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백성이 다 알고 있는데도 못 생긴 무당은
냄새나는 주인장의 뒷간을 엿보는
눈치 없는 석녀리를 물러가라고
시퍼른 작두날 위에서 날새는 줄도 모르고 칼춤을 추었다.
물러가거라! 물러가거라! 석녀리는 물러가거라!
머슴인 주제에 주인장 말 안듣는 석녀리는 썩 물러가거라!
쿵짝 쿵짝 쿵짜작, 날만 새면 내 돈이다!
복채만 생각하면 절로 신이 들렸다.
굿거리 장단에 맞쳐 훌쩍훌쩍 칼춤을 추었다.
엇 사파세! 삶은 보살, 볶은 보살, 남무아비타불 관샘 보살!
부정한 이 세상을 계도하겠다는 사명감으로
혼자만 아는 주문을 외며 신이 나서 칼춤을 추었다.
새벽이 오고 한 바탕 굿판은 막을 내렸다.
이제 복채 받을 일만 남았다.
그런데 점주(占主)가 구중궁궐 속에 숨어서 복채 줄 생각을 하지 않는다.
어쩌면 안 주고 떼먹을지도 모른다.
굿이 별로 영험이 없었기 때문이다.
굿을 하고 나면 앓던 이 빠진 듯 속이 시원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벌집을 건드려 땡삐들이 온 사방에서 떼지어, 줄지어
'벌 나래'를 하고 있으니…
사람 취급도 못 받는 구경꾼들은 복채를 받든지 못 받든지 알 바가 아니다.
구중궁궐 속에 숨은 주인장과 못생긴 무당의 복채 싸움만 궁금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