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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왜 오싹하고 끔찍한 말을 했을까 무학산(회원)  |  2025-03-05
요사이는 국가가 자살을 막는 노력을 많이 한다. 지난날에는 그런 것도 없었다. 자살은 지금에 비해 그때가 월등히 많았음에도 그때는 국가가 소시민의 자살에 무관심했고, 지금은 발벗고 나서서 예찰하고 예방하니 좋은 나라가 아닐 수 없다. 복 받은 시대다.
  
  내 어릴 적 친구 두 명이 자살을 했는데 한 명은 사춘기에 그랬다. 우리집과 멀리 떨어진 동네에 살았는데 하루는 그 집에 놀러갔더니 평소와는 달리 그 집에 사람들이 와글거렸고, 그의 어머니가 울고 있다가 “XX아. 친구 왔다 일어나라.”고 외치기도 하고 내 손을 붙잡고 대성통곡하기도 했다. 이윽고 울음을 그치고 “그때 내가 알아봤어야 했는데…” 하면서 “XX이가 평소에 안 하던 짓들을 했고 무너진 담까지 쌓아 놓고 죽었다” 이렇게 죽거나 자살하기 전에는 대체로 평소에는 안 하던 언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들 한다.
  
  다른 친구 한 명 역시 그랬다. 같은 동네에 살던 친구였는데 군대 갈 무렵에 그랬다. 이 친구가 평소엔 자린고비처럼 돈을 아꼈는데 갑자기 어느날부턴 친구들을 불러내어 술을 받아주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 그러면서 죽었다. 동네 친구 몇몇이 감장(勘葬)해 주었다.
  
  자살이든 고종(考終)이든 죽음 전에는 평소와 다른 언행을 하는 것이 상식이다. 사람만 그런 것이 아니라 국가가 망할 때도 이상한 징조가 나타난다. 백제가 망하기 전에 白야시가 상좌평의 책상에 올라앉아 울었고 궁궐 안에 있는 나무가 부르르 떨며 울었다. 동네 개 수십 마리가 모여서 저자거리를 이리 뛰고 저리 뛰며 혹은 짖고 혹은 울었다는 기록이 삼국사기에 있다.
  
  자식이 죽었을 때나, 국가가 망했을 때에 오만 회포가 다 일 것이다. 그래서 잘 안 하던 행동을 어쩌다가 한 것에도 의미를 부여하게 되고, 마침내 그 언동들을 확대해석할 것이다. 그래서 죽으려거나 망하려던 징조로 삼을 수 있다.
  
  오늘 조선일보에 이런 기사 제목이 있다.《'연평도 꽃게 밥' 'K엔비디아 지분 공유'…이재명 발언 연일 시끌》이재명이가 자기를 두고 말하길 “12월 3일 내란의 밤이 계속됐더라면 연평도 가는 그 깊은 바닷속 어딘가쯤에서 꽃게 밥이 됐을 것”이라 말했다는 것이다.
  
  왜 저런 끔찍하고 오싹한 말을 했는지 의아스럽다. 이재명이 말을 가볍게 해 버리는 버릇이 있어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렇지 하고 많은 표현 중에 왜 하필 저런 말을 했을까. 기분 나쁜 징조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무학산은 평소, 비록 이재명이가 난 사람이지만 또 저래쌓기도 하지만 그가 대선에 당선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낙선 충격에 이재명이가 어떤 모습이 될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이재명이는 다음 대선에 전력투구하고 올인하는 모습이다. 게다가 자의식이 강한 사람이다. 그러니만큼 낙선 충격도 대단할 것이다. 그래서 그가 자살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저절로 들었다. 혹 그가 이 글을 읽는다면 기분 나빠하기를 바란다. 기분 나빠 한다면 죽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 白丁 2025-03-05 오전 8:19:00
    나는 그 자가 제가 말한 그대로 되기를 바란다, 꼭. 꽃게 밥이 아니라 다른 생물 밥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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