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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NYT 등 외신의 한미정상회담 평가: ‘트럼프式 보여주기 외교는 끝났다’ “‘화염과 분노’로 협박하다 김정은과 사랑에 빠진 트럼프와는 전혀 다른 외교 접근법 제시” 金永男  |  2022-05-22

한미정상회담과 관련해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보여주기식 외교’의 종말을 보여주는 회담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CNN 방송은 21일 ‘바이든의 대북 전략은 트럼프식 보여주기 외교와는 거리가 멀다(Biden’s North Korea strategy is a long way from Trump’s showy diplomacy)’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는 첫 문장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21일, 그가 김정은으로부터 어떤 ‘러브 레터’도 기대하지 않는 것으로 보였다”고 했다. 공동기자회견 당시 바이든의 모습을 보면 북한의 폭군(despot)과 악수를 나누는 것을 간절히 바라지 않는 것처럼 들렸다고 했다. 바이든이 김정은과 만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김정은)가 진지한지 여부에 달려있다”고 말했다는 것이었다.


CNN은 “도널드 트럼프 외교의 핵심이자, 김정은을 치켜세웠던 호화로운 정상 간의 회담, 그리고 보여주기용 사진촬영의 시대는 이제 끝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한 것으로 알려진, 한 번에 모든 것을 해결하는 ‘포괄적 핵합의’에 대한 시도도 끝난 것 같다고 했다.

 

아울러 트럼프 시대를 상징하는 ‘화염과 분노’, ‘리틀 로켓맨’, ‘내 핵버튼이 더 크다’ 등은 바이든 행정부에서 볼 수 없게 됐다고 했다. 트럼프의 목표는 정상회담 등을 통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실험을 중단하도록 하는 것에 초점을 뒀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런 노력은 비핵화라는 궁극적인 목표에 어떤 진전도 이뤄내지 못했다고 했다.


이 방송은 바이든 행정부는 한국과의 긴밀한 관계를 통해 잘 조율된 실질적인 접근 방식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 정책을 1년 넘게 검토해왔는데 바이든의 첫 번째 한국 방문은 아직 증명되지 않은 새로운 전략을 시험대에 올리게 됐다”고 했다. 이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추가 도발이 임박한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코로나 사태 등을 계기로 북한과의 외교의 창을 다시 열 수 있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뉴욕타임스는 ‘바이든은 핵무장한 북한에 대응하는 데 있어 한국을 도울 것이라는 점을 안심시키려 한다(Biden Moves to Reassure South Korea of Help in Countering Nuclear-Armed North)’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부제(副題)는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축소된 연합훈련을 확대하는 것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이다.


이 신문은 첫 문장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21일 한반도 문제에 있어 전임자와는 매우 다른 접근법을 보여줬다”며 “한국과의 연합군사훈련 확대를 검토한다고 했으며 북한 지도자와의 직접적인 대화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보여줬다”고 했다.


이 신문은 “바이든 대통령은 윤석열 대통령과의 첫 번째 만남에서 아시아 내 미국의 전통적인 동맹국 중 한 곳인 한국과의 관계를, 트럼프 대통령 시절의 불안정한 시간 이후와 비교해 견고해지도록 만들려고 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변덕스러운 독재자(mercurial dictator)에게 구애하며(wooing) 한국과의 관계를 자주 악화시켰다”고 평가했다.


이 신문은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과의 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고 역동적이라고 말한 점, 트럼프와는 달리 주한미군의 계속적인 주둔을 지지한다는 발언을 한 것을 언급했다. 아울러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에 코로나 백신을 지원할 의사를 밝혔으나 북한이 대답이 없었다고 한 발언, 김정은과의 만남은 그가 얼마나 진지할지에 달려있다는 발언 등도 소개했다.


이 신문은 “바이든 대통령의 접근 방식은 임기 4년 동안 북한을 ‘화염과 분노’로 위협하다 김정은과 ‘사랑에 빠지는’ 쪽으로 방향이 미친 듯(wildly)이 바뀐 트럼프 때와는 명확하게 다르다”고 했다. 이 신문은 트럼프가 결국 김정은을 세 번 만났고 북한 지도자들이 오랫동안 짜증스럽게 생각한 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하기로 합의했다고 했다. 이런 합의 내용을 한국이나 미국 국방부 측에 사전에 알리지도 않았었다고 했다.


또한 트럼프가 ‘한국전쟁이 끝난 지 70년이 넘었는데 왜 아직도 한국에 2만8500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느냐’는 의문을 제기했었다고 했다. 이 신문은 당시 한국 정부는 동맹에 대한 미국의 진심에 의문을 품게 됐었다고 했다.


뉴욕타임스는 이에 반해 바이든 행정부는 역내의 동맹국들과의 밀접한 관계를 통해 북한을 억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접근법, 즉 정상적인 외교절차를 무시하고 김정은을 직접 포용하려고 한 정책이 미국 외교의 틀과 맞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보수 성향의 신문으로 분류되는 월스트리트저널도 한미정상회담 내용을 소개하며 바이든이 김정은을 만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신문은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을 세 차례 만났지만, 이런 만남이 김정은을 비핵화에 다가가도록 하지는 못했다고 평가했다. 오히려 트럼프 임기 후반부의 경우에는 북한이 핵프로그램을 계속 확대했었다고도 지적했다. 이 신문은 바이든 행정부는 김정은이 진지하다고 하면 만날 수 있다며 대화의 문은 열어놨지만, 북한의 고도화되는 무기프로그램에 맞서 한국과 함께 더 강력한 억제력을 구축하려 하고 있다고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방한(訪韓)을 통해 한국 및 인도태평양 국가들과의 관계를 강화하려 한다고 평가했다. 이번 방한과 방일(訪日)은 “중국의 힘과 북한의 핵위협이 고조된 지역에서의 미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목적”이라고 했다. 다만 이 신문은 윤석열 대통령을 정치 및 외교 경험이 없는 초보(novice)라고 여러 차례 칭하며 “미국의 목표 중 하나는 외교 초보 윤석열로 하여금 문재인 때 만들어진 합의 내용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지난해 문재인 정권과 바이든 행정부가 양국의 군사동맹을 경제적 측면으로도 확대하기로 합의했는데 이를 이행하도록 하려 했다는 주장이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한국 순방 관련 기사를 몇 개 더 실었다. 한 기사의 제목은 ‘성평등에 대한 질문을 받은 한국 대통령은 불편해 보였다(S. Korean president appears uneasy when pressed on gender inequality)’였다. 워싱턴포스트의 김승민 기자가 “지금 (한국의) 내각에는 여자보다는 남자만 있다”며 “대선 기간 남녀평등을 이루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는데 한국 같은 곳에서 여성 대표성 증진을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고, 남녀평등을 이루기 위해 어떤 일을 하려고 계획하고 있나”라는 질문을 했는데 윤석열 대통령이 불편한 내색을 비쳤다는 기사였다.


이 기사의 작성자는, “윤석열은 한동안 가만히 있었고(motionless) 통역이 나오는 이어폰을 뺐다. 대답하기 어려워하는 것으로 보였다”고 썼다. 진짜 그랬는지 확인하기 위해 기자회견 영상까지 찾아봤는데 통역이 이뤄지는 시간을 기다린 정도이고 다른 질문 때와 차이가 없었는데 기자의 생각을 사실처럼 쓴 것 같다. 이 기사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소개한 뒤, “통역사가 기자회견이 끝났다는 발표를 급하게 했다”고 썼다. 이 기사만 읽은 사람이라면 윤 대통령이 당황해서 기자회견을 끝내도록 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과 영국 언론들은 대선 기간 내내 한국의 성평등 문제를 한국인보다 더 과장해서 보도하는 경향이 있었다. 한국의 남녀갈등이 특히 젊은 층에서 심하게 나타난다는 레토릭의 기사들이었다.


워싱턴포스트는 한국의 성평등 문제에 유난히 관심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아무래도 대선 후보 시절이었던 3월, 윤석열 당시 후보가 워싱턴포스트와 서면 인터뷰에서 한 발언으로 생긴 해프닝이 영향을 끼친 것 같다. 당시 윤석열은 “페미니즘은 휴머니즘의 한 형태로 성차별과 불평등을 현실로 인식하는 것이며, 그것을 바로잡기 위한 운동”이라며 “그러한 차원에서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한 것으로 보도됐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최종 데스킹을 거치지 않은 답변서가 전달돼 발생한 착오였다’며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한 적이 없다고 해명한 바 있다.

삼성전자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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