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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 없이 우리 언어 正常化의 길은 없다 박경범(작가)  |  2025-09-15
이미 수십 년이 지나도 제자리걸음 혹은 후퇴 상황인 우리 문자생활의 정상화를 위하여 아직도 간간이 목소리를 내주시는 분들을 보면 일단 감사한 마음이다. 나와 같은 경우는 사업과 관련이 있어서 그것이 이루어지면 어느 정도의 이익을 얻지만 그분들은 순전히 우리 국민의 精神文化를 正常化하고 후손에 걸치는 국가의 융성을 마음에 두고 주장함인 것이다.
  
  그러면서도 一面으로 답답함을 느끼는 것은 바로 우리 어문정책 정상화 同志群의 底邊에 있는 영혼의 순수함에 起因한 것 같다. 自身이 이 세상의 바람직한 向方을 義를 기준으로 設定하여 주장하다 보니 다른 사람들도 일단은 그런 기준으로 세상의 향방을 추구하리라고 짐작하는 것이다. 그렇게 수십 년 옳고 바른 주장은 단지 누적되어 오기만 했다.
  
  현실적으로 世人의 態度 및 행동의 방향을 결정짓는 것은 저들의 생업과 地位에 보탬이 되느냐 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누군가 세인의 이익획득 환경을 構造的으로 설정해 놓으면 각각의 세인은 구조 내에서 이익을 좇는 중에 그 마귀가 설정한 방향으로 움직이거나 현상유지를 할 수밖에 없다.
  
  全국민이 의학상식을 알면 국민의 건강은 증진될 것이나 醫師들의 수익은 낮아질 것이다. 반대로 국민이 의학상식이 없으면 醫師들은 더욱 큰 수익은 물론 상식적인 쉬운 업무로도 생업이 가능할 것이다. 한자능력검정시험으로 한자를 모든 국민이 알아야 하는 국어가 아니라 마치 냉동기계기사자격증 같은 ‘특별한 기술’인 樣 자리 잡게 하여 한문전공자들의 수익을 올려주고 전문인으로서의 位相에 안주하도록 유도했다. 문학에 관하여는 拙書 작품집 〈허시의 사랑〉에 수록된 단편 〈사라진 민족〉의 한 구절로 갈음한다.
  
  “날 때부터 묶여 자란 개는 자기가 자유롭지 못한 것을 알지 못하죠. 한국은 문인등단 때부터 한글만 사용하도록 훈련시키니까 그렇게 자란 문인들은 불편할 것이 없어요.”
  
  특정 職域 집단의 압력에 정부는 약한데 당장 눈에 띄게 불이익을 받는 분야나 계층집단이 없다. 각 분야의 공인된 전문인 집단은 오히려 유리하다. 국민은 위력(威力)에 의한 성폭행이나 위계(僞計)에 의한 성폭행이나 비슷한 죄로 알기 때문에 기초법률용어부터 법조인의 자문을 받아야 한다. 조울병(躁鬱病)과 조현병(調絃病)을 비슷한 병으로 알기 때문에 기초의학용어부터 정신과전문의에게서 자문을 받아야 한다.
  
  일반 각 분야 전문인은 전문용어에 익숙해지고 난 뒤에는 굳이 한자표기를 하지 않아도 그들만의 통용에 있어서는 한글만으로 충분하다. 돼지사육업자는 동업자들끼리 各樣의 돼지를 부를 때에 종돈 모돈 자돈 웅돈 폐돈 육돈 식돈 유돈 等 한글만으로 굳이 한자를 쓰지 않아도 통할 수 있다. 일반인도 배우고 싶어 하는 인문학에서도 동업자 즉 동일전공자끼리는 한글만으로 통하고 있다. 특히 이미 주요 대학에 임용되어 안정된 급여와 위상을 가지고 있는 교수들은 아쉬운 것이 없다. 한글전용으로 인해 우리말에 의한 인문학 학습이 제약되는 중에 그들은 英獨佛語의 원어에 의한 학습경력(學位)으로 독보적인 권위를 누리고 原語를 학습하지 못한 제자나 일반인보다 현격한 위상의 차이를 유지하게 된다.
  
  이렇게 각 전문분야에서 이미 안정되고 확고한 위상을 가진 자들⋯그렇기에 그만큼 힘이 있는 자들에게 한글전용은 그들의 특권을 더욱 공고히 누리게 하여 주니 수십 년의 올바른 주장이 힘을 쓰지 못하는 것이다. ‘체제변화투쟁’ 말고는 우리 언어의 정상화의 길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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