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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평범한 진리 무학산(회원)  |  2025-06-16
‘헬스 운동’을 지금은 ‘헬스’라고 말하지만 이전에는 ‘육체미 운동’이라 했다. 나에게 권투를 가르쳐 주신 우리 선생님의 맏아들이 우리 지역의 국립대학에서 교수를 하고 있었다. 선생님이 별세하고 그가 시내 중심가에 있던 권투도장을 팔고, 조금 변두리에서 그때만 해도 마산에 없던 종합 체육관을 열었다. 복싱. 태권도. 육체미 도장이 같이 있는 체육관을 운영한 것이다. 그때 나는 거기서 복싱 후배들을 가르쳤다
  
  바로 옆방이 태권도 도장이고 그 옆이 육체미 도장이었다. 그래서 틈틈이 태권도하는 것을 보았고 그렇게 어깨넘어로 본 것이 태권도 3단이 됐다. 이어 육체미 도장에서 근육 키우는 운동도 자연히 배워졌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거의 매일 아침 역기와 아령을 든다.
  
  근력운동의 3대 종목은 데드리프트. 벤치프레스. 스쿼트다. 데드리프트는 모든 근력운동의 기본이랄 수 있는데 복압(腹壓)을 잘 사용해야 하고 잘 이용해야 한다. 나는 데드리프트를 무척 좋아했다. 그래서 음주한 다음날에도 다른 운동은 거르더라도 데드리프트만은 빠짐없이 했다. 이것이 병이었고 마침내 배에 구멍이 나고 말았다. 구멍 사이로 창자가 삐져나오는 ‘서혜부 탈장’이란 벼락을 맞게 된 것이다.
  
  나이가 80이 돼 가면서도 매일 같이 데드리프트를 한 것이 탈이었다. 의사의 말을 종합해 보면 데드리프트와 근력운동이 100% 원인이다. 나는 80살이 넘고 90살이 되어 갈 때쯤 피트니스 대회에 참가하려 했고 철인3종 경기에도 나가려 했다. 거기에 노후 인생의 낙(樂)을 두고 역기와 아령 들기를 부지런히 했는데…그래서 복근운동도 너무 많이 할 것이 아니란 걸 이제야 깨달았다. 나이가 들면 배도 좀 나와야 하는 것을 젊은이 수준에 맞추려 한 것이 병이었다. 물론 그걸 부추기는 사회 현상도 없지 않다.
  
  세상사 모두 지나치면 이렇다 노인이면 노인에 맞는 운동을 했어야 했는데 때로는 손자뻘의 사람과 데드리프트 경기를 하고, 턱걸이 경기도 했으니 운동을 한 것이 아니라 노동을 했던 것이다. 헤엄 잘 치는 놈 물에 빠져 죽고 나무 잘 타는 놈 나무에 떨어져 죽는다는 옛말을 교훈 삼았어야 했는데 자신의 건강을 너무 믿은 것이 병이 된 것이다.
  
   중용(中庸)은 동양 철학의 기본이다. 지나치거나 모자람이 없이 특히 나이에 맞게 움직여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자신을 과신하고, 체력을 과신하고, 의욕을 과신했던 것이다. 입으론 “너무 애쓰지 말라”고 하면서도 무거운 것을 드는 데에 애를 썼다. 그렇게 해서 얄궂은 병은 얻었지만 정신적으론 성숙해지는 계기로 삼으려 한다. 나는 하나를 잃으면 다른 하나를 얻고야 마는 성격임이 또 증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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