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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도 라이프 사이클이 있다
무학산(회원) | 2025-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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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지상낙원 줄폐업, 한국인이 안 가는 탓?>
오늘 조선일보에 이런 기사 제목이 있다.《한국인 발길 끊기자…美 지상 낙원, 줄폐업 시작됐다》
저 기사 제목을 읽고 많은 의문이 저절로 떠오른다. 과연 한국인의 발길이 끊겨서 미국의 지상낙원이 줄폐업하게 됐을까? 진실로 그렇더라도 우리가 걱정할 일인가? 우리가 안 가면 줄폐업할 그런 데에 한국인은 왜 몰려갔나? 국내의 여러 도시에서 인구가 줄고, 상가는 철창을 하고, 폐업한 점포가 다시 열리지 않는 우리 현실은 미국인이 안 와서 그런가?
무릇 만물이 그러하듯 도시도 라이프 사이클(life cycle)이 있다. 생성 성장 쇠퇴의 단계를 거쳐 소멸하거나 재생된다. 줄폐업이 시작됐다는 미국의 저곳도 그 과정을 거치고 있을 뿐 한국인 탓도 아니고 한국인의 발길이 끊겨서도 아닐 것이며 도시가 쇠퇴단계에 들어섰으니 한국인이 안 가게 됐을 수 있다.
도시의 라이프 사이클을 통해 나도 고향을 잃었다. 어쩌면 잃은 것보다 내가 고향을 떠났기에 고향도 나를 버렸을지 모른다. 같은 마산이지만 고향은 구마산이었고 내가 사는 곳은 신마산인데 구마산의 3개 洞이 합동으로 재개발되어 아파트촌이 되고 말았다. 어려서 뛰어놀던 고향의 골목길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돌덩이 하나도 제 자리에 남아 있지 않다. 앞산을 기준 삼고 옛 기억을 더듬어 여기쯤에 우리 집이 있었다고 여기며 사방을 둘러 보지만 어디가 어딘지 모른다. 더욱 서러운 것은 낯선 사람이 왔다고 남들이 흘깃거릴 때이다. 서럽지만 이게 사람사는 모습 아니랴. 그리고 발전이 아니겠나.
수도권만 제외하고 전국의 도시와 농촌이 하나같이 지역 소멸을 걱정하는 이 마당에 제 나라 걱정보다는 미국 걱정하는 폼이 어째 마음에 안 든다. 현대차 근로자들이 구금되고 추방된 것에 대한 원망이 서려 있어 보인다. 그게 아니더라도 “거지가 도승지를 불쌍타 한다.”는 속담과 같은 기사는 좀 그렇다.
1990년 마산 인구가 50만 명을 넘어서자 없던 구청이 두 개 생겼다. 그때를 정점으로 꼬라박더니 이젠 35만 명도 간당간당하다. 수도권 말고는 전국이 이렇다는 데서 차라리 위안을 얻는다. 전국에 폐업한 채로 방치된 호텔. 여관. 팬션. 온천단지. 병원. 짓다가 만 아파트. 종교시설 등이 널렸다고 한다. 도시 미관을 해칠 뿐만 아니라 인골도 나온다는데 여기에 대한 기사를 누군가 써주기를 나는 목을 빼고 기다린다. ‘한국기자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미국 걱정은 미국인에게 맡기는 게 좋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