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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것에는 이름도 아름답게 붙여야 무학산(회원)  |  2024-09-18
나는 국어사전을 안 찾아보는 날이 거의 없다. 신문을 안 읽는 날은 없고, 신문을 읽는 날은 꼭 사전을 찾아야만 되니 안 찾는 날은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겠다. 전에는 안 그랬는데 요즘 들어 부쩍 모르는 단어들이 신문에 많이 나온다. 국어사전만이 아니다. 신문의 경제면을 보면 낯선 용어가 하루도 빠짐없이 나오는 탓에 영어사전도 펴 보게 된다. 그러다가 국어와 영어를 조잡하게 섞어 놓은 용어를 만나면 거부감에 입맛을 쩝쩝 다신다.
  
  오늘 조선일보에〈꽃이야기 추석 즈음 피는 물매화가 주연인 소설〉이란 기사 제목이 있다 “[김민철의 꽃이야기]”로 연재되는 기사인데 재미도 있지만 김민철 기자의 글솜씨가 좋아서 빠트리지 않고 읽는 편이다. 기사 내용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물매화 중에서 가장 예쁜 것은 ‘립스틱 물매화’입니다. 립스틱 물매화는 정식 이름은 아니고 물매화 중에서 꽃밥 부분이 붉은색이어서 빨간 립스틱을 바른 것 같아 꽃쟁이들이 붙인 이름입니다.”
  
  뒤에 ‘물매화’란 본 이름이 있으니 앞의 ‘립스틱’을 빼고 그 자리에 ‘연지’를 넣어서 연지 물매화라고 하면 어디가 덧나나? 연지가 싫으면 ‘홍지 물매화’ ‘순지 물매화’ ‘입연지 물매화’라고 해도 될 것이다. 굳이 영어 이름을 반(半)만 붙여준 까닭이 무얼까? 꼭 영어 이름을 붙일 요량이라면 ‘물매화’까지 영어로 써서 '립스틱 Wideword Parnassia'라고 하는 게 차라리 거부감이 덜 든다. ‘립스틱 물매화’란 조잡한 작명 탓에 물매화의 아름다움이 반감되는 느낌이다. 아름다운 것에는 이름도 아름답게 붙여주면 또한 아름다운 일이지 않겠나.
  
  • 白丁 2024-09-18 오후 8:40:00
    '연지' 라는 예쁜 우리 말을 골라내신 세심함에 감탄합니다. '연지 물매화' 라고 읽으니 소리만으로도 예뻐보입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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