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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유수의 장광설!…'강한 자기애' 표출 李대통령 기자회견 관전평
최보식(최보식의 언론) 편집인 | 2025-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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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의 말은 '청산유수(靑山流水) '같았다. 버튼을 누르면 말이 막 쏟아져내리듯 원래 예정보다 30분 더 초과된 2시간 반이 지나서 취임 100일 기자회견이 끝났다.
나중에 계산해보니 그는 이날 22개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본인은 그래도 할 말을 다 못해 미진했을지 모르겠다.
이날 대통령은 모두발언을 마친 뒤 출입기자들에게 "박수치지 마세요. 언론인이 박수치는 게 부담스럽지요. (박수치라고) 시키지 않았습니다"라고 조크했다. 이런 시작은 좋았다.
문제는 그 직후 기자의 본격 질문에서도 이런 화법으로 장황하게 답변해, 나는 '오늘 회견은 질문 세 개로만 마치려나' 싶었다. 사회자(강유정 대변인)도 그런 우려가 있었는지 "대통령님 세 개 답변하는데 40분 이상 걸렸다"고 신호를 줬다. 그렇다고 이 대통령의 '청산유수' 장광설이 고쳐진 것은 아니었다.
이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친절하게 편안하게 혹은 유머스럽게 해야 한다는 '강박감'을 갖고 있는 것 같았다. 본인은 그게 국민과 언론에 자신을 좋은 이미지로 어필하는 걸로 믿고 있을 것이다.
가령, 사회자가 이 대통령에게 질문할 기자를 지목하라니까, "누가 배제된 사람이 싫어할 것 같아서 결정장애인지 모른다. 여의도에서 제 편을 안 들었다. 편이 안 되는 사람이 적이 되더라"며 소위 '설'을 풀었다.
두세 번 이렇게 써먹으면 효과가 있다. 문제는 회견 내내 동일 패턴의 화법이 반복되니까 생중계를 보는 입장에서 너무 지루하고 장황했다. 실례되는 말일지 모르나 후반부에는 이 회견이 언제 끝날까 싶었다.
기자회견은 한정된 시간이 주어진 것이다. 만담이나 뒷담화하는 저녁 자리가 아니다. 대통령실 출입기자들은 국민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국정 현안이나 대통령 관련된 핵심 내용을 질문하고, 대통령은 국민들이 본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조리있게 답변해야 하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질문에 맞는 답만 하면 되는데, 앞뒤로 여러 치장들이 너무 많이 붙어있었다. 반복해서 듣다보면 '다 아는 얘기를 왜 자꾸 하지' '대체 뭘 가르치려고 하는 거지' 하는 느낌이 들게 했다. 말은 잘하고 많았는데 너무 늘어놓아서 '임팩트' 있게 꽂히지 않았다는 뜻이다.
물론 기자들의 질문도 높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 대다수 질문들이 포괄적이고 광범위했다. 대통령을 빠져나갈 수 없게 하는 송곳 같은 구체적인 질문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 좋은 질문이 좋은 답변을 만든다.
나는 TV 생중계를 보면서 이 대통령이 말은 부드럽게 하지만 전임 윤석열 대통령 못지않게 자기 주장만을 고집하고 남들을 가르치려는 '다변가'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가 운영하는 나라의 앞날이 심상치 않을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런 느낌을 강하게 받은 것 중 하나가 이 대통령이 표출한 강한 '자기애(自己愛)'였다. 검찰개혁과 관련된 질문이 나오자, 이 대통령은 다음과 같이 자기 이야기를 끄집어냈다.
"제가 가장 큰 피해자다. 그 얘기하기 전에, 전에 저한테 불리한 건 사실이 아닌 것도 막 엄청나게 언론에 쓰더니 요새는 '그게 아니다'라는 내용의 명백한 팩트가 나와도 언론에 안 나오던데. 저 외계인인가. 물론 정치부 소관은 아니다. 사회부 쪽이긴 할 텐데. 저는 가끔씩 이상할 때가 있다. 그래서 나도 대통령이 됐는데, 대통령쪽 편도 들고 그러는 거 아닌가.
그런데 편을 들기는커녕 명백하게 과거의 엉터리 몇년 동안, 몇개월 동안 그렇게 과격하게 허위보도로 제가 고생을 했는데. 물론 국민들이 그걸 다 가려서 대통령 자리로 보내주셨지만. 그게 아니다라는 상반된 명백한 근거들이 나와도 이상하게 반응이 없다. 그건 조금 이상하긴 하다."
또 언론의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대해서도 자기 신변과 관련된 얘기를 꺼냈다.
"저도 사실은 엄청나게 많이 당했다. 무려 우리 아들이 멀쩡하게 직장 다니고 있는데 화천대유 취직했다고 대서특필하는 바람에 아직까지도 직장을 못 얻고 있다, 유명해져가지고. 그게 뭔 짓인가. 나한테 물어봤으면 아니라고 했을 건데 물어보지도 않고 멋대로 써가지고. 일부러 그런 거다. 나하고 화천대유하고 대장동 관계 있는 것처럼 만들어서 아들이 그 회사에 취직했다고 이름까지 써서. 아주 인생을 망쳐놨다. 이런 게 수없이 많다."
이 대통령의 과거 범죄 혐의나 아들 문제는 국민 절반은 여전히 미심쩍게 여기지만 눈감아주고 있는 부분인데, 그는 대통령 자리에 앉자 이를 '억울한 피해사례'로 분식(粉飾)하려고 하는 것이다.
기자회견에서의 이런 언급은 대통령 자신은 늘 절대적으로 옳고 선하다는 의식에서 나오는 것이다. 당연히 맞은편 상대는 악(惡)이 되는 셈이다. 이럴 경우 나라는 위험해진다. 본인은 의식 못하겠지만 자칫 독재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그런 사례로 이 대통령은 내란특별재판부 논란에 대해 "그게 왜 위헌인가. 논쟁거리가 안 된다. 국민이 원하면 하는 것이고 국민 주권에 따르면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는 과거 독재자들이 민주공화정의 근간이 되는 몽테스키외의 '3권분립론'을 이런 식으로 해석해 사법부를 지배한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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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야의 함성 2025-09-15 오전 1:13:00
- "그가 운영하는 나라의 앞날이 심상치 않을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라고라!
갑제옹이나 보식 기잔 맨 날 정치를 인물화 시켜 보니 말 한마디, 제스춰 하나에 따라서 일희일비하지! ㅋㅋ
실용주의 운운은 이제 날아갔남?
다음과 같은 사설도 있네! ㅋㅋ
[송평인 칼럼]‘중도 실용’ 같은 소리 하고 있네동아일보입력 2025-09-10 23:212025년 9월 10일 23시 21분
인플레이션 아랑곳없이 현금 뿌리고
시기 부적절한 경제 관련법 통과시키고
민주당 말 안 들은 정부 부처 다 없애고
미국에는 비자 요구도 못 한 ‘중도·실용’
https://www.donga.com/news/Opinion/article/all/20250910/1323628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