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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칼럼
북한의 기대치에 못 미친 중국의 올해 대북 무상경제원조 태영호(국회의원) 페이스북  |  2020-11-24
북한 외교관들에게 매해 11월 23일은 당해연도 북한과 중국과의 관계 수준을 평가해 보는 리트머스지와 같은 날이다.
  1953년 11월 23일 김일성은 베이징에 찾아가 6·25전쟁 폐허로부터 북한 재건을 위한 무상 원조를 제공해 줄 것을 요청했다. 김일성과 주은래는 연례적인 무상원조를 법적으로 담보하는‘경제 및 문화 협조에 관한 협정’을 체결했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북한을 10년 정도 지원해 주는 것이 협정의 목적이었으나 결국 지금까지도 이 협정에 따라 중국의 무상 경제원조는 거의 끊기지 않고 지속되고 있다.
  그럼에도 북한은 별로 만족해하지 않고 원조액을 늘려줄 것을 계속 요구하고 있으며 북한 주민들에게는‘자력갱생’을 외치면서 간부들에게조차 중국의 무상원조액을 알려주지 않고 있다. 그러니 북한 간부들은 자연히 11월 23일과 24일자 노동신문에 북중관계와 관련하여 어떤 기사들이 나오는가를 보고 당해연도 중국의 무상원조가 전해에 비해 늘었는지 줄었는지 속으로 평가해 볼 수밖에 없다.
  김일성과 김정일 시대에는 그럭저럭 11월 23일자 노동신문에 북중관계를 좋게 평가하는 기사들이 나갔다. 김정은이 북한의 공식 후계자가 된 후인 2010년 11월 23일에는 중국 정부가 정부 경제 무역대표단까지 평양에 보내 김정은시대에도 무상원조를 변함없이 제공할 것을 약속했으며 김정일은 아들을 위해 사망하기 한 달 전 2011년 11월 23일 피바다가극단을 중국에 보내 중국 가극 ‘량산백과 축영대’를 공연하게 하고, 당일 노동신문에 ‘친선을 계승하고 협조를 강화하자’는 글을 내보냈다.
  그러나 김정은이 장성택을 숙청한 후 북중관계는 급격히 악화되고 북한이 핵질주를 하던 2017년에는 최악에 이르렀다. 이러한 냉랭한 관계는 2018년 3월 김정은이 먼저 시진핑을 찾아간 후부터 급격히 풀렸으며 2018년 중국의 무상경제원조는 최고치에 도달했다. 2018년 11월 23일 북한은 평양에서 중국대사관 성원들을 위한 성대한 연회를 차리고 간부들이 총출동해 무상경제원조에 감사를 표했다. 2019년 11월 23일에는 노동신문에 ‘조중친선은 깊은 력사적 뿌리와 전통을 가지고 있는 불패의 친선이다.’며 중국에 대한 감사를 아낌없이 표시했다.
  그러면 올해 11월 23일은 어땠을까? 이번 11월 23일자 노동신문에는 ‘습근평 주석 새 세대들과의 사업을 잘할데 대해 강조’라는 짤막한 기사 하나가 나갔으며 북중 친선관계에 대한 언급은 한 마디도 없었다. 2018년과 2019년에 비해 너무나도 대조되는 대목이다.
  일부 언론들의 보도대로 중국이 올해 60만 톤의 식량을 무상으로 제공했다면 노동신문에 당연히 감사 기사가 나가야 정상인데 적당히 시진핑의 활동 기사 1건을 내보내는 것으로 대체했으니 좀 받기는 했으나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심경의 반영일 것이다. 현재 코로나19로 인한 국경 봉쇄로 인해 경제가 많이 힘든 북한으로서 중국에 대한 기대가 자연히 커질 수밖에 없고 이러한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 불만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김정은은 10월 10일 연설에서‘시간은 우리 편’이라고 했다. 최근 북한은 자력갱생할 힘이 있으니 밖을 내다보지 말라고 주민들을 격려하고 있다. 안팎으로 힘든 상황에 몰리고 있는 북한이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검토 기간 선제적으로 도발할 수 있을지 의심되는 이유다.
삼성전자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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