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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칼럼
“나라 망칠 일에 여야가 마음이 맞으면 나라에 망조가 든 징조” 가덕도특별법, 포퓰리즘의 끝은 어디인가? 천영우(前 안보수석)  |  2021-03-04

1. 가덕도신공항 문제는 75회 영상에서 이미 한번 다루었기 때문에 그만하려고 했는데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하겠다.

2. 지난 2.26 국회에서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이 찬성 181 반대 33이라는 압도적 다수로 통과되었다. 이 특별법은 헌정사상 유례가 없는 막장 특별법이다. 가덕도 신공항건설에서 입지선정과 관련된 각종 절차를 생략하자는 법인 데 앞으로 표가 되는 국책사업이면 무엇이든 경제적 타당성을 완전히 무시하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국민 혈세를 무제한 퍼부을 수 있는 선례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정말 특별하다.

3. 가덕도 바다에 수십조 원 갖다 버린다고 대한민국이 바로 망하기야 하겠나. 그러나 가덕도신공항처럼 말도 안 되는 국책사업을 지자체마다 요구하고 표를 의식한 여야가 힘을 합쳐 계속 들어주기 시작하면 나라 곳간이 거덜나고 대한민국이 망하는 것은 시간 문제다. 가덕도 특별법은 지역이기주의를 억제해야 할 중앙정부가 그 둑을 앞장서서 허물고 도리어 이를 조장하고 장려하는 악법의 끝판왕이다.

4. 나라를 발전시킬 방법에 대해서는 치열하게 대립하고 밤낮 티격태격 싸우는 여당과 야당이 나라를 망하게 할 방법에는 너무 쉽게 합의를 봤다는 점에서도 이 법은 특별하다. 나라 망칠 일에 여야가 마음이 맞으면 나라에 망조가 든 징조라 할 수 있다.

5. 특별법이 통과되기 전날인 25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여당 지도부, 4개 관련부처 장관, 경남도지사 등 20여 명을 이끌고 어업지도선을 타고 가덕도 앞바다에 가서 신공항 필요성을 역설했다. “신공항 예정지를 눈으로 보고 동남권 메가시티 구상을 들으니 가슴이 뛴다. 반드시 실현시키자”고 했다. 문 대통령이 하필 이 시점이 부산에 가서 가덕도신공항을 띄운 정치적 의도에 대해서는 굳이 언급 않겠다.


6. 특별법 통과에 앞서 국토부는 가덕도 신공항건설의 기술적 문제, 시공상의 문제, 안전성과 경제성 문제 등을 제기하고 건설비가 28조까지 들 수 있다는 보고서를 공개했다. 국토부 공무원들이 가덕도신공항에 반대한 기록을 남겨 놓아야 직권남용으로 감옥에 가는 것을 피할 수 있다. 국토부가 추산한 가덕도 신공항 건설비 28조 원에는 공사 중에 태풍이 휩쓸고 갈 때마다 유실된 흙을 다시 메우는 예산까지는 계산하지 않았을 거다.

7. 문 대통령은 국토부의 이런 면피성 보고서를 의식하고 변창흠 장관에게 “국토부가 의지를 갖지 못하면 원활한 사업진행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책임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등 질책성 발언을 했고 변 장관은 “일부 언론에서 국토부가 가덕 신공항을 반대한 것처럼 비쳐 죄송하다”고 했다고 한다.8. 사기업을 이런 식으로 경영해서 주주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면 대표이사뿐 아니라 사외이사들까지 배임으로 모두 감옥 갈 것.

9. 국회가 특별법을 제정한 것은 대통령에게 대한민국의 CEO로서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게 만든 것. 특별법에 협조한 야당의원들은 정부여당에 정치적 책임을 추궁할 정당성과 근거를 포기해버린 것. 감옥 가기 싫은 공무원들이 대통령과 국회로부터 대한민국을 지켜야 할 판이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10. 가덕도 신공항의 문제점은 75회 영상에서 이미 설명드렸고 5년 전 파리공항공단 엔지니어링(ADPi)의 보고서에도 자세히 나와 있기 때문에 여기서 되풀이하지 않겠다.


11. 김해공항에 확장할 공간이 없거나 바다를 메우는 것보다 김해공항확장에 돈이 엄청 많이 든다면 가덕도든 어디든 더 멀리 공항을 옮길 수밖에 없다. 그런데 김해공항 확장으로 승객과 화물수요 증가를 감당하는 데 문제가 없고 확장한 공항시설이 언젠가 포화상태가 되면 그때 군 공항을 여수로 옮기면 되는데 왜 멀쩡한 땅을 두고 천문학적 혈세를 낭비해가면서 태풍의 길목에 있는 깊은 바다에 공항을 짓나? 예산의 절반만이라도 부산시가 부담해야 한다면 이런 미친 사업에 돈을 내겠나?

12. 현대 국제도시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데 도심과 공항간의 접근성이 관건이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의 최대 피해자는 부울경 주민들이다. 부산도심에서 김해공항보다 20키로나 더 떨어진 공항을 오가려면 시간과 돈을 더 빼앗길 것 아닌가? 시간과 돈을 길에다 허비하는 거 좋아할 사람이 어디 있나?

13. 김포공항에서 동경, 북경, 상해가는 노선이 개설된 이후에 동경, 북경, 상해가기 위해 굳이 인천공항까지 가는 사람 봤냐? 원하는 시간에 김포에서 출발 도착하는 항공편이 없거나, 있는데도 미처 자리를 잡지 못한 사람만 먼 인천공항까지 가는 것. 가깝고 편리한 공항을 두고 왜 먼 인천공항까지 가겠나?

14. 정부와 여당이 가덕도 신공항에 대한 부산시민들의 잘못된 지식과 미신을 악용해서 선거서 이기겠다는 발상은 부산시민들을 바보천치로 취급한다는 점에서도 비난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제가 보기엔 야당도 참 한심하기 짝이 없다. 정부여당의 포퓰리즘을 공격하고 건전한 대안을 제시할 절호의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고 잘못된 정책의 공범자가 되는 길을 선택했다. 

15. ‘국민의 힘’은 부산시장선거에 이기기 위해 대선은 포기할 건가? 국민 혈세를 낭비하지 않고 재정 건전성을 지키는 게 보수야당이 추구해온 가치 아닌가? 세계적인 공항설계전문회사가 경제성이 없다고 판정한 사업에 혈세 낭비하고 나라 살림 거덜내는 경쟁에서 이기겠다는 게 국민의 힘이 추구하는 철학과 가치와 부합되나? ‘나라 망치는 일이라면 우리가 정부 여당 보다 더 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내년 대선에서 표 얻는 데 도움이 될까?


16. 지금까지 부산 경제계와 지역 언론이 가덕도신공항의 문제점은 감추고 이점만 집중적으로 입력시킴으로써 부산시민들에게 균형된 판단을 못하게 만들었고 가덕도 신공항이 김해신공항보다 좋다는 착각과 미신에 빠지게 만든 것 아니냐. 직설적으로 말하면 그간 부산시민을 집단 기만하는 데 성공한 거다.

17. 국민의 힘은 부산시민들이 앞으로도 계속 속아줄 것이라는 전제하에 선거전략을 세운 것 같은데 진실과 팩트로 이길 자신이 그렇게 없나? 공항을 20km나 더 떨어진 곳으로 옮기면 부산시민들에게 얼마나 더 불편한지, 그게 20조가 아니라 1조를 더 들여서라도 지을 가치가 없다는 걸 시민들에게 설득시킬 자신이 없나?

18. 정부가 20조 원 이상을 바다에 퍼부을 돈이 있으면 그 돈으로 차라리 김해공항과 부산의 동서남북을 4통8달로 연결할 광역철도망을 건설하는 게 부산시민을 위해서는 더 유리한 대안이라는 걸 설득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가?

19. 부산시민들에게 먼 공항보다 가까운 공항이 더 편리하다는 간단한 이치를 납득시킬 능력도 없다면 부산시장선거에서 이긴다고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나?

20. 제75회 영상을 보시고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공감을 표시했지만 일부 이의를 제기한 분들도 있다. 반론 가운데 대표적인 것 몇 개에 대해서만 답변을 드리겠다.


21. 첫째, 수도권은 김포공항 확장하지 않고 영종도 신공항을 지었는데 부산은 왜 가덕도로 가면 안 되느냐는 반론이었다. 질문이라기보다는 항변인데 김포공항에는 확장할 공간이 없고 김해공항은 확장이 가능하다는 걸 모르고 하는 항변인 것 같다.

22. 인천공항에는 지금 활주로가 4개다. 2029년 5단계 공사가 끝나면 활주로가 5개, 터미널 3개, 연간 승객 1억3천만 명 규모로 확장된다. 확장 이후 공항의 면적은 약 47평방km로 여의도 면적의 16배 정도가 된다.

23. 김포공항에 여의도 16개 규모의 땅을 편입시키려면 그 옆에 있는 부천시를 다 헐고 수십만 명이 이주해야 하는데 그게 불가능하기 때문에 영종도로 옮긴 것. 김포공항 확장할 방법이 있었다면 왜 그 먼 영종도까지 갔겠나?

24. 둘째로, 김해공항 인근의 소음공해를 걱정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경쟁력있 는 대도시의 공항이 안고 있는 공통적인 문제다. 뉴욕, 워싱턴, 런던 같은 대도시 공항에 비하면 김해공항에 활주로 하나 더 만든다고 추가로 발생하는 소음피해는 수백만 부울경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감수할 만한 수준으로 알고 있다.

25. 제가 뉴욕, 워싱턴, 파리, 런던 같은 대도시에 12년 정도 살아봤는데 김해공항 접근로만큼 민가가 적고 소음공해가 적은 대도시 공항은 흔하지 않다. 김포공항에 비해서도 훨씬 적다.


26. 셋째는 김해공항은 24시간 운항이 불가능하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 24시간 운영하는 인천공항도 밤 11시 이후에는 인적이 드물다. 새벽 4시에 도착하는 비행기를 타고 오면 도착해서도 시내로 들어오는 교통편이 없어 몇 시간씩 공항에서 기다려야 한다. 가덕도 신공항이 생겨도 심야에 시내로 들어올 교통편이 없으면 심야 항공편을 운항할 만한 승객이 없다. 김해공항운항 시간을 몇 시간 널리는 게 24시간 운항할 공항을 새로 짓는 것보다 훨씬 쉽다.

27. 마지막으로 가덕도신공항이 해상화물과 항공화물의 연계 수송에 편리하다는 주장이 있다.

이건 해상화물과 항공화물의 근본적 차이를 모르고 하는 소리다. 선박에 싣는 화물은 값에 비해 부피나 무게가 많이 나가는 물건이고 값이 비싸고 부피나 무게가 적게 나가는 물건은 비행기로 실어 나른다.

28. 휴대전화나 반도체부품 같은 건 항공화물로 운송하지 배에 싣고 갈 일이 없다. 항공화물 가운데 부울경에서 생산되는 몫이 가격으로는 전체항공화물의 3%도 안 된다는 통계를 본 적이 있는데 이게 공항 탓이 아니라 부울경 지역경제의 구조와 거기서 나오는 화물의 성격 때문이다.

29. 결론적으로 가덕도신공항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면 김해공항확장만 지연된다. 가덕도신공항 예타는 면제되지만 사전타당성조사는 피할 수 없고 아무리 타당성 조사를 간소화하고 엉터리로 넘기려고 해도 뜻대로 될 수 없다.

30. 타당성이 없는 수십조짜리 국책사업에 도장 찍을 공무원이 없으면 공사는 못하는 거다. 이런 엉터리 사업에 도장 찍는 공무원들은 모두 감옥 갈 각오를 해야 하는데 정치인들이 아무리 압박해도 감옥갈 각오하고 정권에 충성할 공무원 구하는 게 그렇게 쉽지 않다.

 

삼성전자 뉴스룸
  • 白丁 2021-03-04 오후 10:56:00
    구구절절 옳은 말이나 야당은 전략적으로 잘한거다. 야당이 반대했대서 부결되었겠나. 저 윗동네 구호는 ‘당이 결심하면 우리는 한다’ 던데, 이쪽 동네는 ‘文이 결심하면 黨은 한다’ 아닌가. 어차피 文이 결심하면 통과될 법, 공연히 반대해서 선거 망칠 일 없잖은가. 대의명분은 잊혀진다. 결과만 남는다. 개돼지,가붕개들에게 뭔놈의 대의명분은…
  • 골든타임즈 2021-03-04 오후 5:53:00
    망하려면 빨리 망해라. 그래야 처방이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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