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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말이 없으니 하늘이나 氣를 말하나 무학산(회원)  |  2025-11-18
《[광화문·뷰] 종묘, 이 정부 美感은 왜 이리 촌스러운가》이는 오늘 조선일보의 한 기사 제목이다. 억수로 잘 쓴 글이다. 감히 나 따위가 잘 썼다고 격찬하는 것도 주제넘은 짓이다. 그렇지만 박수치고 싶다. 저 글에 김민석 총리와 문화부장관의 발언이 실렸다. 그 말을 가져와서 이 글을 쓴다. 거기에 이런 구절이 있다
  
  “이 정부 고위 관료들의 촌스러운 미 의식과 고정관념이다. 종묘의 기(氣)가 눌릴 거라는 국무총리의 발언이 대표적이다.”
  
  조선일보에 어느 교수가 풍수에 관한 글을 자주 쓰기에 보다못해 이런 글을 쓴 적이 있었다.
  
  “수요장단(壽夭長短)은 하늘에 달렸고 부귀궁달(富貴窮達)은 노력에 달렸거늘 어찌 교수란 이가 학생들이 듣는 데서 열심히 공부하라는 말 대신에 풍수를 강조한단 말인가?”
  
  그래선지 모르지만 그 뒤부터 아직까지 풍수에 관한 글을 쓴 것을 못 보았다. 그 교수의 이름은 조선일보 지면에서만 유명하다. 반면에 김민석은 일국의 국무총리다. 총리가 불쌍한 민초 앞에서 “종묘의 기(氣)가 눌릴 거라니” 민초 민주주의(民草民主主義)를 노래하더니 이젠 민초에게 악담을.
  
  김민석은 종묘 앞의 개발에 반대하여 ‘종묘의 기’ 덕분에 총리가 되었나? 재개발에 찬성하는 세운 상가 지역 주민들은 종묘의 기에 눌림을 당하고 사는가? 그렇다면 눌림을 당하고 사는 불쌍한 백성을 위해 김민석이는 치성 굿판이라도 벌여 주어야 할 정치적 의무가 있지 않나?
  
  만약 김민석과 오세훈이 뒤바뀐 처지라면 모르긴 몰라도 김민석은 이랬을 것이다. “종묘고 나발이고 싹 밀고 재개발해.”
  
  문화부장관은 오세훈의 계획에 반대하여 “하늘을 가리다니…”라고 한탄했다고 한다. 할 말이 없거나 반박 논리가 궁색한지 누구는 ‘기’를 말하고 누구는 ‘하늘’을 들먹였다. 이로써 이재명 정부의 실력이 드러났고, 비과학적 자세가 노정되었고, 국민을 대하는 태도도 노출됐고, 하늘에 대한 불경심마저 밝혀졌다. 저런 총리와 장관으로 정부는 불행이요 국민은 불운이 아니라 하겠나?
  
  산에 올라가서 도심과 교외를 내려다 보면 둔감한 사람도 이전과 달리 녹지와 나무가 많아졌음을 팍 느낄 수 있다. 오세훈은 이런 맥락에서 종묘 주변을 재개발하겠다고 했다. 여기에 대한 과학적 미학적 반론은 못하고, 겨우 종묘의 기나 끌어대고 하늘이나 불러온다면, 내가 하늘이고 종묘이더라도 오세훈의 손을 들어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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