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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점상에 왜 학력을 말하나 무학산(회원)  |  2025-10-27
오늘 중앙일보에 이런 기사 제목이 있다.《1563번 추락, 1262억 쥐었다…중졸 노점상이 만든 '플라잉카'》
  
  ‘사회의 목탁’이라는 신문이 글을 참 생각 없이 쓴다. 노점상이면 노점상이지 중졸이란 학력은 왜 넣나. 신문만이 아니다. 야구 선수를 소개할 때도 ‘고졸 선수’라고 한다. 대졸은 대졸이라고 말하지 않으면서 중졸과 고졸은 반드시 중졸. 고졸이라 말한다. 이는 대졸이 표준이며 가치의 척도다는 뜻으로 중졸 고졸이란 말은 표준에 못 미치는 사람으로 친 것이다. 학력과 직업으로 사람 차별하는 곳은 아마 한국뿐이지 싶다. 이러니 누가 대학을 안 가려 하겠나. 너도나도 대학을 간 결과 마침내 2024년 현재 대학 진학률은 74.9%로서 OECD 최상위권이다.
  
  열에 일곱 여덟이 대학에 진학하다 보니 국가 인력 수급이 어지러워졌고, 유력 정치인들도 자기 자식을 취업시키려 부정한 짓을 한 것이 여기저기서 드러났었다. 대학을 졸업했지만 권세도, 위세도, 돈도, 빽도 없는 사람들은 취업을 포기, 부모에게 얹혀 산다. 40살이 넘어도 부모에 얹혀살면 살았지 기름복은 안 입으려 한다. 그러니 작업복을 입을 공장 노동자는 부족하여 외국 사람을 데려 와서 쓰고 그 과정에 외국인의 범죄 등 숱한 문제점이 불거졌다.
  
  일본은 대학진학률이 30%를 넘자 국가 비상사태인 것처럼 정치인들이 난리를 피우며 팔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서더라는 보도를 읽은 지도 20년이 넘었다. 미국이나 유럽의 진학률을 예를 들기도 이젠 지쳤다. 그나마 10여 년 전까지는 외국 인력 수급을 여러 국가 정책에 맞추어 조절했지만 이젠 산업 제일주의에 의해 업주가 하자는 대로 마구잡이로 외국인을 데려 온다. 대졸자는 실업자로 바글바글하고 고졸 수준의 일자리는 외노자가 차지한 것이다.
  
  여담 하나 한다. 60년대에 재일교포인 외할머니와 이모가 외할아버지의 유골을 고향 선산에 모시려 우리집에 왔었다. 이모가 하는 말이 “한국에는 빽이란 게 있다는데 그게 없으면 취직을 못한다는 말이 정말이냐?”고 물었다. 정말이라고 대답했더니 이모가 “산에는 송충이가 극성이더니 사회에는 빽이 극성이구나.”하며 혀를 끌끌 찼다.
  
  생존경쟁이 극심하다 보니 아예 아이를 잘 낳지 않고 낳은 아이는 어떻게든 대학에 보내려 하고 다들 대학에 가다 보니 졸업을 해도 취업할 자리가 없다. 이것이 무한 악순환으로 반복된다. 그래서 또 대학원에 가고 유학도 간다. 가정의 富의 축적은 물론 국부(國富도) 새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정부와 사회도 한몫했었다. 정부는 반값 등록금을 내세웠고 소위 ‘어머니 단체’라는 것은 대학생 뒷바라지에 열심이었다. 대학생들에게 김치를 담가주거나 김치 갖다 주었고, 지자체는 기숙사까지 만들어 제공하고 있다. 시내버스는 대학생이란 이유로 할인을 해 주었으며 다른 데도 대학생에겐 눈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까지 근로자에 비해 특별 대우를 해주었다.
  
  저런 모습들이 이젠 많이 사라졌는데 사라진 큰 이유도 자기 자식의 취업 문제에 부닥치니 경쟁 상대인 다른 대학생에 봉사하는 발길이 준 것이다. 언론만은 여전히 중졸. 고졸이라 한다. 야구 선수면 야구를 잘하느냐 못하느냐가 평가의 기준이 돼야 하고, 노점상이면 돈을 잘 벌면 된다. 거기에 학력이 왜 나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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