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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2연패(連敗)가 그렇게나 못 살 일인가
무학산(회원) | 2026-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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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도할계(牛刀割鷄)’란 말이 있다. 다 아시다시피, 소 잡는 칼로 닭을 잡는다는 뜻이다. 지나치게 과장된 표현을 이를 때 쓰기도 하고, 큰 재능이 작은 일에 쓰이는 것을 비유할 때도 쓴다. 공자가, 제자 자유(子游)가 무성(武城)의 수령(守令)이 되어 예악(禮樂)으로 고을을 다스리는 것을 보고 “닭을 잡는데 어찌 소 잡는 칼을 쓰리오.” 한 데서 온 말로, 무슨 일을 함에 있어 그 힘이 매우 넉넉함을 뜻한다.《論語》
어제(4.1) 조선일보에 이런 기사 제목이 있었다.《홍명보호 충격의 2연속 패배 차라리 만우절 거짓말이었으면…》
축구는 기껏해야 ‘놀이’일 뿐이다. 2연속 패배가 처음인 것도 아니다. 전패하는 경우도 있었다. 죽고 사는 전쟁에서도 '승패는 병가상사‘라 했다. 체육 경기가 무슨 대수라고 “차라리 만우절 거짓말이었으면…”이란 말까지 할까? 저런다고 하여 애국자가 되는 것도 아니다. 도리어 함부로 과장하는 것이 버릇이 되면 그 후과는 신문지에만 머물지 않게 된다.
중국인 교수이며 평론가인 류짜이푸(劉再復)는 삼국지와 수호지를 묶어서 ’쌍전(雙典)'이라 이름했고, 그것 때문에 중국인이 술수에 능하고 술수가 생활화됐다고 비판했다.
중국의 근대 철학자 리쭝우(李宗吾)도 “삼국지와 수호지가 중국인의 심성을 거칠고 잔인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조조와 유비 등 삼국지의 인물들을 예로 들며, 중국 역사에서 승리한 자들은 모두 '낯가죽이 두껍고(면후 面厚), 마음이 검은 자들(심흑 心黑)이었다고 말했다.
루쉰(鲁迅) 역시 같은 말을 했다. 중국인들의 정신적 결함 중 하나로 폭력성과 잔인함을 꼽았다. 삼국지와 수호지가 대중의 심성에 끼친 악영향이다는 것이다. 그는 “사람을 죽이는 것을 마치 풀 베는 것처럼 여긴다.”며, 대중이 이런 수호지를 읽고서 폭력에 무뎌졌다며 이를 즐기게 되는 심성을 경계했다.
삼국지와 수호지도 저런 영향을 끼치는데 하물며 신문의 철없는 과장에 독자가 온전하겠나. 삼국지와 수호지에 비해 신문 기사 제목 하나가 무엇 그리 대단하겠냐고 말해서는 안 된다. 작은 일에 정성 들이면 큰일에도 정성 들인다. 신문이 아무에게나 ’별세‘라 하고 얼굴도 모르는 서양 배우가 죽어도 별세라 한다. 어쩌다가 ’과장‘하던 것이 마침내 버릇이 됐고, ’별세‘의 의미마저 바꾸어 버린 것이다.
신문이 이러면 사회도 이렇게 된다. 신문의 친중 성향이 중국인 특유의 ’과장‘을 배웠을지 모른다. 그렇게 ’과장‘을 퍼뜨리면 우리도 중국처럼 사물을 ’과장‘하는 버릇이 몸에 배이게 된다. 참된 자아를 잃게 되는 것이다