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갑제 선생님의 글월을 읽고>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아니 잊을 수 없는 선생님 한 분이 있다. 어느 날 선생님이 나에게 이렇게 말씀했다. ‘김 주사야. 너도 어제 데모했냐?“ 내가 겁을 내면서 더듬더듬 ”선생님. 국민학생이 데모라니요?“ 했다. 이에 선생님은 ”너는 안 갔구나. 다행이다“ 하면서 오랫동안 창 밖의 빈 운동장을 보면서 돌아서지 않았다. 4.19 이후 데모 만능의 시대에 국민학생의 데모도 있었다.
저 선생님이 자주 이렇게 말씀했다. ”도둑놈이 신 벗어놓은 것을 보고 도둑질하러 들어간다“ 신발을 신장에 가지런히 정리해 놓으라는 말씀이었다. 신발을 가지런히 정리하는 사람은 신발보다 귀중한 것에는 오죽 그럴 것인가. 아무 것도 아닌 이 말씀이 평생토록 잊혀지지 않고 있다. 그러니 자연히 신발을 가지런히 벗어 놓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그래서이겠지만, 이 나이까지 도둑질 한 번 당해보지 않았다. 신발을 가지런히 벗어 놓은 덕분이 아니라 말할 수 있겠는가?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으로써 내 자식들에게도 그렇게 가르쳤다. 내 자식도 제 자식에게 그렇게 가르치리라.
조갑제닷컴 대문에 조갑제 선생의《한국인들이 던져놓은 슬리퍼를 정돈하고 나간 일본인 관광객들!》이란 글월이 있다. 저렇게 남의 신발도 가지런히 해 놓는 정신을 어찌 감히 도둑놈이 넘보랴. 어찌 남이 침략할 마음을 먹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