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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칼럼
도덕지상주의에 빠진 한국사회 온고지신ongozsin(회원)  |  2023-03-14

한국이 WBC세계야구대회에서 졸전 끝에 예선탈락하였다특히 한일전은 프로야구라는 말이 무색하게 실력차가 현격한 무력한 경기였다송곳 세울 자리도 없을 듯 4,5만은 족히 됨직한 일본 관중들 앞에서 동네북 신세가 되도록 얻어맞는 한국팀과 그것을 마음껏 즐기는 일본 관중들을 보고 있자니 착잡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었다.


개인의 기량뿐만 아니라 정신력 등 모든 면에서 차이가 두드러졌는데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5승을 올리고 골든글로브상을 수상한 최고의 강속구 투수 안우진을 고교시절 학폭을 이유로 과감하게 대표팀에서 제외시키게 한 우리 국민들의 용기와 자만이 참으로 가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 프로야구에서 투타에 걸쳐 맹활약하고 있는 오타니를 비롯해 사사키야마모토 같은 백오륙십 킬로의 강속구 투수 등 최정예 선수들의 출전이 예견되어전력에 도움이 된다면 한 사람의 능력이라도 더 끌어모아도 이기기 힘든 상황이었음에도 과거의 학폭 문제로 최고의 투수를 배제해 버리는 그 용기와 그러고도 이기기를 바라는 그 오만함은 도대체 어디에서 연유하는 것일까..


세계가 주목하는 이런 큰 대회에서 선전함으로써 국가에 이익되고자신의 과거의 잘못도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왜 우리 사회는 줄 수가 없었는지그런 아량과 여유는 왜 가질 수 없는지 이해하기 힘들다비록 야구경기는 대패했지만 세계에서 가장 도덕적인 야구팀이었다고 자위하면 그만일까..


가수 황영웅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16% 가까운 높은 시청률로 관심을 끌어온 불타는 트롯맨 경연대회 결승1차전에서 1위를 기록하여 우승을 목전에 두고 과거의 폭력사건으로 언론의 뭇매를 맞고 그는 결국 하차하였다황영웅의 처지를 조금이라도 옹호하려 하면 여지없이 피해자에 대한 2차가해니 학폭옹호니 하는 반발과 비난이 봇물 터지듯 쏟아진다.


과거의 그것도 어른이 되기 전의 황영웅의 폭력을 비판한다면서과장과 왜곡으로 하차와 자숙을 요구한 언론의 보도태도도 폭력적이었고두 달 동안 그의 노래에서 감동과 위안을 얻어온 많은 시청자들이 받게 될 마음의 상처는 고려하지 않은 채결승 마지막 방송을 며칠 앞두고 쫓기듯 그의 하차를 결정한 주최측의 방식도 대단히 폭력적이었다그의 사과문에서 밝혔듯이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그가 간절히 원한 노래로써 상처 많은 이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참회의 기회를 주어서는 안 되는 것이었나?


김매기처럼 잡초를 제거하면 벼들이 잘 자라듯이잘못을 저지른 인간들을 잡초처럼 솎아내어 폐기처분해 버리면 사회가 정의로워 질 거라는 사고방식은 전체주의 사회에서나 흔한 일이다개인이 자신의 잘못에 책임지고법에 따라 결정되며그와 별개로 그의 능력과 선의가 사회에 이익되게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 되는 사회라야 비로소 자유민주주의 사회인 것이다.


상놈이라 차별하고 여자라 무시하고 재주와 기술 가진 사람을 천시하여 국가 역량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릴 수 없었던 사회그러나 가난 속에 쇠락하면서도 도덕을 지고의 가치로 여기고 도덕을 강요한 사회가 조선이었다겉은 근대화 산업화 되었지만 머리속은 아직도 조선사회의 도덕지상주의의 미몽에서 탈피하지 못한 것은 아닌지 반문하게 된다.   

삼성전자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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