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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심하는 조선일보의 칼럼니스트 태극당  |  2019-07-19  |  조회 : 322  |  찬성 : 4  |  반대 : 1


요즘은 매일 조선일보 인터넷판에 들어가 본다. 오늘은 박정훈 논설실장의 칼럼이 있다. 제목은 정권이 만든 원치 않는 싸움, 그래도 싸움은 이겨야 한다이다.

 

박정훈 실장은 조선일보 내에서 소수에 속하는 보수우파 성향이다. 내가 박정훈 실장의 성향을 좀 알아서 일까. 제목부터가 상당히 고심한듯하다. 요즘 한일 갈등의 이유를 정확히 아는 이들이라면 일본과의 싸움에서 이기자는 그런 식의 표현에 대해 공연히 한일 감정을 일으키는 불필요한 표현이다고 할 수도 있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박 실장의 저 칼럼 제목은 공연한 자극을 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제목 앞머리는 정권이 만든 원치 않는 싸움이라 하여 분명하게 시비를 가리고 있다. 그렇다. 대부분의 국민은 일본과의 경제 전쟁이나 감정 다툼을 원치 않는다. 수십 년간 잘 유지되어오던 한일 관계를 파국에 가깝게 만든 건 문재인 정권이다. 언론이라면 이렇게 올바로 지적해주어야 한다. 이런 점을 놓고 보면 정권이 만든 원치 않는 싸움, 그래도 싸움은 이겨야 한다에서의 그 이겨야 하는 대상은 일본이 아닌 그런 싸움을 만든 세력일 수도 있겠구나 싶다. 내부의 적부터 극복하자는 것 아닐까.

 

칼럼은 전체적으로 문재인 정권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대부분 상식적이고 옳은 지적이다. 물론 중간에 이런 부분도 있다.

 

일본의 공격엔 진검(眞劍)의 살기가 담겨 있다. 50여년 우방 관계를 배신하고 한일 관계를 재설계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보면 마치 일본이 우리와의 우방 관계를 배신한 것처럼 썼는데, 사실은 문재인 정권이 먼저 국가간 조약을 깨버린 것이었다. 솔직하게 말해 먼저 배신한 것은 우리다.

 

그러나 칼럼에서는 차마 우리가 먼저 일본을 배신했다고는 쓸 수 없었을 것이다. 이에 대해 그래도 한국인이고 또 우리 사기진작 측면에서 주류 신문이 차마 그렇게는 말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박정훈 실장의 글을 오래 전부터 눈여겨보아 그 스타일을 조금 아는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사회에 깊이 배인 反日의식과 조선일보 내부의 진보반일적 기자군()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서 그렇게 썼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보면 살짝 아쉬운 감이 생긴다. 왜 있는 그대로 소신대로 쓰지 못할까 싶어서이다.

 

그러다가 이내 냉정을 찾는다. 박 실장의 칼럼은 그나마 문재인 정권의 대일(對日) 외교 행태를 잘 비판하고 있지 않는가! 온 언론이 문비어천가만 부르고 있는 속에서 그 정도로 쓸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어쩌면 고마운 일이다. 그에게만 우리의 생각대로 따라 줄 것을 기대할 게 아니라 우리도 그가 더 신랄하게 좌파 정권을 비판할 수 있도록 도움이 돼줘야 한다는 생각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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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극당 2019-07-19 오후 11:05:00

    거친 파도 속에서 뱃머리를 돌리려면 물 흐름을 탈 줄도 알아야 하고 시간도 필요하다. 용기와 인내도 필요하다. 정박하려들지 않고 파도 앞에 같이 나서준 어찌보면 고마운 사공에게 성급히 노를 저어라고 재촉하면 노만 부러지는 수가 있다.

    언젠가 원수가 될지도 모를 적장과 오월동주가 된들, 내일을 함께할 동지와 탄들, 배를 타고 험한 파도를 헤치려면 사공을 너무 닦달하면 안 된다. 목적지까지는 사공과 노가 온전해야 한다. 내 배인지 남의 배인지도 헤아릴 줄 알아야 한다. 날씨가 험하고 내가 실은 짐도 무겁다는 것을 돌아볼 줄 알아야 한다. 사공만 탓하기보다 내가 쥔 짐을 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

    내가 그런 사공을 만난 것도 그런 사공이 나를 만난 것도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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