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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 사기 당할뻔한 경험 부산386  |  2020-06-07  |  조회 : 702  |  찬성 : 1  |  반대 : 0

집사람이 가 없어 불편하다며 자기 차를 하나 사달라고 했다. 아직 운전초보인 점을 감안해 새차보다는 中古車가 나을 것 같아 중고차 매매 사이트를 검색해 보았다. 나 자신도 중고차 거래는 처음이었다. 근데 우연히 연식과 주행거리 등을 감안하면 1500만원 정도는 족히 되는 중고차가 510만원 정도에 올라와 있는 것을 발견했다. 눈이 번쩍 뜨여 얼른 그 매물을 올린 중고차 딜러에게 전화를 했다. 딜러 말이 법원 경매차량이라고 했다.

 

당장 KTX타고 경기도로 올라가 계약서를 쓸까 하다가 멈추었다. 시세보다 50~100만원만 빠져도 당장 계약되는 게 중고차 시장이라고 하는데 그렇게 가격이 싼 것이 좀 수상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법원 경매차량이라서 낙찰받은 금액보다 더 비싸게 팔 수 없다는 딜러의 말도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았다.

 

오늘 아침 조선일보 사이트에 뜬 주간조선 기사를 읽으니 계약포기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전형적인 중고차 매매 사기였다. 법원 경매차량이라고 속이고 일단 계약서를 쓰게 한 다음 승계금이나 채권을 들먹이며 이를 고객이 마저 내야 한다고 요구 한단다. 재고차니 법원경매차니 하면서 일단 속여놓고 계약서를 쓰고 계약금 받은 후 갑자기 말이 바뀌는 것이다. 아마 나같은 중고차 거래 경험이 없는 지방 사는 촌놈들이 특히 잘 당할 것 같다.

 

지난해 중고차 거래량은 369만대이고 시장 규모는 약 30조원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중고차 관련 불법행위는 허위·과장광고가 29.8%로 가장 많았고, 사기 17.1%, 대포차 유통 8.9%, 폭행·협박 7.6%, 감금·갈취 4.4% 순이라고 한다. 특히 충격적인 사실은 중고차 딜러의 약 80%가 전과자들이고 조직폭력배도 많다는 점이다. 담당 공무원의 말이 인상적이다.

그들(중고차 딜러들)은 겁나는 것도 잃을 것도 없는 사람들이어서 행정처분이나 형사처벌에도 개의치 않는다

 

시세보다 훨씬 싼 매물을 보고 순간적으로 마음이 혹()했던 나 자신을 돌아보며 많이 들었던 그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사기를 치는 놈은 당연히 도둑놈이지만, 사기를 당하는 사람도 반()쯤의 도둑놈 심보를 갖고 있다.”

 

를 사려고 하니 요즘 뜨는 모 증권회사 사장의 말이 생각난다. 부자되고 싶으면 집사지 말고 사지 말라는 그 말이. 집은 월세로 살고 집 살 돈으로 주식사고, 차도 감가상각비나 세금 보험까지 감안하면 한달 유지비가 가령 80만원쯤 되면 그 돈으로 주식사고 그냥 지하철 타고 다니라고. 불편함에 익숙해 져야 부자가 될 수 있다나 뭐라나. 아주 오래전에 읽었던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의 두 번째 버전인 것 같다.

 

가령 한달 유지비가 80만원이고 5년 탄다고 가정해서 현금 5000만원 주면서 이 돈으로 펀드투자를 하든지 차를 사든지 선택하라고 하면 집사람은 어떤 선택을 할까? 불편함을 감수하고 미래 소득을 늘려주는 자본을 살까, 아니면 현재의 편리함을 중시해 부채()를 살까?

부부간에도 돈에 대한 철학은 다른 법이니...

 

중고차 한 대 사려다 이상한 경험도 해보고 엉뚱한 생각도 해보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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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답과오답 2020-06-07 오후 2:15:00
    온통 사회가 도적놈이나 사기꾼 천지 입니다
    중고차 매매 사기라니 이런 날강도들을 도고 보는 한국
    경찰은 뭘 하는지 도통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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