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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세상은 진보하고 있었구나 무학산(회원)  |  2025-01-25
정말 미안하지만 내 이야기를 하겠다. 한마디로 말해 나는 술꾼이다. 보통 술꾼이 아니다. 젊어서는 술을 한번 입에 대었다 하면 보름 동안 계속 마셔 보름 동안 취해 살았고, 늙은 지금은 일주일 정도는 마셔야 스스로 말하길 “인자 좀 쉬었다가 먹어야겠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단 한 번도 술에 취해 실수를 한 적이 없다. 물론 맨정신에도 사람은 실수를 하지만 그런 정도의 실수는 안 했다는 말이다. 이 글도 술에 취해 서너 시간 자다가 일어나서 쓴다.
  
  나는 맥주를 즐기고 간혹 와인을 먹는데 사서 먹는 술은 ‘아사히맥주’ 아니면 잘 안 사먹는다. 아사히 맥주 6캔에 18.000원 하다가 13.500원에 팔 때가 있는데 금·토·일요일에 어쩌다가 그렇게 한다. 마산에만 그렇게 하는 것인지는 모른다. 오늘 오후 늦게 편의점 아재가 문자를 하기를 “아재. 6캔에 12000원 합니다” 이게 무슨 일이냐 싶어 전화를 하여 물어보니 설날맞이로 그런다고 했다. 그래서 지금 내가 밖에 있으니 사러 갈 수가 없다. 나중에 갈 테니 내가 사흘 동안 마실 量만큼 남겨 놓아라. 그러지 않으면 지기 삔다 했다.
  
  계영배(戒盈杯)라는 말이 있다. 술에 영혼을 빼앗기지 않을 만큼, 술잔이 가득 차지 않는 술잔을 이르는 말이다. 나는 평생 술을 즐기지만 계영배 이상을 마셔 본 적이 없다. 동창회에서 술을 먹다가도 기분 좋은 이상을 마셔 본 적이 없고 혼술을 하면서도 그 이상을 마셔 본 적이 없다. 내가 술을 먹고 집으로 걸어 오면서 아는 사람을 만나도 아무 말을 안 하고 스쳐 지나오면 내가 술 취한 줄을 아는 사람이 없고 집에 들어와서 내 방에 살그머니 들어가버리면 내자도 으례히 하던 대로 살짝 들어왔겠거니 하고 만다. 간혹 손자들은 “할배. 술 무라” 한다. 술을 먹으면 지를 더 좋아하니까.
  
  오늘도 술에 취해 집에 들어와서 늘 하던 대로 조금 누웠다가 컴퓨터를 켜고 조갑제닷컴에 들어오니《조갑제 대표, ‘해방 80년, 대한민국 역사에 족적을 남긴 80인’에 선정!》이란 기사가 있다. 반갑지만 놀랍지는 않다 당연하기 때문이고, 사실이기 때문이고, 세상이 제대로 돌기 때문이다. 나는 다른 능력은 모자라도 사람을 알아보는 지감(知鑑)은 약간 있고 인덕(人德)도 조금 있다. 무학산이 제 혼자서 스스로 스승으로 삼은 분을 세상이 이제야 80人에 선정했다니 도리어 성이 난다.
  
  조갑제 선생이 정치를 했다면 겨우 80인에 머물러 있겠나? 다만 기자로 존재하니 이제야 제대로 대접한 게 아니겠나. 선생은 사실을 정리(情理)보다 우선하고, 팩트를 정리(定理)보다 먼저 한다. 그러니 껄끄럽게 여겨오다가 마침내 피하지 못하고 선생을 모셨을 것이다. 세상이 한 발 더 진보했음을 알 수 있다.
  • 골든타임즈 2025-01-25 오전 10: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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