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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짜리가 같은 5년짜리를 구속, 산수에 맞나
무학산(회원) | 2025-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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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조선일보에 이런 기사 제목이 있다《尹 124일 만에 재구속 법원 "증거인멸 우려"》
전 대통령 구속이란 사안에 비해 놀랍게도 활자 크기가 작다. ‘별일 아니다’는 상징성으로 저럴 것 같다. 국회가 이재명 구속에 동의하여 구속을 허락했는데도 법원은 “야당 대표라서 구속할 필요가 없다.”며 풀어주었다. 그렇게 자비로운 법원이 전직 대통령에게는 놀부보다 독하다. 중국은 “주석급 이상은 구속하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는 대통령 구속하기를 장난삼아 한다. 중국인이 통 커 보인다.
나는 윤석열과 한동훈이 생전 처음 들어 본, ‘경제 공동체’ ‘묵시적 청탁’이란 말로써 레이디 각하를 잡아넣을 때부터 저 두 양반을 ‘만세의 원수’라 했다. 그 마음이 추호도 변하지 않았다. 따라서 나의 윤석열 역성도 비판도 정당하다. 그렇다고 해서 인신구속은 바라지 않는다. 박근혜의 구속에 반대했듯 윤석열의 구속에도 반대다. 우리의 염원도 보람 없이 구속됐다. 윤석열의 구속에 성이 난다. 멀리 내다볼 것도 없이 이런 잔 매에 나라는 자빠진다. 나중엔 아무리 바로 세우려 해도, “자빠지는 기둥 썩은 새끼로 매기.”가 될 것이다. 저따위 짓을 같은 정객이 할 짓인가. 같은 동포가 할 짓인가. 같은 사람이 할 짓인가.
윤석열의 구속도 성나는 일이지만 우익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이 습성화될 것이 더 두렵다. 이대로라면 장차 우익 대통령은 모두 탄핵과 구속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그런 걱정을 하다보면 국정에 전념할 수 없게 된다. 그러면 또 탄핵되고 구속된다. 피맛을 본 좌익이 피맛에 중독돼 우익 대통령에게 탄핵과 구속이란 쌍칼을 휘두르며 정치에 몰두하지 못하게 할 것이다. 마침내 탄핵이 좌익의 전통이 되고 전가의 보도가 될 것이다. 이래서 국힘당은 대통령 후보를 하려고 나서는 사람이 없어서 후보를 내지 못하게 될 것이다. 국힘당의 보신주의, 소극주의를 보면 웃고 넘길 말이 아니다. 노무현 때부터 저 자들은 ‘백년 집권’을 외쳤다. 어떤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 같다.
구속된 윤석열 대통령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이왕 구속되고 말았으니 한편으론 차라리 잘됐다는 마음도 든다. 윤석열의 재구속이 이재명에게 불행의 싹이 되겠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이재명이가 임의로 국가기관을 해체하고 신설하는 데에도 박수를 보낸다. 해수부를 부산으로 후차 보내고, 검찰을 분해하고, 정청래를 대법관으로 앉혀주고, 친북적(?)인 사람을 국정원장으로 쓰는 것에도 박수를 친다. 거칠 것 없이 제 맘대로 해야 구덩이에 빠질 것 아닌가. 이재명은 자기 덩치를 키우려 자기가 윤석열의 '정적'인 것으로 셀프 격상했었다. 이재명에게는 정적이 없다. 이것도 우익에는 호재다. 적수가 없으면 안일과 나태에 젖는다.
타인의 꿈에 다른 사람의 운명이 보이는 경우가 허다하다. 내가 하는 묵상 중에 사흘 계속 이 말이 떠올랐다 도덕경의 '화혜복지소의(禍兮福之所倚), 복혜화지소복(福兮禍之所伏)' 화 속에 복이 있고 복 속에 화가 있다는 뜻이다. 이재명이 운명 두려운 줄 안다면 차마 구속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대통령이 된 무량대복(無量大福)에 빠져 세상이 말랑하게 보이는 모양이다. 겨우 5년짜리 대통령이 같은 5년짜리 전 대통령을 구속하다니. 산수에도 맞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