의 집단 지성(知性)이 승리한 결과로 봐야죠. 미국은 지난 4년간의 파행과 일탈에서 정상으로 되돌아가게 되었고 트럼프가 망가뜨린 미국의 품격을 다시 살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트럼프가 만약 재선되었다면 한미(韓美)동맹은 아마 4년 내에 파탄을 면하기 어려웠을 겁이다.


::트럼프 낙선에 실망할 지도자들::
그러나 트럼프 패배에 실망하는 지도자들도 있을 겁니다. 그중에서 김정은이 가장 실망할 겁니다. 자신을 정상적 국가지도자로 깍듯이 대접해주고, 김정은 체제의 정치적 정당성을 인정해주고 국제적 위상을 높여주고 그것만으로 모자라서 핵무력의 획기적 증강까지 허용해준 최고의 은인이 바로 트럼프입니다. 이런 은인은 김정은 평생에 다시 만나기가 힘들 겁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좀 실망할 것 같습니다. 트럼프가 김정은과 쌓아온 친분이 이제 소용없게 되었고 바이든이 김정은을 힘들게 할까봐 걱정이 좀 될 겁니다.

시진핑은 어떨까요? 시진핑이 트럼프 낙선(落選)을 환호할 것으로 믿는 분들이 많은 것 같은데 아마 실망이 더 클 겁니다. 트럼프가 득표전략 차원에서 반중(反中) 쇼는 요란하게 벌였지만 허술한 구석이 의외로 많고, 시진핑이 요리하기가 쉬운 허당이었습니다. 이런 트럼프가 당선되기를 은근히 바랐을 텐데 낙선한 게 좀 아쉬울 겁니다.


::민주당의 외교철학과 기조::
(미국) 민주당의 외교철학과 기조의 특징은 뭘까요? 국제분쟁은 외교적으로 평화적으로 해결 가능하다고 믿는 경향이 강합니다. 민주당에는 성선설(性善說)을 믿는 이상주의자들이 많습니다. 세상에 원래부터 나쁜 사람은 없고 주변 환경이 나쁜 사람으로 만들었을 뿐이기 때문에 개과천선(改過遷善)이 가능하다고 믿는 겁니다.

그 반면에 공화당에는 악마는 천사가 될 수 없다는 성악설(性惡說)을 믿는 현실주의자들이 많습니다. 세상은 악당으로 가득하고 확실히 믿을 구석은 힘뿐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힘을 배경으로 하는 외교를 신봉하고 군사력을 중시합니다. 공화당의 금과옥조(金科玉條)는 “Speak softly, but carry a big stick”―말은 부드럽게 하되 큰 몽둥이를 들고 다니라는 그런 뜻이죠. 그런데 트럼프는 솜방망이나 가짜 방망이만 들고 다니면서 목소리만 높였다는 점에서 이단적이고 예외적인 공화당 대통령이었습니다.

민주당은 무력위협이나 사용을 부도덕한 것으로 여기고, 여기에 체질적인 거부감을 갖고 있습니다.


::바이든의 외교안보정책 기조: 동맹과 다자주의 중시::
바이든이 유세에서 강조한 외교안보 정책의 기조는 동맹을 중시하는 겁니다. 원래 동맹을 중시하는 데는 공화당이 민주당에 지는 법이 없지만 트럼프는 예외였습니다. 트럼프는 동맹이 왜 필요한지, 미군이 왜 해외에 주둔해야 하는지 참모들이 아무리 설명해도 알아듣지 못하는 2차 대전 이후의 아마 최초의 대통령이었을 겁니다. 미군을 철수하고 방위비를 동맹국에 떠넘기는 것을 최고의 업적으로 여기는 사람이었습니다. 아프가니스탄은 탈레반에 넘겨주고 시리아는 러시아와 이란에 넘겨주고 항복하듯이 철군했습니다.

바이든이 중시하는 또 하나의 원칙은 다자주의(多者主義)입니다. ‘세상에는 미국의 능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너무 많다, 뜻이 맞는 나라들과 힘을 합쳐야 해결이 가능한 문제가 많고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국제협력을 통해서 해결하는 게 쉽다’는 그런 신념에 투철하죠. 바이든이 선거유세에서 외친 “America First is America alone”(미국 우선주의는 미국 고립주의)이라는 구호가 이런 철학을 압축하고 있습니다.

공화당은 다자적 틀과 룰에 얽매여서 미국의 행동의 자유가 제약당하는 데 거부감을 갖고 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외교안보 정책의 근간은 국익의 구조가 달라지지 않는 한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나 방법과 스타일은 많이 달라질 겁니다.


::바이든의 정책결정 스타일::
바이든은 독단적 결정보다는 참모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스타일이고 bottom up approach(상향식 접근)를 선호합니다. 그래서 관료조직이 정책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겁니다. 국무장관, 국방장관, 국가안보보좌관(NSA)을 누가 맡느냐, 그리고 팀 내의 역학관계가 어떻게 형성되느냐가 정책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겁니다. 한반도 정책결정에는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그리고 NSC의 동아태 선임보좌관의 역할도 무시할 수가 없을 겁니다.


::북핵 문제에 대한 접근법::
북핵(北核) 문제는 어떻게 될까요? 트럼프식의 충동적 비핵화 쇼는 그만두고 실질적 비핵화 진전에 역점을 둘 겁니다. 북한의 비핵화 사기극은 바이든 행정부에는 잘 통하지가 않을 겁니다.

미북(美北) 정상회담은 다시 열릴 수 있을까요? 바이든이 TV토론에서 “북핵 능력이 감축된다면 김정은을 만날 수 있다”고 했는데 일단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는 거죠. 비핵화 해법은 일괄 타결보다는 스몰딜(small deal)을 통한 단계적 핵능력의 감축을 선택할 것 같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도 처음에는 야심찬 일괄 타결을 목표로 하다가 작년 하노이 정상회담에서는 스몰딜을 통한 단계적 접근법으로 후퇴했다는 점에서 실제에 있어서는 트럼프와 차이가 별로 없을 수도 있습니다.

트럼프가 정상회담을 세 번이나 하고도 북한의 핵무력 증강도 막지 못한 그런 참담한 실패를 교훈으로 삼아서 완전한 비핵화는 장기적 목표로 남겨둔 채 1차적으로 핵물질의 전면적 생산 중단, 그리고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기술의 고도화를 막기 위한 실험 중단을 최우선 당면 목표로 삼을 것 같습니다. 이것은 바이든 캠프에서 대북정책을 자문하는 고위 인사들과 제가 몇 차례 토론을 해본 결과를 토대로 내린 결론입니다.

미북 간의 협상은 완전한 비핵화보다는 사실상 북한이 원하는 핵 군축회담으로 전락할 위험성이 있습니다. 미국 본토에 대한 위협이 제거되고 나면 미국이 좀 느긋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전략적 인내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미국 본토에 대한 북핵 위협이 남아 있는 한 저는 이건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한미 동맹 현안은 어떻게 풀까?::
한미 동맹은 어떻게 될까요? 방위비 분담 합의는 좀 쉬워질 것 같습니다. 바이든은 동맹이 방위분담 문제로 흔들리면 안 된다는 그런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작권(전시작전권) 전환 문제에는 진전을 기대하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한국은 전작권을 국가적 자존심이 걸린 주권(主權)의 문제, 정치적 문제로 인식하는 반면에 미국은 당파적 이해관계와는 무관한 연합작전의 효율성 차원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내년까지 전작권을 넘겨주는 데 부정적 입장을 취하는 이유는 한국이 전작권을 행사할 능력을 아직 갖추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전작권 전환되면 지휘체제가 어떻게 바뀌는지 모르시는 분들은 미국이 전작권을 넘겨줄 생각이 애초부터 없었다는 주장에 현혹되기가 쉽습니다. 전작권이 전환되면 한국군 장성이 한미연합군 사령관이 되는 겁니다. 유사시에 수십만 미군까지 한국군 장성이 지휘하게 되어 있습니다. 물론 연합군 사령관 예하 각 구성군으로 내려가면 해공군 작전은 미군 사령관이 지휘하고 지상 작전은 한국군 사령관이 지휘하죠.

미국의 걱정은 지난 몇 년간 훈련다운 연합훈련을 제대로 못 했는데 연합훈련 지휘 경험이 별로 없는 한국군 사령관에게 미군에 대한 지휘권을 맡기는 게 불안하기 때문입니다.


::한미간 충돌할 분야는?::
앞으로 한미 간 충돌이 벌어질 가능성이 가장 큰 이슈는 대북(對北) 정책이죠. 북한이 비핵화할 의지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제재부터 먼저 완화해 주자, 종전(終戰) 선언하자는 그런 주장을 계속하면 바이든 행정부가 납득하기 어려울 겁니다. 처음부터 엇박자가 나고 얼굴 붉히는 그런 일이 생길 겁니다. 전작권은 문재인 정부가 연합훈련 재개에 반대하면서 빨리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지휘 구조를 바꾸는 것밖에 없습니다. 한국군 사령관이 한국군만 지휘하고 미군은 미국 사령관이 지휘하는 그런 2원적 체제로 가면 논란을 벌일 일이 없지만, 그 대신에 연합방위태세는 포기하게 되는 거죠.


::미·중 관계는 어떻게 달라지나?::
미중(美中) 관계는 어떻게 될까요? 중국이 미국의 경제와 안보뿐 아니라 미국의 근본적 가치에 도전하는 전략적 경쟁자라는 데 미국 내에 초당(超黨)적 컨센서스(consensus, 합의)가 존재합니다. 이게 대중(對中) 정책의 토대죠. 거기에다가 코로나 이후에는 미국 내 반중(反中) 정서가 하늘을 찌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대(對)중국 정책의 선택이 제약될 수밖에 없습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으로 무역분쟁은 좀 진정이 될 겁니다. 그러나 민주주의 공동체(CD) 정상회의와 TPP―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이죠, 이걸 다시 살릴 겁니다. TPP는 오바마가 체결한 것을 트럼프가 취임하면서 폐기한 거죠. 바이든이 TPP를 다시 살리면 중국과의 경제적 디커플링[decoupling, 탈(脫)동조화]은 가속화될 겁니다. 그렇게 되면 중국이 주변국을 압박할 수 있는 수단이 약화됩니다. 트럼프의 말로 하는 반중(反中)에서 행동으로 하는 실질적 반중으로 바뀌는 거죠.

민주주의 공동체 정상회의는 인권(人權)문제를 부각시켜서 중국을 압박하는 다자적 틀이 될 것입니다. 이것은 필연적으로 중국과의 마찰과 갈등 증폭으로 이어질 겁니다. 바이든은 트럼프처럼 거칠고 요란하게 중국과 정면대결하지 않고 그 대신 예의와 품격을 최대한 갖추면서 TPP와 민주주의 공동체라는 두 개의 와일드카드로 중국과의 경제적 디커플링과 정치적 고립을 추구할 겁니다.

인상 쓰지 않고 웃으면서 팔 비틀고 급소 누르는 그런 전략으로 중국을 더 실효적으로 견제하고 봉쇄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시진핑 입에서 ‘구관이 명관이다. 늑대 피했더니 호랑이 만났다’는 그런 탄식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한국도 미중 사이에서 어정쩡한 그런 입장으로 버티다가는 미국으로부터 더 불신받고 중국으로부터는 굴종을 강요당하는 그런 상황으로 몰릴 수가 있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천영우TV의 천영우였습니다.


정리: 李知映(조갑제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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