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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대로 수괴(首魁)라 하면 될 걸 우두머리라니 무학산(회원)  |  2025-01-26
글쓰기에도 경제 논리가 적용된다고 한다. 적게 말하여 큰 효과를 얻어야 된다는 가르침으로써 문장에는 간결미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무학산 역시 경제 논리를 실천하지는 못하지만 알고는 있고 실천하려 애는 쓴다. 오늘 조선일보에 이런 기사 제목이 있다.《‘하청'이란 말 이제 못 쓴다》일본에서 저럴 거라는데 곧 우리나라도 따라 할 것이다.
  
  ’하청‘ 대신에 쓸 용어가 무엇일까 싶어 읽어보니 '중소수탁사업자'로 바꾼다는 것이다. 하청이란 단어를 언제부터 썼는가는 모르지만 이미 일상용어로 굳어졌다. 그런 것을 굳이 이해가 빨리 되지 않는 '중소수탁사업자'로 바꾼다니 일본도 이젠 간단명료한 것을 좋아하던 본성을 잃어가는 것 같다.
  
  요사이 ‘내란’이란 말이 흔하고 ‘내란 우두머리‘란 말도 나돈다. 그냥 이전에 쓰던 대로 ’내란 수괴‘라 하면 될 것을 왜 굳이 길어서 불편한 ’내란 우두머리‘라 할까? 하향 평준화로써 ’수괴‘란 말을 모르는 사람을 위해서 그러는 것이다. 아는 사람들이 쓰는 용어를 모르는 사람들이 배워서 알게 해야 할 것을 도리어 모르는 사람 위주로 바꾼 것이다. 문화와 물은 높은 데서 아래로 내려간다. 이게 정상인데 우리 사회는 모르는 사람을 위해서 이미 굳어진 언어 관습까지 모르는 사람을 기준으로 바꾸어 버린다. 이러면 애써 공부할 필요가 뭐 있겠나.
  
  문재인이가 ‘헌병’을 ‘군사경찰’로 바꾸었다. 헌병이라 말하기가 쉬운가. 군사경찰이라는 것이 쉬운가. 우리가 학생일 때 영어 선생님이 자주 말씀했다 “읽은 후에 번역을 하려 하지 말고 읽으면서 바로 번역이 되게 해야 한다” 직독직해를 가르친 것이다. 하물며 외국어도 그래야 하는데 우리 말이 ‘군사’ 다음에 오는 말. ‘경찰’까지 듣고 나서야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된다면 “언어가 아니라 암호다”-조갑제-
  
  조갑제 선생님께서도 지적한 바 있지만, 정훈(政訓)이란 좋은 말도 ’정신 전력‘으로 바꾸어 버렸다.
  
  공자는 “아침에 도(道)를 깨달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朝聞道 夕死可矣)”고 했다. 이런 자세였기에 오늘의 문명사회가 이룩됐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깨달아야 할 도는 없어지고 쉬운 것만 찾는다. 그러나 그게 도리어 더 어렵고 불편하게 돼버렸다. 수괴를 우두머리라 하고 헌병을 군사경찰이라 하고 정훈을 정신전력이라 하는 마당에 구태여 어려운 도를 깨우칠 게 뭐 있나. 길게 늘어진 말로써 알려 달라하면 그만이지.
  
  거듭 말한다. 신문마다 학생들의 문해력을 걱정한다. 걱정하는 이게 진정 학생들을 위한 것이겠나? 학생들의 문해력이 부족하면 공부해서 알라고 가르쳐야 할 것을 어떻게든 쉽게만 말해 주려 애쓴다. 이러면 나라는 뭐가 되겠나. 모르는 사람이 아는 사람을 따라 배우는 것이 정상이지 아는 사람이 모르는 사람을 위해 쉬운 말을 찾아내는 게 정상인가? 그리고 어려운 용어에서 문해력을 걱정하는 것도 아니다. 사전만 열면 알게 되는 용어에 지나지 않는데도 호들갑인 것이다.
  
  무학산은 컴퓨터를 켜고서는 사전부터 먼저 켠다. 그 후에 신문을 본다. 사전을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라고 가르쳐 주신 국어 선생님과 영어 선생님이 그립다.
  • 골든타임즈 2025-01-27 오전 10:26:00
    민노총 밑으로 기어 들어간 언론이라 하지만 참 더럽게 썩었다. 정상적인 언론이라면 윤 대통령이 선포한 계엄이유에 제대로 진단했을 것이다. 정신 박힌 기자라면 내란죄를 뒤집어 씌운 세력을 찾아 냈을 것이다.
  • 白丁 2025-01-26 오후 8:40:00
    首魁를 우두머리라 바꾸면서 內亂은 안바꾸고 그대로 쓴 까닭은 또 뭔가. 뭐 우리끼리지랄, 이쯤으로 바꿔야 되지 않것나? 우리끼리지랄우두머리…일본에 의해 개화되며 조선에 없었던 신문물이 일본이 만든 용어대로 유입되어 100년 이상 사용되면서 우리말화 되어 일본이 만든 용어인지 조차도 모르고 쓰는 용어들이 많다. '憲兵' 을 '군사경찰' 이라 바꾼 까닭도 ‘헌병’ 이 일제가 만든 용어라는 것이 그 사유다. 죽창가를 부르자는 문재인의 눈물겨운 ‘광복군정신’ 이다. 日帝淸算 한다며 중앙청을 때려부수고, 국민학교의 ‘국민’ 이 ‘皇國新民’ 의 약어라며 '초등학교' 로 바꾼 김영삼 광복군정신의 재현이다. 현재 우리가 일상 사용하는 용어 중에서 일본이 만든 용어 전부 빼고 기사 한번 써보라.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창제 이유도 ‘날로 씀에 편안케 하고저 할 따름 (便於日用矣)’ 이었다. 언어는 쉽게 익혀 매일 사용하기 편하면 되는것이다. 볼때마다 눈에 거슬려 욕 나오던 것을 것을 무학산님이 속 시원하고 품위있게 나무래주셨다. 그런데 제도권 언론에서 이 문제를 지적하는 기사를 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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