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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암령 너머 두메산골 할머니의 지혜 이민복(대북풍선단장)  |  2025-12-09
북한에서 농업 연구원으로서 충성을 위해 김정숙군 풍양리에 찾아갔을 때이다.쌀은 공산주의!라는 수령의 교시를 받들기 위해 현지에 나가 과학적인 농업 기술을 열심히 전수하였다. 그런데 마을의 좌장 격인 할머니가 <수화상극(水火相剋)> 운운하며 비웃으신다. <수화상극>이란 글을 많이 읽은 선비가 불이 나자 물이 곁에 있어도 소리만 친다는 것이다.
  
  한반도의 두메산골인 이곳에서는 백암령을 넘어가는 것이 출세의 소원인데 자네는 거꾸로 넘어온 것부터 한심한 처사라고 하신다. 좌장 할머니의 범상치 않은 반발이어서 그분의 의견을 들어보았다. 식량난은 기술이 나빠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장황하게 설명할 것 없이 내 것이 되는 개인농을 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 의견을 새겨듣고 실험을 해보았더니 이 한 마디로 해결책이 나왔다. 공산농(협동농장) 때 1정보당 1톤 정도 나던 강냉이 밭을 개인농 하니 7톤 생산되었다. 단숨에 700%로 증산한 것이다. 농업 생산에서 2내지 3%만 나도 큰 증산인데 700%라니 할 말을 잃었다.
  
  이 진리는 모두 알고 있었다. 좌장 할머니처럼 표현을 하지 못했을 뿐이다. 이렇게 단순한 진리임에도 <사회주의는 과학>이란 사상에 묶여 수백만 아사를 겪으면서도 식량난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단순한 진리를 받아들이지 않는 북한을 탈북할 수밖에 없었다. 왜 백암령을 넘어 왔는냐(바보)는 탈북에 결정적 <똑똑함>으로 되었다. 백암령을 넘어 탈북하기 좋은 국경 지대에 와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체험을 놓고 나름 창시하고 싶은 소원이다. 어린아이도 이해할 수 있는 철학 사상을 만들고 싶어진다. 황장엽의 주체 철학을 비롯해서 모두 왜 그리 어렵게 쓰였는지 의문이다. 한마디 하면 될 걸 우정 어렵게 비비꼬듯 너무 장황하다. 마치 어렵게 하여 저들만의 <유희(遊戱)>장을 만든 것 같다.
  
  이 유희를 위해 많은 대학과 연구소, 학술회, 교수와 박사 제도를 만든 것 같다. 이 유희로 지식인들이 혼란에 빠지고 다수가 무지해진다. 이 혼란과 무지 속에 공산주의가 탄생하고 세계적 비극으로 이어졌다. 그 비극은 오늘 현재 한반도의 분단으로 보여준다. 당장 우리 사회의 좌우익 분열로 보여준다.
  
  어린아이도 이해할 수 있는 철학이란 무엇일까. 본능학이라고 본다. 본능은 생존 즉 나를 위해서 있다. 이 생존을 위해서 사고하고 행동한다는 것이다. 이것의 발현이 경제 정치학이다. 정치 경제학이라고 하는데 경제 정치학이다. 정치는 경제의 반영이기 때문이다. 단적 실례로-김정은이 고모부 장성택을 화형했다. 그 촉발은 경제였다. 순천(평남도) 비행장 비행사 대우를 위해 수산물 기지를 제공하라는 명령이 장성택으로 막히자 결단했다.
  
  본능의 주체는 생물이다. 생물은 동물과 식물로 나눈다. 인간은 동물에 속하며 고등 동물이라고 한다. 만물의 영장이라고 한다. 이 점에 대해 종교적으로 많은 논란 있다. 종교(신앙)는 바라는 것의 실상이며 보이지 않는 것의 증거 영역이다.
  
  인간을 어떻게 보는가는 극좌와 극우가 있다. 극좌적 무신론의 대표주자 공산주의는 인간의 신적 존엄을 무시한다. 공산제도의 태동인 빠리콤뮨부터 인명 경시의 역사가 보여준다. 극우적 유신론은 인간을 너무 신격화한다. 이는 환경 파괴로 이어지고 있다.
  
  인간은 신적 존엄과 생물의 일원으로 보아야 한다. 이는 인권 신장과 동식물 학대를 법제화하는 선진국들의 모습이 보여준다. 인간과 동식물은 근본 다른 것 같지만 같다고 본다. 흔히 극악한 것을 개 같다, 야수 같다라고 욕한다(인면수심). 정말 그럴까. 배부른 사자는 더는 먹이감을 잡으려 하지 않는다. 사람만 감사를 안다. 정말 그럴까. 동물도 돌봐주면 감사를 안다.
  
  사람이 동물과 근본 다른 것은 딱 하나 종교성이다. 종교성의 핵심은 영생 염원이다. 동물에는 이것이 없을까. 잘 모르겠지만 경험 두 가지만 올린다. 인간은 영생한다며 정작 죽을 때 운다. 개를 여러 세대 길러 보면 죽을 때 조용히 사라져 버린다. 멧돼지를 여러 마리 도살해 보면 집돼지와 달리 소리치지 않는다. 이런 식의 비유들로 인간과 동식물과 차이가 없다고 본다. 그렇다고 공산주의처럼 인간의 존엄을 동식물화해서는 안된다. 인명 경시로 흐르기 때문이다.
  
  본능학을 결론한다. 인간을 포함한 생물은 이기적 본능으로 존재한다. 본능학은 검증으로 완성된다. 실천으로 검증해보아야 진리로 완성된다는 것이다. 이에 반하는 모든 이론들은 사이비이며 공리공담이다. 공산주의가 가장 대표적 사이비이며 공리공담이다. 나를 위한 것이 남아야 남에게 베품도 지속된다. 나를 위한 것이 남을 위한 것으로 된다는 것이다. 개인의 부는 사회와 국가의 부로 이어진다. *이 이론이 어떤지는 나만의 <발견>이고 주장이다.
  
  공산주의를 위해 목숨 걸고 월북하여 한 생을 바친 아버지는 인생 마감에 <정치(공산주의)는 최대의 협잡이야!>하시며 통곡하셨다. 그 아버지의 일생 실패를 통해 체득한 것이다. 공산주의 북한와 개인주의 남한에 각각 살아보며 정립한 이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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