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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에게 무언가를 들킨 낭패감을 맛보다
무학산(회원) | 2026-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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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선생님이 말씀하기를, “미국인은 육식을 많이 하고 한국인은 그렇지 못하니 커피가 몸에 안 좋다. 너거는 크더라도 커피를 묵지 마라.”고 했다. 그래선지 나는 커피를 40대 중반에서야 처음 먹어 봤다. 자판기 커피였다.
사람은 처음 입력된 정보에 친숙하며 잘 기억한다고 들었다. 이를 앵커링 효과(Anchoring Effect) 혹은 초두효과(初頭效果)라 한다고 또한 들었다. 특히 입맛은 더욱 그렇다고 한다. 이런 까닭이겠지만 나에겐 가장 맛있는 커피가 믹스 커피다.
하루에 딱 한 잔만 먹다가 근자에 들어서 커피가 늘어 오후에도 한 잔 한다. 그래서 오전엔 믹스 커피 한 잔, 오후엔 디카페인으로 한 잔 하는데 우연히 커피 병에 쓰인 글을 읽으니 이렇게 돼 있다.
“디카페인을 80도의 물로 용해시킨 후 나중에 기호에 따라 설탕, 프리마를 넣어 드세요.”
그런가 싶던 차에 커피에 물을 붓고 5초 후에 저어서 먹으면 맛이 더 좋다는 말도 들었다. 그런데 물을 어떻게 80도에 맞추어 끓이나? 하는 게 문제였다. 온도를 설정해 주는 전기 포트가 있다지만 내가 커피 마니아도 아니면서 커피 한 잔 먹으려 그런 것 까지 구입하기는 싫고, 대형 마트에 간 김에 둘러보아도 그런 포트는 없었다. 그래서 가만히 생각한 끝에 AI에게 물어 보면 되겠다 싶어서 이렇게 물어 보았다.
“전기 포트에서 끓여진 물이 80도로 식으려면 몇 분이 소요되나요?”
AI가 이렇게 반문했다.
"커피에 넣으시렵니까?“
깜짝 놀라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AI에게 무언가를 들킨 기분에 성이 났다. 속으로 ”뭐 이런 자슥이 다 있노.“ 하며 그냥 나오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